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발매 두 달 만에 10만 장 팔린 음반 〈Thank you〉, 유희열의 열광적이고 꾸준한 팬덤 </font>
▣ 강명석 〈매거진t〉 기획위원
문화방송 드라마 에는 유희열의 이 흘러나왔다. 여름날의 빗소리처럼 청량한 인트로를 담고 있던 그 음악. 그것은 대부분의 시청자에게는 화면 속을 달리던 윤은혜와 공유의 싱그러운 청춘을 꾸며주는 배경음악이었겠지만, 몇 년 전 유희열의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그 청춘의 거리로 보내는 타임머신이었다. 유희열은 문화방송 라디오 〈FM 음악도시〉의 ‘시장님’이었고, 그는 울면서 의 마지막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그렇게 그와 애청자들만의 라디오 천국을 만들었다. 지금 유희열, 혹은 그의 원맨 프로젝트 토이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는 사람들은 상당수 그 라디오 천국의 시민들이다.
가요 프로그램 1위, 콘서트 전회 매진
유희열의 새 음반 〈Thank you〉는 유희열이 이렇다 할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2달여 만에 1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첫 번째 싱글 은 한국방송 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그의 콘서트는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전회 매진, 25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1990년대에 인기를 얻었던 뮤지션들은 지금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유희열은 그들 중에서도 독특하다. 그는 그때도 ‘라디오 스타’였고, 공연도 자주 하지 않았다. 그의 상업적인 최고 성공작 〈Fermata〉도 30만 장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의 열광적이면서도 꾸준한 팬덤은 라디오 방송과 토이의 음악이 결합된 그의 독특한 퍼스낼리티 때문이다. 그는 에서 자신의 외모에 ‘자뻑’하고, 예쁜 여자에 대한 얘기로 한참 수다를 떨던 ‘능글맞은 오빠’였고, 때론 10~20대의 인생 고민들에 대해 조근조근 상담을 해주던 사려 깊은 카운슬러였으며, 조용필부터 팻 매스니까지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던 DJ였다.
유희열의 소속사 안테나뮤직의 정동인 대표가 “대학 문화라는 것 자체가 사라지는 시대에 대학 문화가 전달하던 것과 비슷한 것을 청취자에게 주려 했다”고 말한 것은 그가 팬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 청취자, 혹은 토이의 팬에게 유희열은 ‘멋진 대학 선배’ 같은 존재였다. 친구처럼 말도 잘 통하지만, 같이 있다 보면 은근히 존경하게 될 만큼 아는 것도 많고 재주도 많다. 그래서 〈Fermata〉에는 처럼 후배를 짝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담은 통속적인 노래 사이에 일렉트로니카와 재즈를 기반에 둔 사운드가 공존할 수 있었다. 일상에 밀착된 가사로 쓴 연애담과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문화적 코드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던 것이 유희열이었다. 〈Thank you〉가 발매 직후부터 음반 차트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멋진 선배의 귀환을 기다리던 그 후배들의 뜨거운 반응 때문이었다. 그러나 〈Thank you〉가 높은 음반 판매고를 보이고, 등의 싱글들이 거리와 블로그의 배경음악으로 등장한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대학 시절 멋진 선배가 다시 멋진 직장인이 되듯, 〈Thank you〉는 서른일곱 살이 된 그때 그 오빠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준다. 이지형이 부르는 은 토이의 히트 싱글에서 곧잘 나오는 젊은 남자의 열정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그러나 그는 과거처럼 화려한 오케스트라 편곡이나 ‘섬세함’으로 표현될 수 있는 달짝지근한 리듬을 들려주지 않는다. 을 지배하는 건 그 멜로디에 어울리는 1980년대 뉴 웨이브의 ‘뿅뿅거리는’ 전자음이다. 제목만큼이나 복고적인, 혹은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남자의 감성을, 유희열은 예쁘게 치장하는 대신 그 정서가 가장 어울리는 음악적인 공간으로 보낸다. 유희열은 자신의 팬들이 ‘좋아하던’ 음악 대신 지금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그들에게 새롭게 제시했다. 과 은 일반적인 대중가요의 기승전결을 따르며 점점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는 대신 몇 개의 멜로디를 계속 구성을 바꾸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곡을 완결 짓는다. 은 그 구성 변화에 의해 처음에는 차분하게 들렸던 멜로디가 후반에서는 대곡의 스케일을 가진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변화를 이끄는 것은 마치 실제 연주처럼 정교하게 컴퓨터로 프로그래밍된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이다. 〈Thank you〉는 유희열의 음반 중 가장 정교하게 통제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그것은 유희열이 구상한 곡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그려낸다.
‘꼿꼿하게’ 나이 든 프로페셔널의 모습
그는 과거 자신의 흥행 코드에 기대는 대신 지금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내놓았다. 유희열의 음악은 여전히 대중과 맞닿아 있지만, 지금 그는 부드러운 학교 선배가 아니라 ‘꼿꼿하게’ 나이 든 프로페셔널로 보인다. 자신의 팬들이 나이 먹은 만큼 함께 나이 먹으면서 뮤지션으로서의 다음 단계를 담은 유희열의 대중적 성공은 지금 1990년대 뮤지션들의 붐이 일어난 근본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유희열, 김동률, 이적 등 1990년대의 뮤지션들은 그때 그들의 팬에게 음악을, 스타일을, 청춘의 고민을 알려주는 선배이거나 친구였다. 이제 그들의 팬은 나이를 먹었지만, 지금 대중음악계에서는 너무 멀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사는 이야기를 할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 지금 그들은 유희열을 비롯한 90년대 뮤지션들에게 여전히 멋지고, 동경하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멋진 어른’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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