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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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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축제에 빠져들다

등록 2007-05-04 00:00 수정 2020-05-03 04:24

장르와 국적의 경계를 넘어선 실험작품 소개하는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 속으로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5월4∼5일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는 4천 개 이상의 풍선이 둥둥 떠다니는 풍선나라로 바뀐다. 물 위를 떠가는 구름처럼 천장과 전시장 사이를 온통 풍선이 메운다. 그 구름들을 만지고 그 사이로 뛰어다니고 걷고 하는 것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춤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가 만든 퍼포먼스형 프로젝트 (Scattered Crowd)은 이처럼 기상천외한 공간 연출을 내보인다. 이 작품은 4일 시작하는 국제 다원예술 축제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www.spirngwave.org)의 개막 작품이다. 미리 각본을 정해 춤꾼이 무대를 좌지우지해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즉흥적인 감각과 생각에 따른 몸짓이 그대로 확산된 춤판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춤, 설치미술과 퍼포먼스, 연극의 요소를 결합한 다원적 예술의 진수다. 안무의 연출을 극단적으로 개방한 포사이스의 이 작품은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일상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조작하는지를 색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괴기스런 퍼포먼스, 대사 없는 드라마…

올해 처음 시도되는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은 이처럼 예술 장르 간의 경계, 예술인의 국적별 경계를 넘어서서 이종교배적인 실험작품 15편을 소개하는 국제적 교류의 마당이다.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아르코 예술극장 등 7개 공연장이 그 무대가 된다. 외국 전위 예술인들과 손잡고 현대무용, 연극, 미술, 음악, 영화, 퍼포먼스 등을 새롭게 해체 융합하고 소통시키는 것이 행사의 주된 얼개다.

로댕갤러리의 환상적인 풍선 세상에 뒤이어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된 실험연극, 퍼포먼스 작품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안무가 라이문트 호게의 (11∼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와 전위적인 실험연극 연출로 유명한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24∼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이다. 둘 다 스프링웨이브와 아비뇽 페스티벌이 공동 제작해 한국에서 초연한다. 먼저 는 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마리아 칼라스가 1977년 숨진 장소가 무대다. 마리아 칼라스의 그 유명한 목소리는 관객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가를 화두 삼아 미니멀한 무대에서 배우의 굽은 등과 괴기스런 움직임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재해석을 꾀하는 신체 퍼포먼스다. 카스텔루치의 은 대사도 줄거리도 없이, 오직 시각적 몸짓(제스처)만으로 드라마를 실연한다. 잔 다르크의 은검, 샤넬 No.5 향수병, 거울, 흑인 여자, 남성들의 그림자 등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충돌하면서 전위 연극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평범한 한국 남성들이 다수 깜짝 배우로 출연하는 것도 화제다.

‘프로젝트 농악’‘오페라의 요령’도 이색적

우리 전통 장르나 현대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한 이색 작업들도 있다. 현대음악과 전통음악의 이종교배라고 할 수 있는 작곡가 한 로우의 (15∼16일, LIG아트홀), ‘판피린걸’이 나오는 만화 같은 팝아트 동영상 작업으로 각광받아온 현대미술가 홍성민씨가 극장 공간 자체를 슬쩍 비틀어 기획한 (28∼2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등이 그런 무대들이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는 3∼30일 회색 야생동물 가죽으로 바위들을 뒤덮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소음들을 즐기는 작가 나디아 로로의 미니멀, 팝아트 설치 무대가 컬트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기 춤꾼 안은미씨는 신작 무대 (7~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를, 한국적 아방가르드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는 전통악기 등으로 새 소리를 찾는 (18~19일, LIG아트홀) 무대를 꾸몄다. 각 공연 1만∼5만원, 02-725-1164∼5, www.springwav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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