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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음악, 미치도록 느껴봐

등록 2007-02-16 00:00 수정 2020-05-03 04:24

24곡의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이 버무려진 감각적 뮤지컬 …로큰롤이 퍼붓는 감성 세례와 농익은 연기 앞에 흥분하게 되리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최근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이 영화계 안팎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 영화는 여성감독 데보라 캠프마이어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1950년대 미국 남부 지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만들었다. 꼬마 주인공 르웰린(다코타 패닝)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에 열광하는 소녀다. 르웰린은 프레슬리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10대 소년들 앞에서 프레슬리 모창을 하다 강간을 당한다. 논란은 12살 배우가 강간당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객 눈에 강간 장면은 스치듯 지나간다. 이 영화를 본 영화감독 김태영씨가 “엘비스 프레슬리만 기억에 남아 있다”고 밝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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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시트콤과 공연 현장의 만남

그만큼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은 강력하다. 영화에서 충격적인 강간 장면을 압도하고 남을 정도로. 2005년 2월 미국 브로드웨이 ‘팰리스 시어터’에서 초연한 뮤지컬 이 프레슬리의 노래 24곡에 기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레슬리의 히트곡 퍼레이드만으로도 유쾌한 쇼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로큰롤 히트곡으로 꼽히는 를 듣는 것만으로도 프레슬리를 추억할 관객이 적지 않다. 게다가 프레슬리의 노래는 처럼 로맨틱한 관계의 종말을 풀어내 감각적인 스토리 구성을 돕는다. 노래만으로도 드라마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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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뮤지컬 에서 사소한 에피소드를 감질나게 풀어내는 재주를 부린 작가 조 디피에트로가 가세해 프레슬리의 강렬한 음악을 감각적 스토리로 풀어냈다. 조 디피에트로는 셰익스피어의 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랑과 열정, 즐거움을 버무린 뮤지컬 을 탄생시켰다. 올드 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감독 스티븐 오레무스의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프레슬리의 로큰롤이 시대의 벽을 깨고 오늘의 청춘에 감성 세례를 배풀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까닭에 뮤지컬 은 팝뮤지컬의 선두주자 의 아성을 허물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이런 기대는 속절없는 바람이 아니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본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뮤지컬 의 프리뷰 공연은 프레슬리의 음악이 동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간 듯했다. 떠돌이 방랑자 채드가 보수적인 마을에 들어가 음악과 춤 그리고 사랑을 전파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실감나게 전개됐다. 마치 명랑 시트콤을 즐긴 뒤, 덤으로 공연 현장을 찾은 느낌을 안겨줬다. 모든 여성이 선망하는 채드를 철저히 무시하는 큐레이터 미스 샌드라가 일하는 미술관에 전시된 조각 작품들이 살아나 무대를 휘저을 때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으리라.

곳곳에 심어놓은 한국적 웃음

비단 복고 열풍에 휩쓸리지 않더라도 뮤지컬 에 빠져들 이유는 적지 않다. 나탈리로 분한 윤공주와 이소은의 소년 같은 매력, 데니스로 분한 정성화의 농익은 무대 기질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프레슬리가 흑인의 선율을 백인의 정서로 해석한 음악으로 시공간을 초월했듯이, 태평양을 넘어와 라이선스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 은 곳곳에 한국적 웃음을 심어 관객층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뭔가 새로운 팝뮤지컬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저 관객의 기호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제작진이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갖가지 흥행 코드를 버무린 ‘프레슬리에 의한 동화’의 탄생에 만족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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