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이하 )가 부활했다. 의 인기는 주로 월요일 오후 휴게실이나 저녁 회식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제 그거 봤어? 정말 웃기던데”로 시작해 “나 웃겨 죽을 뻔했잖아”로 이어지고 분위기 메이커가 성대모사나 유행어 흉내를 한 번 쳐주면 그 코너는 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 대화가 최근 부쩍 자주 목격된다. 또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오전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코너명이 자주 보인다. 한두 코너가 확 떴다가 지는 일은 자주 있지만 여러 코너가 고른 반응을 얻으며 에 채널을 고정하게 되는 건 오랜만의 일이다. 1999년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방송 13년째를 맞는 을 두고 “떴다” 혹은 “졌다”를 평하는 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개 개그 프로그램이 하나둘씩 폐지되고 이 유일한 저녁 시간대 시청률 두 자릿수 개그 프로그램이 된 요즘, 의 부활은 짚어볼 만하다.
순식간에 인기 코너된 새코너들
지난해 가을부터 의 인기는 ‘두분 토론’이 이끌었다. 박영진과 김영희가 각각 남하당과 여당당의 대표 토론자로 나온 ‘두분 토론’은 “그럼 소는 누가 키워?”나 “남자의 순정을 매도하지 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난 그렇게 들었는데?” 등의 유행어를 낳으며 6개월 넘게 사랑을 받고 있다. ‘두분 토론’을 제외한 다른 코너들은 상대적으로 폭발력이 약했다.
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코너는 1월 첫 방송된 ‘발레리NO’다. 박성광과 이승윤, 정태호, 양선일 등이 발레리노 의상을 입고 나와 필사적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리는 이 코너는 ‘신선하다’와 ‘용감하다’는 반응을 동시에 얻으며 아슬아슬한 몸 개그로 자리를 잡았다. 뒤이어 3월에 ‘꽃미남 수사대’가 첫 방송과 동시에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수없이 반복돼온 형사물이지만 범인 검거보다 패션에 더 ‘꽂힌’ 형사들이라는 설정은 제법 신선했다. 김원효와 박성호가 보여주는 충격적이면서도 놀라운 복장은 박준형이 예전에 선보였던 ‘패션 7080’ 이후 오랜만에 보는 패션 개그다. 박성호 역시 매번 아슬아슬한 몸 개그를 시도한다.
여기에 새로 시작한 코너들이 순식간에 인기 코너 반열에 올랐다. 유난히 감수성이 풍부한 장군들이 등장하는 ‘감수성’은 현실적인 사극을 보는 쾌감을 준다. 사극에서 부하들을 향해 막말을 내뱉는 왕을 향해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며 삐치는 장군들의 모습은 놀랍게도 설득력을 갖는다. 코너 마지막에 오랑캐로 등장해 심문을 당하다가 “나 완전 빈정 상했어”라는 김지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왕이 너무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삐칠 때마다 등장하는 노래는 이 코너의 중요한 포인트다. 마치 드라마 OST 중 “숨겨왔던 나의~”로 시작되는 클래지콰이의 (She is)가 나오면 모든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이 음악만 나오면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이별을 앞둔 남녀의 모습을 지극히 일상적인 맥락에서 재구성한 ‘생활의 발견’은 최근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연인인 송준근과 신보라는 “헤어지자”는 이별 통보를 꼭 고깃집이나 삼겹살집 등 번잡스럽게 움직여야 하는 장소에서만 한다. “우리는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하고는 종업원에게 고기를 추가 주문하고, “이러지 말자”고 매달리다 “육수 더 주세요”라고 외치는 식이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고, 추가 주문하고, 반찬을 더 달라고 요청하고, 마지막에 디저트까지 챙기는 ‘생활’ 속에 이별이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넣으니 그야말로 ‘발견’이 된다. 사뭇 진지한 연인 사이의 대화와 그저 자기 역할에 충실한 종업원의 대화가 교차될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 많은 시청자는 이 코너가 무척이나 현실적이라며 박수를 보낸다.
의 부활은 몇몇 코너뿐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의 구성을 볼 때 도드라진다. ‘발레리NO’와 ‘감수성’ ‘생활의 발견’ 등의 코너와 스테디셀러인 ‘달인’을 제외한 다른 코너들도 알차다. 모든 움직임을 소리로 표현하는 ‘사운드 오브 드라마’와 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그땐 그랬지’가 그렇다. ‘사운드 오브 드라마’는 모든 행동에 따른 효과음을 입으로 전한다. 흔들의자에 앉으면 ‘흔들흔들’이라고, 걸으며 ‘뚜벅뚜벅’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과장된 라디오 드라마를 TV로 보는 것 같달까. 노부부가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 말하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땐 그랬지’는 만화적 기법을 대폭 차용했다. 소품 등을 이용해 매 순간을 만화처럼 구성해 시각적 만족도를 높인다. 이런 코너들이 받쳐주자 은 균형감이 살아났다. 신보라, 김영희 등의 신인 개그맨들이 서서히 코너 앞으로 나오는 것도 이 새롭게 보이는 이유다.
주춤하다 다시 치고 올라가는 힘의 연출을 맡은 지 5개월이 넘은 서수민 PD는 “‘다양함’에 방점을 찍고 모든 코너와 캐릭터가 서로 다르게 가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생활의 발견’이나 ‘감수성’ 같은 생활밀착형 공감 개그와 ‘달인’ ‘발레리NO’ 같은 몸 개그, 또 시각적 볼거리가 많은 ‘꽃미남 수사대’와 ‘그땐 그랬지’ 등 서로 다른 색깔의 개그를 장르별로 구성하려고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맞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오히려 주춤하는 중이다. 10% 후반대를 기록하던 시청률은 최근 14~15%대까지 내려왔다. 문화방송이 지난해 11월 주말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기고 9시대에 주말 드라마를 편성한 탓이다. 서 PD는 “문화방송 이 힘을 받아 (개콘의) 시청률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내부적으로는 드라마의 경우 잘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으니 흔들리지 말자고 한다”고 말했다.
지금 추세로는 이 더 치고 올라갈 기세다. 그러나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드라마는 끝이 있다. 반면에 은 10년 넘게 일요일 9시대를 버텨온 토박이다. 요즘처럼 매너리즘이 아닌 새로움으로 코너를 채워간다면 은 앞으로도 쭉 그 시간에 그 자리에서 시청자를 기다릴 것이다. 주춤하다가도 다시 한번 치고 올라가는 게 ‘의 힘’ 아니겠는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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