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에 빠졌던 평창을 다독일 클래식 축제, 제4회 대관령 국제음악제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사진 대관령 국제음악제 추진위원회 제공
사시사철 듣는 클래식 음악도 여름나기를 한다. 도시의 칙칙한 공연장을 벗어나서 산골 대자연 속에서 젊은 연주자들이 관객과 어우러지는 한여름 밤의 음악축제다. 명지휘자 카라얀의 아지트로 유명했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 폐광도시에서 문화관광의 전당으로 대박을 터뜨린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 음악제는 8월만 되면 전세계 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기대되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 콘서트
강원도 산동네 평창은 한국에서 ‘한여름 밤의 꿈’이 펼쳐지는 무대다. 국내외 주요 악단과 중견, 신예 연주자, 음악도들이 50차례 이상의 연주와 각종 행사로 관객과 소통하는 자리. 일류 연주자들의 레슨이 펼쳐지는 고급 교육마당. 이런 얼개로 4회째를 맞은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8월3∼26일 열린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거듭 실패하면서 비탄에 빠졌던 이 산골 동네의 낯빛을 클래식이 바꾸어놓게 된다. 그래서인지 주제도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다. 바흐, 베토벤, 드뷔시처럼 음악사를 뒤바꾼 선각자들의 명곡과 더불어, 다음 시대 선각자인 이 시대 현대음악가들의 다기한 실험작들을 같이 조명하게 된다. 클래식 음악의 전망을 되짚는 동시에, 실의에 빠진 평창 사람들의 마음도 다독이는 자리다.
관심의 초점은 9~12일, 17~19일 용평리조트 눈마을홀에서 여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 콘서트. 다양한 갈래의 현대음악 레퍼토리들이 줄줄이 국내 초연될 예정이다. 8개국의 실력파 연주자들로 구성한 세종솔로이스츠와 소프라노 유현아씨가 작곡가 고든 친의 ‘성악과 현을 위한 하이쿠’를 17일 세계 처음으로 연주한다. 세계에서 가장 짧다는 일본의 전통시가 하이쿠의 시적 이미지와 소리를 결합한 작품으로, 시인 바쇼와 부손의 하이쿠에 곡을 붙였다. 1곡 ‘여름 잔디’, 2곡 ‘깨어나서’로 구성된 곡은 세종솔로이스츠와 예술감독 강효씨에게 헌정됐다. 영화 에서 애잔하고 신비스런 소리를 들려준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작가 탄둔의 은 첼로 독주와 80여 개의 각종 타악기를 이용한 이색적인 실내악곡인데, 죄 없이 죽임을 당한 중국 여인의 설화를 바탕으로 억울한 희생양에 대한 추념의 의미를 담는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작곡가인 어거스타 리드 토마스의 은 빛의 인상을 표현한 디킨슨의 짧은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며, 아르헨티나 출신 작곡가 골리호브의 는 친구의 돌연사를 계기로 갑작스런 죽음의 순간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 고전 거장들의 작품으로는 하이든의 , 엘가의 ,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바흐의 등이 연주된다. 연주자로는 세계적인 중견 첼리스트 알도 파리소, 지안 왕과 정명화씨를 비롯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 피아니스트 이타마르 골란, 지휘자 함신익씨, 실내악단 켈러 콰르텟 등이 참여한다. 처음 내한하는 다매체 아티스트 노만 페리맨은 음악가들의 연주에 맞춰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거대 스크린에 창조하는 이색 영상 공연도 한다.
첼로콩쿠르·음악학교 과정 등도 주목돼
한편 올해 음악제는 세계적 첼리스트인 알도 파리소의 뜻에 따라 유망 첼로 연주자를 발굴해 미국 카네기홀에서 독주할 기회를 주는 ‘1회 알도 파리소 첼로콩쿠르’도 마련해 성과가 주목된다. 음악학교 과정에서는 심사를 거쳐 뽑은 19개국 학생 140여 명이 음악 전문가 25명으로부터 개인 레슨, 실내악 레슨을 받게 된다. www.gmmfs.com, 02-584-5494,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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