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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타임] 히스테리여, 여성을 벗어나라

등록 2007-03-09 00:00 수정 2020-05-03 04:24

섹슈얼리티·황우석 사건 등 다룬 모노드라마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요즘도 신체·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이는 ‘히스테리’(Hysterie)를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히스테리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을 떠올리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생명체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자궁(그리스어로 ‘히스테라’)이 뜻을 이루지 못했을 때 히스테리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플라톤 같은 고대 석학들의 ‘의학이론’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만큼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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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여성단체인 YWCA, (사)문화미래 이프 등과 함께 연극인 이영란이 이끄는 극단 ‘목토’가 여성연극 을 무대에 올린다. 이들 단체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에 관련된 난자 채취 피해 여성들을 위한 청구소송을 진행하며 왜곡된 여성의 몸과 생명을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하려고 공연을 준비했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선보인 이영란의 모노드라마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여성연극 는 을 통해 억압되지 않은 ‘자신’을 찾아낸 여성이 사회적 맥락에서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형식을 취한다. 엉뚱한 몸 박사 닥터리가 여성의 몸에 관한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설득력 있는 담론을 펼치는 것이다. 모노드라마가 입체적으로 구성되는 것도 볼거리다. 히스테리와 섹슈얼리티, 임신·출산, 황우석 사건 등을 토크쇼와 강연극, 퍼포먼스 등의 형태로 선보인다.

이제 여성이 욕망을 실현할 수단과 방법을 지니지 않았다는 고정관념은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자궁은 열등한 여성의 상징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일 뿐이다. 연극 를 통해 여성들이 몸이 깨어나는 경험을 한다면 남성들은 몸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몸에 대한 화두를 유쾌하게 던지는 모노드라마를 보는 것으로 공존의 미덕을 간직할 수도 있다. 3월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1관, 02-3676-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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