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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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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명예를 훼손 말라

국민과 싸우는 국가에 보여주는 사진전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
등록 2009-12-10 14:09 수정 2020-05-03 04:25

흔들리는 지하철 안. 한 중년 남자가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지친 몸을 가누고 있다. 주름진 이마 아래, 안경 너머로는 감긴 눈도 보인다.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걸까. 남자의 모습이 고단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사진 속 이 남자,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다.

사진전에 출품된 인물사진 40여 점 속에 국가가 두려워해야 할 국민이 있다. 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진은 임상태가, 아래의 사진은 조우혜·최형락이 찍은 것이다. 희망제작소 제공

사진전에 출품된 인물사진 40여 점 속에 국가가 두려워해야 할 국민이 있다. 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사진은 임상태가, 아래의 사진은 조우혜·최형락이 찍은 것이다. 희망제작소 제공

최근 그는 원고 ‘대한민국’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은 세계에서도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소송을 거는 권력기관과 싸우는 중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상태가 그의 일상을 쫓다 이 사진을 찍었다. 국가정보원이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는 ‘기막힌’ 소식을 접한 사진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진전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를 위해서다. 희망제작소 주최로 12월9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사진전의 부제는 ‘국가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입니까?’이다. 삐걱삐걱 돌아가는 세상을 향해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11명이 국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사진으로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11명 참여

이상엽·임상태·성남훈 등 사진작가들은 국가의 주인을 찾아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요, 그 국민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얼굴이란 당연한 사실을 사진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들은 농민, 종교인, 연탄공장 노동자, 언론인 등 사회 각계각층 사람들의 모습을 뷰파인더에 담았다.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농부의 얼굴, 수줍게 웃는 수녀의 모습, 탄가루가 묻은 마스크를 쓴 광부의 얼굴까지 카메라를 들이댄 얼굴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이었다. 사진작가들은 사회의 각 영역에서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진정한 힘이 국정원과 같은 일개 권력기관이 아닌 이들 개인에게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인물사진 40여 점 속에 국가가 두려워해야 할 국민이 있다.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 사진전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린다. 전시 첫날인 12월9일에는 가수 손병휘가, 10일에는 클래식기타 연주가 윤현종이 공연을 선보인다. 11일에는 평화박물관이 아닌 서울 종로구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시와 노래의 만남’ 행사가 열린다. 시인 도종환과 포크가수 박강수가 송년의 밤을 빛낸다. 12일에는 배우 권해효가 진행하는 사진작가와의 대화, 박원순 변호사의 시민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관람료는 5천원, 희망제작소 후원 회원에겐 무료다. 입장권은 현장에서만 판매한다. 문의 02-2031-2185.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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