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형식 파괴 공연장이 인기다. 집으로 들어간 콘서트, 갤러리로 들어간 연극처럼 호텔로 들어간 미술 전시도 있다. 8월27~29일 열리는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 서울’(AHAF)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호텔 객실을 전시장으로 이용하는 AHAF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교류를 목표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화랑이 참여하는 아트페어다. 올해는 가나아트와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등 국내 대표 화랑들을 비롯해 일본·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갤러리 70여 곳이 참여했다. 호텔 객실 90여 개에 작가 400여 명의 작품 3천여 점을 전시한다.
호텔 아트페어는 장소 대여비가 다른 전시장보다 저렴하고 실제 주택에 걸렸을 때 모습 등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관심 있는 그림이 침대 위, 책상 위, 거실 벽 어디에 어울릴지 미리 그려볼 수 있다. 문의 02-741-6320.
“난 카메라 한 대를 울러 메고 어슬렁거리는 낭만의 삶을 택했어. 인생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지. 하지만 내가 카메라를 메고 둘러본 세상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더군.”(작가노트 중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지연이 10여 년의 작업을 모은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어’전을 연다. 를 시작으로 까지 4권의 사진집을 낸 사진가는 기구한 현대사를 겪은 대한민국의 상처받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의 10년은 전시를 기획한 최연하씨의 말대로 “정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이들이 벌이는 쟁투의 고단한 흔적들을 질기게 찾아낸” 시간이다. 종군위안부 시절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김순덕 할머니, 선반 위 짐과 함께 놓인 영정사진 속 외국인 노동자 등은 우리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낭만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두 발 뻗고 자지 못한 사진가의 지난 흔적은 70점의 사진으로 남겼다. 전시회는 8월11~2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관훈갤러리에서 열린다. 문의 02-733-6469.
서울 홍익대 앞 공연 축제 ‘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이 8월12~28일 펼쳐진다.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예술인이면 누구나 심사 과정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린지 페스티벌은 올해 300여 개 창작 단체가 함께한다. 이들은 홍대 앞 실내외 공연장 40여 곳에서 연극과 무용, 인디밴드 공연 등을 선보인다. 유료로 공연되는 실내공연예술제에서는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극단 드림플레이의 , 환경문제를 퍼포먼스와 무용으로 담아낸 티엔에프컴퍼니의 등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 눈여겨볼 만하다. 홍대 앞 놀이터, 홍대 지하철 역사 등에서 열리는 야외거리예술제는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거리 한복판에서 USD현대무용단의 , 에오시무용단의 과 같은 즉흥 무용을 볼 수 있다. 축제 티켓값은 5천~1만5천원. 문의 02-325-8150.
첫 방한하는 뮐러의 작품 3권‘잿빛 시대’를 섬세한 문체로 복원한 등 출간
8월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는 비교문학대회가 열린다. 65개국 1천여 명이 참가하는 이번 ‘문학 올림픽’에는 헤르타 뮐러의 강연이 있다(16일). 헤르타 뮐러는 지난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다. 그의 방한을 기념하며 세 권의 책이 나왔다. 올 4월 번역돼 나온 를 포함해 뮐러의 책을 한 해에 5권씩이나 껴안게 됐다(3권 모두 문학동네 펴냄).
는 독일 망명 1년 전 루마니아에서 발표한 작품이다.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이 독일 소수민에 대한 탄압이 더해가던 당시를 배경으로 했다.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고 허가증을 사며 서구 세계로의 이주를 기다리지만 쉬이 이주 허락은 떨어지지 않는다. 는 과 비슷한 시기 루마니아 ‘잿빛 시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며 번역 일을 하던 뮐러에게 비밀 경찰이 스파이를 제안해온다. 은 이후 이야기다. 루마니아를 벗어난 ‘나’와 에드가가 사진을 바라보며 고향을 떠올린다. ‘나’는 기숙사 룸메이트 중 하나였던 가난한 마을 출신 롤라가 원피스 허리띠로 자살한 사건의 기억을 더듬는다. 불안과 공포의 시대를 섬세한 문체로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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