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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인간의 식량 창고가 아니다

연어·농어·대구·참치가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통해 해양생명 학대를 살핀 폴 그린버그의 <포 피시>
등록 2011-06-17 12:11 수정 2020-05-03 04:26
참치가 수송용 우리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참치를 잡아들인다면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는 가족을 잃고 방황하다 더 이상 번식을 못하고 바다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참치가 수송용 우리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참치를 잡아들인다면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는 가족을 잃고 방황하다 더 이상 번식을 못하고 바다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물고기는 멍청하지 않다. 2006년, 물고기의 두뇌와 사회 학습 등을 연구해온 오스트레일리아 매커리대학의 컬럼 브라운 박사는 물고기가 한 번 겪은 일을 수개월 동안 기억하는 것은 물론 주변 변화에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고, 인위로 만들어놓은 상징물 등을 읽어낼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폴 그린버그가 쓴 (시공사 펴냄)에도 물고기의 영민함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 나온다. “탄화플루오르 낚싯줄은 물과 거의 같은 각도로 빛을 구부리고 굴절시키기 때문에 물고기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문장의 이면을 해석하자면 물고기가 줄에 매달린 먹이에 대해 의심할 만한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

어시장을 차지한 네 종류의 물고기

폴 그린버그는 인간의 손에 잡혀 바다 밖으로 끌려 올라온 물고기가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라고 말한다. 있는 힘껏 꼬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 물고기는 바닥을 탕탕 쳐서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 이야기하고, 혹은 멸치나 농어처럼 네 손에 죽느니 자결하고 말겠다며 제 몸을 자해한다. 우리는 들에서 풀을 뽑듯 물고기를 대해왔지만, 사실은 이들도 존중받아야 할 생명체이며 공포와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지은이도 월척을 꿈꾸는 낚시꾼이었다. 13살 때부터 혼자 바다를 항해하며 고기 잡는 법을 익혔다. 그는 바다가 주는 생동감을 사랑했다. 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신선함도 사랑했다. 그는 낚시를 하며 독특한 취미를 가지게 됐는데, 어시장을 찾아가 거기서 파는 생선의 원산지를 맞혀보는 것이다. 1975년, 어린 시절 지은이가 살던 지역의 본톤 어시장에 가면 인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들이 있었다. 그는 물고기들의 투명한 눈과 탄탄하고 신선한 몸통을 보며 바다의 기운을 느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동부 해안지대를 여행하면서는 다른 종류의 어시장을 목격했다. 가까운 바다에서는 결코 잡히지 않는 네 종류의 생선이 계속 눈에 띄는 게 이상했다. 연어, 농어, 대구, 참치. 사람들이 즐겨 먹는 네 종의 물고기는 어떤 경로를 거쳐 멀고 먼 땅의 어시장에 몸을 뉘게 됐을까. 부자연스러운 풍경을 목격한 뒤 지은이는 이 물고기들이 우리 식탁에 주요하게 오르게 된 역사를 탐험하기 시작한다.

폴 그린버그의 <포 피시>(시공사)

폴 그린버그의 <포 피시>(시공사)

먼저 연어. 0.5kg의 연어를 얻으려면 양식자는 얼마만큼의 살아 있는 다른 물고기를 투자해야 할까. 1.5kg이다. 비율은 다르지만 1kg의 고기를 얻으려고 9kg의 곡물 사료를 투입해야 하는 축산업과 다를 바 없다. 비합리적인 사료 방정식만 닮은 게 아니다. 폐쇄적 양식 시스템은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연어들로 조밀한 양식장에는 배설물이 쌓이고, 물의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수중 산소가 줄어들고,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이 들끓기 시작한다. 칠레에서는 전염성 연어 빈혈증이 퍼져 한 주 만에 양식장의 연어가 전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질병은 야생 연어에게 옮아가 환경주의자들의 발을 구르게 한다.

바다농어는 또 어떤가. 애초에 농어 양식은 인류의 굶주림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진미로 취급받아온 농어 요리를 일상의 식탁에 올려놓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바다농어 양식장을 설계했다. 그러나 농어는 가둬 기르기에는 까다로운 물고기다. 치어는 현미경으로나 확인해야 할 정도로 작고, 번식 습관은 복잡하다. 고대 그리스의 기록에서도 농어는 영리하기로 이름이 높았는데, 그래서인지 인위적 환경에 들어가는 것에 격렬한 저항을 보인다. 농어를 양식하려고 인간은 수만 마리의 농어를 죽여가며 다양한 과학기술과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대구는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지방을 살이 아닌 간에 저장한다. 그래서 맛이 담백하고, 말려서 저장하면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다. 대륙붕의 경사진 면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구는 인간의 수산 양식이 산업화하기 전에는 그물만 던지면 잡히는 물고기였다. 대구 개체 수 변화는 대구의 주요 먹이가 되는 청어의 생에도 영향을 끼치며 먹이사슬 구조에 따라 바다 생태계의 일부를 교란할 수도 있다.

참치는 복잡하고 정교한 동물이다. 변온동물인 대부분의 물고기들과 달리 온혈동물이며, 아주 빠르게 헤엄치고 최대 길이 4.2m에 무게 680kg까지 성장이 가능하다. 여느 물고기들과 다르게 참치의 서식지는 한 국가가 어장을 관리할 수 있는 영해가 아닌 드넓은 공해상에 걸쳐 있다. 어업기술의 발전으로 공해에서 잡힌 어획량이 지난 반세기 동안 두 배로 늘었으며, 그중 대부분이 참치다. 지금은 지나친 남획으로 북대서양 서쪽에 서식하는 자이언트참다랑어 중 산란이 가능한 개체 수는 9천여 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를 먹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면 4300만 개 참치회 조각이 되는데, 지은이의 계산대로라면 미국 남성들이 동시에 한 입씩 먹는다면 북대서양 서쪽에 서식하는 참치를 몰살할 수 있다.

수확물이 아닌 보호해야 할 생명체

인간은 씨를 뿌리듯 바다에서 물고기를 양식하고 수확하듯 그물을 쳐서 이들을 거둬들이지만, 물고기 또한 보호받아야 할 생명체다. 저자는 바다를 되살리려면 △어업 감소 △바다의 상당 부분을 어업 금지 구역으로 전환 △전세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종 보호 △먹이사슬의 근본을 지킬 것 등 네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쩔 수 없이 양식을 해야 한다면,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한된 수의 적응력이 뛰어난 종을 여러 종 섞어 양식장 울타리 안에서도 생이 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언젠가는 물고기도 나름의 완벽한 존재로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종임을 사람들이 이해할 때가 올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책을 썼다. “물고기는 그저 우리의 음식이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개인적인 운명을 추구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사냥해서 먹는다면 조심스럽게 잡아서 고맙게 먹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연 식품을 먹는 것 자체가 특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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