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기자
고양이들은 오라고 명령했을 때가 아니라 그들이 오고 싶을 때만 사람에게 다가온다.
-(2004) 중에서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을래? 고양이를 여섯 마리나 가진 친구가 물었다. 마음이 동했으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의 반려자가 10평 남짓한 원룸에 갇힌 채 살이 피둥피둥 쪄서 고혈압에 시달리는 걸 원치는 않는다. 나는 정기적인 스케줄로 움직이는 직업의 종사자도 아니다. 제때 밥을 줄 수도, 제때 방을 청소해줄 수도 없다. 고양이는 결국 영양실조(혹은 과다)와 정신적인 공황과 마구 얽힌 털과 피부병 등으로 고생하다가 좁은 원룸에서 원망 속에 숨져갈 것이다. 게다가 나는 개를 키워본 경험밖에 없다. 개는 주인을 알아본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불쌍한 눈을 찡그리며 간다. 지인들에 따르면 고양이는 정반대의 행태를 가진 동물이다. 결코 나를 주인으로 모시지 않을 것이며, 조금 귀찮지만 제때 밥을 주는 친구로만 여길 것이다. 내가 개와 좀더 가까운 혈족처럼 느끼는 까닭은 그들이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리라. 밥벌이를 위해 주인을 섬기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애교를 떨고,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고 짖다가도,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배를 위로 향한 채 드러눕는다. 개는 사람이고, 사람은 개다. 인간사 복잡한 이유는 인간이 개를 닮았기 때문일 테지. 우리가 고양이들의 반만 닮았더라도 지구는 지금보다 (에라, 말하자!) 무심한 듯 시크한 행성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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