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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부스러기로 만든 이야기”

영화가 된 감독의 사생활… 전주영화제 참여작 <미성년> <사랑할 수 없는 시간> <모래>의 감독을 만나다
등록 2011-05-05 15:31 수정 2020-05-03 04:26



양익준 감독

양익준 감독

양익준 감독
숏!숏!숏! 2011 부문, 극영화, 40분

Q. 감독이 멜로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

A. 은 이전에 쓰다가 포기하고 접어두었던 시나리오 5~6개를 모아 하나로 만든 영화다. 지난해 6월부터 고심하다 12월이 되어서야 시나리오가 나왔다.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이 주제를 택한 이유는 내 나이 30대 중반을 넘겼지만 사랑과 세상에 대한 고민치는 여전히 모자르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Q. 남자주인공이 눈을 떴더니 낯선 여자가 누워 있더라고 시작하는 이야긴데, 개인적 경험과 관련 있나.

A. 별걸 다 묻는다. (웃음) 내가 가족 사이에서 보호자 노릇을 못했고, 힘이 없었던 영향인지는 몰라도 여자들한테 자신 있게 말을 건네지 못한다. 술자리에서 찌릿하는 걸 느껴도 표현을 못한다. 그 탓에 내 영화의 남자주인공들은 모두 표현력이 부족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에선 아예 등신 같은 30대 남자주인공이 나온다. 10대 여자주인공은 오히려 확고하고 확신에 가득 차 있다.

Q. 를 내고 숱한 일을 겪었다고 했는데, 에서 어떻게 드러나나.

A. 감독이나 배우는 일상의 부스러기를 의식적으로 계속 모은다. 슬픔에 빠지면서도 그런 자신을 관찰하다 보니 이상한 상태에 빠진다. 를 만들며 일당백 노릇을 하다가 탈진 상태에 빠졌다. 영화에 욕망이 없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 어지럼증을 느낀 날이 많았다. 줄곧 몸과 마음이 안 좋아 ‘내가 아직 미성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은 그런 내 상태에 대한 보고서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하고 히스테릭한 상태에서 어떻게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나오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김희철 감독

김희철 감독

김희철 감독
장편경쟁 부문, 다큐멘터리, 67분

Q. 2004년 이후 다시 김훈 중위 사건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A. 육군사관학교에 다닐 때 선배인 김훈 중위를 먼발치에서 몇 번 본 일이 있었다. 워낙 재빠르고 분명하고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1998년 군 복무할 때 김훈 중위 의문사 소식을 들었다. 이미 육군사관학교를 중퇴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로 옮긴 다음이었다. 내가 김훈 중위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하고 김훈 중위 아버님을 찾아간 것이 시작이었다.

Q. 이 고발이었다면 은 슬픔으로 읽힌다.

A. 2009년부터 김훈 중위 아버님께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갈 때마다 동행했다. 의문사위가 ‘규명 불능’으로 판정해 가족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아버지의 촬영 부탁이 때론 많이 부담스러웠다. 거짓의 감옥에 갇혀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를 짓누르기도 했다.

Q. 영화의 처음과 말미에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장면이 나오는데.

A. 그 장면을 보고 김훈 중위 아버님이 크게 노하셨다. 왜 내 아들 죽음을 거기다 연관짓느냐고 화를 내셨다. 연출자로서 김훈 중위 사건만 이야기하고 지나갈 수 없었다. ‘죽음’이라는 엄숙한 진실이 왜곡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는 말을 넣고 싶었다.

Q. 역사에 대한 기록은 계속되나.

A. 이 영화는 김훈 중위 가족과 나의 10년간 고통의 기록이다. 이 더 반향을 일으켰다면 김훈 중위 의문사는 다른 판결을 얻어내지 않았을까. 좌절이 계속 쌓이는 작업이다. 김훈 중위 죽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 김훈 중위 가족들은 거부감을 보였다. 국립묘지에 안장하려는 가족들의 희망조차 정부는 거부했다. 당분간은 손대지 못할 듯하다.


강유가람 감독

강유가람 감독

강유가람 감독
단편경쟁 부문, 다큐멘터리, 55분

Q. 은마아파트를 통해 강남 집값 문제를 정조준한다.

A. 아버님 사업이 어려워져 한 달에 이자만 500만원씩 내고 있을 때였다. 대출을 정리하지 않고 아파트 재건축만 바라는 우리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은마아파트는 부동산 상황에 따라 8억원에서 12억원까지 롤러코스터처럼 가격이 변했고, 부동산 시세에 따라 부모님 마음도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기 힘들었다. 강남에 사는 우리 집은 내겐 숙제 같은 거였다.

Q. 라는 것은 아파트 신화에 대한 은유인가.

A. 다른 한편으론 우리 가족, 아버지에 대한 은유다. 아버지가 건설사에 다니면서 중동 사막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살았고, 그런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항상 부스럭거린다는 느낌이 있었다.

Q. 가족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에 대한 가족의 반응은?

A. 처음에는 아버지 정치의식이 궁금해서 찍기 시작했다. 지난해 총선 때였는데, 아버지 세대는 왜 우리와 정치적으로 어긋날까 궁금했다. 뒤에 어머니도 같이 찍으며 가족영화가 됐다. 아버지는 딸이 평소에 대화를 안 하다가 카메라를 들고 오면 아버지 이야기에 귀기울인다는 것을 알고 좋아하셨다.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먼저 상영됐는데 그때 보시고 아버지는 “내가 틀린 부분도 있겠다, 네 습작으로 생각하겠다”고 하셨고, 찍을 때는 소극적이시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주인공인 영화구나” 하며 서운해하셨다.

Q. 시민단체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는데.

A. 영화에 전념하려고 지금은 그만두고 여성문화기획집단 ‘영희야 놀자’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희망제작소 경험과 함께 문정현 감독을 멘토 삼아 이번 영화를 만든 경험이 내 영화에 자산이 될 것이다. 다시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 뿌리 깊은 ‘어머니됨’ ‘아버지됨’이라는 강고한 이미지를 깨뜨리는 가족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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