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사이트 ‘코믹뱅’의 연재 중단 순정만화 부활 프로젝트… 제일 가능성 있는 복간작은 서문다미의 〈END〉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드디어 시작해버렸다… 떨린다… 음….”
1998년 나온 단행본 ‘를 시작하며’의 첫 문장이다.
“이 은 개인적으로는 ‘꼭 그려내야 할 무엇’이었습니다.”
2004년 나온 단행본 ‘작가의 말’의 첫 문장이다.
만 9년, 3년이 지난 2007년 현재, 떨리는 일이고 ‘꼭 그려내야 할 무엇’이었던 이 작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는 2000년 연재하던 잡지 〈NINE〉의 폐간과 함께, 은 2004년 의 폐간과 함께 사라졌다. 2권 마지막 페이지의 선명한 ‘To the third volume!!’(3권으로)은 실현되지 않았다. 은 ‘01’이라고 붙은 한 권의 단행본 뒤 소식이 없다. 한창 신나게 먹고 있는데 숟가락 뺏겼달까. 그런데 순정만화 팬의 이 ‘절절한 그리움’을 보듬어주는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이 만화의 끝장을 보고 싶다.’
“알바라도 고용해서 덧글 달고 싶어요”
만화 연재 및 정보 사이트 ‘코믹뱅’(www.comicbang.com, 씨엔씨 레볼루션)에서는 ‘연재 중단작 부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19일부터 올 1월10일까지, 연재 중단된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만화를 독자로부터 ‘희망 댓글’ 형태로 무작위 추천받았고, 1월31일부터는 그중 여덟 편의 후보작을 골라서 회원 1인 1표제의 2차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후보작 8편은 강경옥의 , 권교정의 , 나예리의 , 서문다미의〈END〉, 유시진의 , 이미라의 , 이정애의 , 이진경의 . 독자 추천을 많이 받고 있는 ‘톱3’는 권교정의 , 유시진의 , 서문다미의 〈END〉다.
코믹뱅의 김성훈 기자는 “웬만한 작가들이라면 한두 편 이상씩은 미완결작을 지니고 있다. 다른 어떤 장르에서도 볼 수 없는 만화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며 “한 사람의 독자로서 실제 복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제안했다”고 말한다.
“염원이 모이는 순간 당신의 바람은 현실로 이어져 작품은 다시 부활할지도 모른다”고 내세운 5천명에 많이 못 미치기는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절절하다. “만약 덧글 수대로 미완성 작품이 완성이 된다면 알바라도 고용해서 덧글 달고 싶습니다.”(leslie) “연재 중단 들어간 작품들 완결권까지 무사히 단행본으로 나와준다면 더 이상 여한이 없겠어요…ㅠㅠ”(빵가게재습…) “5천 아니라 5만이라도 독자들 소원을 모아올게요. 제 30대가 다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습니다.”(냠냠)
강경옥의 와 권교정의 , 이미라의 중 하나를 꼽을 수 없다는 김현정(토로쨩·25)씨는 “언제 연재될지 몰라 목 빠지게 기다리며 누구랑 누구랑 연결되기를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지현(지랭이·30)씨는 의 부활을 기대한다. “달랑 1권! 뭔가 펼쳐지기도 전에 중단 상태거든요. 작가분의 의욕을 초장에 꺾는 사태는 안 되는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순정만화’만 대상으로 한다. 순정만화에서 유독 그런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이재식 씨앤씨 레볼루션 대표는 생산-소비-유통에서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남자 만화는 연재가 중단되면 훌훌 털고 단행본으로 옮겨가면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자 만화는 그런 예가 별로 없다. 혼자 작업하는 작가들이 많고 오랜 구상 끝에 집약되어 나오는 것이라 잡지 형태가 아니면 연재를 끌어가기 힘들다. 그리고 열광적인 순정만화 팬들이 많다. 그들은 오래오래 작품을 기억한다. 단행본 구입까지 하는 충성도 높은 독자들이다.”
만화가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슬럼프나, 애정이 식거나 하는 작가의 사정이 한편에 있다. 는 이정애 작가가 ‘만화 절필 선언’을 하면서, 는 송채성 작가의 작고로 ‘강제 종료’되었다. 잡지에 의해 연재가 중단되기도 한다. 김은희 작가의 이나 서문다미의 〈END〉는 잡지의 편집 방향에 따라 중단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잡지의 폐간’이다. 복잡한 만화잡지의 역사는 ‘창간’의 역사라기보다는 ‘폐간’의 역사였다. 잡지 하나가 폐간되면 여러 편이 한꺼번에 매몰되어버린다. 최근 사례로 보자면 2004년 6월 시공사가 만화 사업을 접으면서 와 를 폐간했다. 갑작스럽게 폐간된 는 등 여러 미완성작을 남겼다. 시공사는 단행본으로나마 이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END〉가 프로젝트의 ‘끝’이 아니길…
연재가 중단된 작품을 재개하는 노력은 간간이 이어졌다. 〈NINE〉 폐간과 함께 중단됐던 이진경의 는 2004년 에서 부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회 연재된 뒤 가 휴간하면서 사라졌다. 강경옥의 는 1991년 에 연재를 시작했지만 잡지 폐간으로 중단되고, 10년이 지난 2002년 에 다시 연재를 재개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곧 중간되었다. 코믹뱅에서는 의 폐간으로 중단되었던 유시진의 〈ON〉을 지난해 4월부터 온라인 연재로 재개했고 4월 ‘끝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코믹뱅에서 연재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은 서문다미의 〈END〉다. 〈END〉는 1999년 에서 연재를 시작했으나 2002년 ‘연중’(연재중단)된 공상과학(SF)물이다. 현재 8권까지 단행본이 나왔는데 결정적인 장면에서 끊겨서 독자의 재개 요구가 높다. 이재식 대표는 “독자들의 호응도와 중단된 시점, 작가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가장 가능성 높다”고 말한다. 작가도 홈페이지에서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긴 하지만 〈END〉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며 부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ND〉가 ‘부활 프로젝트’의 ‘끝’일 순 없다. 〈END〉의 ‘The end’가 다른 ‘부활 프로젝트’의 ‘To be continued’이기를 순정만화 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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