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초비상이다.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각 영업장은 사실상 주 6일 체제로 전환했다. 외부적으로는 자율적인 토요일 근무다. 하지만 자율을 믿고 토요일에 쉬는 임직원은 없다고 한다.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조원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1분기를 지나면 삼성전자의 사내 유보금이 6조원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94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분기별 실적을 집계한 2000년 이후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 해(2005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었던 회사로서는 비감스런 상황이다. 6조원은 엄청난 액수지만, 삼성전자로서는 충분하지 않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사업의 핵심인 반도체 부문과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은 이른바 ‘셧다운’(조업 중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일부 생산라인이 더 높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것을 검토 중이다. 업그레이드하는 7~8개월 동안 자연스럽게 라인 가동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등 핵심 전자제품 분야에서 일괄생산 구조를 갖췄다. LCD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보자. 삼성전자 탕정공장에서 LCD 기판을 만든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삼성SDI 그리고 삼성전기 등에서 만든 핵심 모듈(장치)을 결합해서 텔레비전 세트를 완성한다. 일괄생산 라인으로 이뤄진 높은 생산성 덕분에 삼성전자는 세계 디지털 텔레비전 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일괄생산 체제는 수요가 꽁꽁 언 상황에서는 독이 된다. 모든 사업장에서 재고가 쌓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여기에서 비롯한다.
이달 초 이뤄진 연봉 재계약에서 삼성전자 임원들은 연봉이 20~40% 삭감됐다. 전무급 이상 임원들은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Profit Sharing)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상무급도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익 목표를 초과하면 초과 달성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를 이듬해 초에 지급하는 PS 제도를 운영해왔다. 올해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문 전무급의 경우 10억~20억원대에 이르는 PS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구단 후원은 계속될까직원들도 상여금이 삭감된 ‘마이너스 재계약’이 대부분이었다. 해외출장 조건도 빡빡해졌다. 부사장 이하급은 대부분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야 할 상황이다. 상무급은 20시간 이내 거리일 경우, 부사장·전무급은 10시간 이내 비행일 때 이코노미석을 타도록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포츠 부문의 마케팅 스폰서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대회 타이틀스폰서를 중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010년에 만료되는 유럽 프리미어리그 첼시구단 후원 연장 문제도 고민 중이다. 스폰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첼시구단 후원을 통해 삼성전자는 유럽시장 공략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에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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