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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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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뒤에도 삶은 지속된다

등록 2001-08-01 00:00 수정 2020-05-02 04:22

홀로된 사람들이 함께하는 이혼 사이트… 사연 나누고 법률 정보 등 얻어

얼마 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이혼율이 아시아 나라들 가운데 1위라고 한다. 3쌍이 결혼하는 동안 1쌍이 이혼할 정도로 이혼율은 높아졌고 또 증가추세인 것이다. 이러한 이혼율의 증가를 두고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참을성 없는 젊은 세대, 결혼 경시 풍조 등등 말이 많겠지만, 당사자들에겐 이혼 전이나 이혼 뒤나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이혼율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또 실제로 ‘이혼의 자유’가 확대되었음에도 여전히 이혼자들, 특히 이혼 여성은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때로는 직장의 불이익, 그리고 지역사회와 친지들로부터는 소외의 대상이 되기도 쉽다. 거기다 자녀의 양육과 생계, 후유증 등 이혼한 다음에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남게 된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도 서서히 이혼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혼을 쟁점으로 한 한국방송의 피카레스크식 연속극 <사랑과 전쟁>의 게시판은 연일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혼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혼의 난관을 사람들은 어떻게 헤쳐나갈까. 아마 아직은 쉬쉬하면서도 도움을 주는 친척이나 친구에 대한 의지가 클 것이다. 하지만 동병상련의 정만큼 의지가 되는 것이 있을까. 모든 소수자(?)들의 집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인터넷의 커뮤니티 포털사이트들을 검색해보면, 이혼 관련 모임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호회와 게시판 사연 활동을 통해 서로 위로를 나누고 미래의 생활설계에 큰 도움을 얻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혼자들을 위한 본격적인 대형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이다. 아직 그다지 많은 수는 아니지만, 소수의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여남은 개의 사이트들이 소리소문 없이 회원 수를 불려가는 중이다.

그중 먼저 생겨나 가장 많은 회원 수와 글 수를 자랑하고 있는 곳이 디볼스넷과 쏠로닷컴이다. 우선 가장 탄탄한 ‘이혼 사이트’인 디볼스넷(divorcenet.co.kr)은 “이혼을 조장하는 곳이 아닙니다. 다만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면, 더이상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수치스러워하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라는 각오를 피력하고 있다. ‘이혼할까요’, ‘셀프 라이프’, ‘아이문제’ 등 상담코너, ‘오래 사랑한 당신’, ‘아이들 이야기’, ‘마음 비우기’ 등 복잡하고 세세한 게시판 분류를 가지런히 찾아다니며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이혼자들의 복잡하고도 차분한 심경들이 그대로 전해져올 것 같다. 특별히 제공하는 콘텐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상담가 연결과 게시판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워낙 절절한 사연들에다 수준이 높다보니 출판 계획도 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익명 글들이 대부분이라 저작권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밖에도 클럽을 통해 각종 친분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약간의 법률정보와 링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혼자, 독신자들의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만남을 내세우고 있는 쏠로닷컴(ssolo.com)은 이혼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결혼’은 아님을 알려준다. 홀로된 생활을 충분히 잘 영위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전임자’(전 배우자), ‘돌쏠’ 등 독특한 커뮤니티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며 특히 쏠로 자녀 장학 프로그램과 건전한 사교문화 형성을 위한 여러 다채로운 이벤트 주최가 강점인데, 삭막하거나 소모적일 수 있는 일대일 만남보다 사교모임을 통한 다(多)대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거금 12만원을 주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혼 사이트들은 다른 커뮤니티보다 충실도가 높으며 여러 가지 관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공되는 서비스에 비해 높은 가입비와 ‘등본 서류’를 통해 신원과 가족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독신, 사별, 이혼 싱글들의 친목 모임인 다정한 조우니(jowni.net)처럼 대부분 방문이 제한적이고 신규회원 모집에 소극적인 사이트들도 있다. 반면 이혼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리라고 보통 생각되는 적극적인 ‘재혼’ 회사 사이트도 몇 있다. 부산의 재혼 전문 사이트 느티나무의 사랑(jehon.co.kr)은 비회원도 회원들의 신상명세를 일부 검색할 수 있는데, 동성동본 혼인금지제도가 사라진 이 시대에도 본관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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