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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가 문화산업을 망친다”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초대 학장 된 <난타> 대부 송승환
등록 2010-10-27 17:14 수정 2020-05-03 04:26
배우 송승환. 한겨레 윤운식

배우 송승환. 한겨레 윤운식

한국 최초의 비언어 공연 를 13년째 대흥행시킨 송승환(53) PMC프로덕션 대표가 지난 9월 초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 초대 학장에 임명됐다. 9월 말 안동 하회탈춤을 소재로 퍼포먼스 을 새로 무대에 올린 송 대표를 10월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 있는 PMC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났다. “남들이 직장에서 밀려날 나이에 일복이 터졌다”는 송 대표는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융합문화예술대학의 방향은.

=영화, 연극, 드라마, 쇼프로, 라디오 등에서 다양하게 활동해왔다. 멀티플한 재능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야 할 때가 됐다. 다른 분야를 잘 모르고서는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인문학은 순수학문이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드는 융합대학도 필요해졌다. 한 우물만 파는 게 제대로 인생을 사는 것인 양 말하는데, 획일적인 것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

-문화공연에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원천 소스가 부족하다. 소설은 지나친 작가주의에 빠진 듯 재미가 없다. 너무 관념적이고 독자를 위한 소설인지 평론가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대중을 생각하는 시각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대중예술의 가치를 인정해야 제대로 된 콘텐츠가 나온다. 대중과 교감하고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좋은 것이다.

- 등을 통해 한국적 문화예술을 새롭게 바꿔왔다.

=원형을 보존·계승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원형을 깨부순 뒤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부숴야 하나, 지켜야 하나’를 가르는 것은 너무 획일적인 시각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문화 발전에 도움된다. 나 처럼 원천 소스를 갖고 현대적 공연을 만들어야 어필한다. 한류는 절대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퍼져나가고 있다. 아시아에 머물지 않고 미국과 유럽 등 ‘문화강국’으로 뻗어나가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판박이’ 아이돌 그룹이 넘친다는 비판이 있다.

=너무 아이돌 그룹으로 몰린다는 우려가 있지만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돌 그룹은 그들대로, 재즈는 재즈대로, 70·80은 70·80대로 필요하다. 쏠림 현상이 크고 텔레비전에 많이 의존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잘 모르지만, 10대·20대에게 물어보면 팀마다 개성이 있다고 한다. 이해 못한다고 무시할 게 아니라 그 세대의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 아이돌 그룹도 레드오션이 돼, 누군가 새 상품을 내놓고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국내 문화산업 시장은 넓어졌나.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아 재투자가 안 되다 보니 인재들이 떠난다. 영화를 제외한 문화산업 시장을 현재의 3천억원대 규모에서 1조원대로 키워야 한다. 문화 콘텐츠도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이 생겨야 한다. 아직도 초대권으로 공연을 보려는 사람과 영상물 불법 다운로드가 너무 많다. 적은 관객으로 수익을 내려니 입장료를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 관객이 1만 명이면 입장료가 3만원이면 되지만, 3천 명이면 10만원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다. 갈빗집 하는 친구에게 갈비를 공짜로 달라고 하지는 않으면서, 공연은 공짜 티켓을 원한다. 오락 기능으로서 텔레비전 의존도가 너무 높고, 지나친 서울 중심주의와 다양한 유흥문화도 문화시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 먹고살 만해졌으니, 삶의 가치와 행복을 문화에서 찾을 때다.

-문화예술인으로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성공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지도 않았지만 행복하게는 살고 있다. 돈과 명예가 아니라 재미있는 길을 선택했고, 실패하고 손해도 봤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와서 힘들지 않았고 행복했다. 싫어하는 일이면 성공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오전에 학교, 오후는 회사, 밤에는 공연장, 이렇게 하루를 셋으로 쪼개 산다. 각자가 자신의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바란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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