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정직한 제목이 또 있을까? 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요즘 책 제목들과 비교해보면 마치 100년 전쯤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간단하다. 이 정공법 그 자체인 듯한 제목은 간단해서 본질적인 힘을 보여줬다. 전부 5권까지 나온 는 260만여 부가 팔리며 ‘국민 답사기’로 자리잡았고, 이 책의 지은이 유홍준(62·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단숨에 스타 필자가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말을 유행어로 만들며, 우리가 애처롭게 보아온 한국 땅에도 가볼 곳은 많다는 것을 새삼 가르쳐준 덕분이었다.
10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이 베스트셀러 답사기가 돌아왔다. 5권이 나온 지 꼭 10년 만이다. 최근 나온 6권의 부제는 ‘인생도처유상수’. ‘세상 곳곳에 고수가 있다’는 뜻으로, 지은이 유 교수가 지은 말이다. 로 명사가 된 뒤 문화재청장까지 지낸 유 교수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의 달인이란 호평과 함께 너무 튄다는 지적도 늘 함께 받아왔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활동과 공직 생활을 하며 얻은 깨달음 때문일까.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다는 이 글귀를 앞세운 6권은 한층 더 원숙해졌다. 책 자체도 이전 것들과 달리 컬러 사진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6권에서 유 교수가 찾아간 우리 문화유산은 경복궁과 전남 순천 선암사,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그리고 정자고을의 경남 거창과 합천, 백제 문화권인 충남 부여·논산·보령이다. 지역과 문화재의 면면을 보면 진작에 다뤘어야 할 법한 국가대표급들이다. 한국 대표 문화재인 경복궁을 가장 먼저 다룬 것은 당연해 보이면서도 의미심장하다. 한국인과 외국인 누구나 가장 먼저 접하는 간판스타 경복궁처럼 할 이야기가 많은 곳도 없을 법한데, 동시에 이렇게 널리 알려지지 못한 곳도 없다는 말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일방적인 찬탄을 피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즐기는 법을 조근조근 이야기로 풀어주는 특유의 스타일로 유 교수는, 경복궁에 대해서도 목소리 높여 사랑하라고 강권하기보다는 우리의 오해와 무지를 부끄럽지 않게 일깨워주는 데 주력한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자금성과 경복궁을 비교하면서 중국과는 문화가 다르고 지형이 다른 우리나라에 들어선 가장 빼어난 궁궐이 경복궁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문화재청장 시절 경복궁 복원 작업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지은 건청궁 등에 얽힌 이야기들이 들어가,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옛 모습을 되찾은 경복궁의 지금 모습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 유교 건축의 걸작으로 가장 매력적인 서원으로 꼽히는 도동서원을 소개한 부분도 반갑다. 동방오현의 한 명으로 조선 성리학 최고의 인물로 추앙받는 김굉필을 기리는 도동서원은, 그 규모는 오히려 다른 서원들보다 작지만 한국 유교사와 건축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평가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서원, 그리고 김굉필이란 인물의 진면목에 대해 다룬 대중서는 많지 않았다.
자연에 대한 묘사 늘어책 뒷부분은 그가 ‘제2의 고향’으로 삼은 부여와 그 부근 이야기다. 유 교수는 부여에 따로 집을 마련해 서울과 부여를 오가고 있다. 부여란 고장을 스스로 골라 고향으로 삼은 이유, 그리고 두 번째 고향에서 생활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단편적으로 들어서 알던 이야기들을 전체로 꿰고 엮어 새로운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그의 글솜씨는 여전하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처음 이 답사기를 선보인 1990년대에는 40대 학자의 생생한 에너지가 도드라졌다면, 어느새 환갑 나이가 되어 쓴 6권에선 나무를 비롯한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많아진 것은 숨어 있는 특징이다.
6권에서 소개한 곳들은 모두 그가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었거나 마음의 빚을 느끼던 곳이라고 한다. 6권이란 장대한 시리즈가 되었지만, 그가 소개 못해 아쉬워하는 곳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충청북도와 경기도, 그리고 제주도인데 앞으로 펴낼 7권에서는 제주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쓸 계획이란다.
구본준 기자 한겨레 문화부문 bonbon@hani.co.kr"_top">bonbon@hani.co.kr
*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1만6500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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