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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 〈무대에 오른 공포물〉외

등록 2010-03-04 13:50 수정 2020-05-03 04:26
연극 〈비정규 식량 분배자〉

연극 〈비정규 식량 분배자〉

무대에 오른 공포물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투쟁

영화 는 기이한 안개 속에 숨은 괴물을 피해 슈퍼마켓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힘을 모아 괴물에 대항하는 모습이 그려질 법한데 영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괴물보다 더 무서운 정치와 종교 같은 사상과 이념이 슈퍼마켓 안 사람들을 갈라놓는다.

연극 도 예고 없이 발발한 전쟁을 피해 건물 지하로 숨은 7명의 남녀 이야기다. 나흘째 이곳에 갇힌 이들은 한정된 식량을 두고 생존을 위한 극한 대립을 벌인다. 언제 끝날지 모를 전시 상황에서 지하에 표류하게 된 이들은 생존을 위한 이성과 본능의 대립을 경험한다. 식량이라는 생존 필수 조건을 앞에 두고 새로운 권력과 질서를 만들어간다. 인간이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2월19일 시작한 연극은 3월14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방진 극공작소의 무대에 오른다. 관람료 어른 2만원, 대학생과 중고생 1만5천원. 문의 02-3673-5575.


‘AT9 미니씨어터’ 빌 플림턴 특별전

‘AT9 미니씨어터’ 빌 플림턴 특별전

이상한 애니메이션의 세계
‘AT9 미니씨어터’ 빌 플림턴 특별전

미국의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인 빌 플림턴의 특별전이 마련된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극장 씨너스 이수는 월례 기획전 ‘AT9 미니씨어터’를 통해 3월 한 달 동안 플림턴의 대표작 네 편을 상영한다.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으로 선댄스영화제에 초청됐던 (1992), 국내 개봉했던 (1997), 돌연변이 애니메이션 (2001), 최신작 (2008)다.

‘빔 플린턴의 삐딱한 시선: 난 이상한 애니메이션에 감염됐다!’를 주제로 내건 이번 기획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저녁 8시에 상영한다. 문의 02-597-5777.


잭슨 홍 ‘엑토플라즈마’

잭슨 홍 ‘엑토플라즈마’

공구를 예술작품으로
일상용품을 재해석하는 잭슨 홍 ‘엑토플라즈마’

시각디자이너 겸 설치작가 잭슨 홍의 개인전 ‘엑토플라즈마’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 2에서 열리고 있다. 야구 배트나 의자 등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상용품을 재해석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에도 펜치나 멍키스패너 따위 공구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 공구를 예술작품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사용한 재료는 산업용 시제품을 만드는 데 주로 쓰는 ABS 플라스틱. 이를 이용해 보통 크기보다 몇 배로 크게 만든 공구는 핀으로 고정해 벽에 걸었다. 기능성을 잃고 벽에 걸린 공구는 더 이상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아니다. 작가는 채집의 대상이 된 백색 공구를 통해 현대 소비사회의 불안과 폐해를 꼬집는다. 전시는 3월27일까지. 문의 02-3448-2112.


〈공공의 적들〉

〈공공의 적들〉

날선 두 작가의 편지 공방
베르나르 앙리 레비와 미셸 우엘벡의

프랑스 68세대 산증인과 68세대 비판자가 편지를 주고받았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을 쓴 프랑스 신철학의 기수이고, 미셸 우엘벡은 를 쓴 삐딱한 소설가다. 둘은 ‘세상과 불화하는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둘이 나눈 편지 28통을 모은 책의 제목 (변광배 옮김, 프로네시스 펴냄)은 그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둘은 지성계와 문학계에서 스캔들을 일으키며 한편으로는 대중의 사랑을, 다른 한편으로는 원색적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둘 다 ‘문제아’답게 직설적으로 묻는다. 우파 아나키스트 우엘벡은 좌파 계몽주의자 레비에게 묻는다. 부유한 부르주아 레비는 왜 좌파 문제에 그렇게 연연해하는가, 왜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그렇게 노력하는가. 레비는 우엘벡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우울하고 허무주의적인지, 해서 남들을 불쾌하게 만들려고 하는지. 둘은 날선 문장으로 서로 공격하면서도 “당신이 내가 30년 동안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겨줄 훌륭한 독자”(레비), “내면 깊은 곳에서는 참여 지식인을 결코 우습게 여기지 않는다”(우엘벡) 등에서 보듯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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