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주인공 스코필드와 석호필 간의 가상 더빙 찬반 토론
▣ 정재원 인턴기자·한양대 행정학4 arsenlupin007@cyworld.com
석호필이 한국말을 한다?! 의 주인공 스코필드(Scofield·웬트워스 밀러)가 한국을 다시 찾았다. 스코필드는 지난 방문에서 텔레비전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분명히 인데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더빙된 목소리가 궁금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천재적인 언어감각으로 한국어를 습득한 그는 문신을 설계도에서 ‘가나다라’로 바꾸었다는 후문도 있다. 스코필드는 한국의 ‘더빙이냐 자막이냐’ 논란에 대해서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 한국을 ‘급’방문해, 21시간 토론의 문을 두드렸다.
‘공중파’에서만큼은 자막보다 더빙을?
사회자 21 반갑습니다. 이번 주제는 ‘더빙 논란’입니다. 자막 옹호 쪽에는 스코필드씨가, 더빙 옹호 쪽에는 너훈아씨와 친분이 두터운 밤무대의 스코필드, 석호필씨가 참석해주셨습니다.
석호필 안녕하세요.
스코필드: 하이.
21 한국방송의 , 문화방송의 〈CSI〉, SBS의 .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포털 다음에서 지난 5월 말에 찬반 투표가 벌어질 정도로 더빙 논란이 거센데요. 김영삼 정권 시절에 자막을 권장한 적도 있죠. 먼저 석호필씨.
석호필 앞서 말한 방송사들은 ‘공중파’ 아닙니까? 국민에게 전파를 빌려 쓰는 공중파는 공익성을 우선해야죠.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낮으니까 자막이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빨리 지나가는 자막을 읽기 벅찬 사람들은 많습니다.
스코필드 시청률 조사를 보면 미드 최대 시청자는 30대 여성입니다. 이들이 자막을 읽기에 힘들다는 것은 비약 아닌가요? 더빙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갈증도 공중파가 보듬어야죠.
석호필 그들은 인터넷 등 다른 채널이 많습니다. 더빙을 하는 이유는 또 있어요.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영어지만 비속어가 많아서 원어로 내보내기 어렵다”고 지적하더군요. 공중파에서 가장 격한 감정표현이 뭔지 아세요? ‘젠장’입니다. 더빙을 통한 언어순화 역시 공익 실현이죠.
스코필드 언어순화라는 말에 어폐가 있네요. 더빙은 언어순화라기보다는 오리지널, 그러니까 원작을 훼손하는 겁니다. 의 악역인 티백을 보세요. ‘젠장’으론 부족하죠. 생김새만큼 목소리도 캐릭터에 결정적입니다. 영화 를 보셨어요?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목소리는 캐릭터 그 자체였어요.
석호필 훼손, 훼손 하시는데 뭐 자막은 아닌 줄 아세요? 가정용 텔레비전을 27인치로 가정해봅시다. 자막 방송을 하면 화면의 4분의 1에서 5분의 1이 자막에 가립니다. 화면의 20%를 못 보는데 이거야말로 원작 훼손이죠.
21 혹시 더빙이 자막으로 바뀐 사례는 없나요?
스코필드 EBS는 1994년부터 외화를 자막 처리하고 있습니다. 는 시간대를 옮기면서 자막에서 더빙으로 바꾼 독특한 케이스예요. 더빙 논란이 불거졌죠. 논쟁을 지켜본 담당 PD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자막 처리를 계속하겠다”고 하더군요. 이런 결론이니 신뢰할 만한 사례죠?
석호필 그것은 익숙함의 문제이지 더빙 자체의 결함은 아닙니다. 과거 TBC 방송사에서 인기 드라마 가 방송됐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TBC가 사라졌고, 문화방송에서 이어 방송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목소리가 이상하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항의했기 때문입니다.
브리와 메텔, 다른 인물 같은 목소리
21 두 쪽의 주장이 팽팽해서 결론이 안 날 것 같네요. 다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스코필드 사회자는 어린 시절 를 보셨어요?
21 스코필드씨가 를 아세요? 네, 재밌게 봤습니다.
스코필드 지난해 방영된 의 브리와 의 메텔은 목소리가 같습니다. 의 셰퍼드와 그 옛날의 가제트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어릴 때부터 20년 넘게 같은 목소리를 들으니, 목소리만 들어도 누가 주인공인지 아는 어메이징한(놀라운) 능력이 생기죠. 그래서 원인을 분석해봤습니다.
석호필 잠깐만요. 너무 비약하는 것 아닌가요?
21 원인을 찾았다고 하니 조금 더 들어보죠.
스코필드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구조적 문제입니다. 성우가 되려면 100~400: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더군요. 어떤 성우학원 원장은 PD마다 선호하는 배우가 있고, 특정 배우는 같은 성우가 계속 하는 것이 관행이래요. 그래서 주인공은 특히나 비슷한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되고요.
21 석호필씨 반론해주시죠.
석호필 익숙한 목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성우의 매력에 빠진 사람도 있습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목소리를 내는 강수진 성우나 인기 만화 의 이용신 성우는 팬사이트에 4천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기인입니다.
스코필드 그러면 뭐합니까? 입이랑 말이 따로 노는데.
석호필 제대로 보고 말씀하는 겁니까? 입과 말을 일치시키는 작업은 더빙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 고 투 스쿨’(I go to school)은 입 모양의 길이에 따라 ‘저는 학교에 갑니다’로도, ‘학교 가’로도 번역됩니다. 적당한 길이를 고르는 거죠. 그러고 나서도, PD가 입 모양이 ‘아’로 끝났다면 ‘아’로 끝나는 말을 찾는 조정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더빙도 입을 맞춰요.
자막 없으니 ‘음성다중’도 대안 안 돼
21 준비된 시간이 거의 끝나갑나다. 마지막으로 대안을 말씀해주시죠.
석호필 일본처럼 소속사 개념으로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올해 말 프로덕션형 단체가 출범할 예정이라더군요.
스코필드(비아냥거리며) 인기 성우가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할 수는 없죠. 그건 대안이 아니라 석호필 당신의 바람 아닌가요? 더빙으로는 입 모양 차이를 극복할 수 없어요. 그것보다 원어와 우리말을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음성다중’이 낫지요. 업무는 늘어나지, 실수로 한국어 대신 외국어로 방송이 나가면 시청자의 항의가 빗발치죠. 그러니까 방송사가 꺼리죠.
석호필 (화난 목소리로) 당신, 음성다중에 자막이 포함되지 않는 건 알기나 해? 자기가 네이티브라고 너무하신다~.
스코필드 석호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21 두 분 제발 그만하세요! 오래된 것의 편안함이냐 날것의 생생함이냐, 그것이 문제로군요.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신 석호필씨와 스코필드씨 감사합니다.
스코필드·석호필 (서로에게 악플을 달듯이) 셔~엇!*#%*$#%@# 젠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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