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간의 파리를 담은 윌리 호니스의 사진전 ‘나의 인생, 나의 사랑’…평범한 거리의 사람들이 공간을 채워나가며 특별한 프레임을 완성하다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950년, 한 남자가 파리 시몬 볼리바 거리의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가 시야에 들어온 경치를 숙고하고 있을 때 뒤에서 아이와 이야기하는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그녀가 계단 아래쪽으로 내려가 공간의 빈 곳을 채울 때까지 기다린다. 그녀가 인도에 거의 이르렀을 때 백마가 끄는 큰 짐수레가 나타났고 길 반대쪽에선 인부가 신호등 수리를 위해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두 명의 일행이 길의 반대쪽에서 조심스레 유모차를 밀고 또 다른 여인과 아이가 손수레를 밀면서 공간을 채우고 오른쪽의 자그마한 가게 앞에선 흰 작업복을 입은 사내가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단 왼쪽 난간 아래 살짝 모습을 드러낸 고양이가 지켜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파리의 일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광경은 사진의 프레임 속에서 완벽하게 질서가 잡힌 이미지이기도 하다.
윌리 호니스는 브레송, 두아노, 이지스 등과 동시대에 파리를 기록한 사진가다. 파리를 기록한 사진가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호니스만의 고유한 관점이 있으니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따뜻한 인간미로 지켜봤다는 점이다. 그래서 호니스의 파리는 브레송의 파리와 다르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호니스와 달리 부유한 제조업자 집안 출신인 브레송은 호니스가 태어나서 자라난 거리, 30대 후반부터 평생 사랑했던 벨빌-메닐몽탕(Belleville-Menilmontant) 같은 거리를 좀처럼 찾지 않았다. 호니스에게 그 거리들은 부자 동네에선 찾아보기 힘든, 인간미가 풍겨나는 ‘진정한 파리’였다.
복잡한 구성 속에 깃든 ‘진정한 파리’
호니스는 “아주 드물게 요소를 많이 포함시킨” 사진을 자주 찍었다. 컬러보다 흑백이 단순하기 때문에 흑백을 선호하는 사진가가 많은 것처럼 하나의 사진 안에 여러 요소를 포함시켜서 성공적으로 깔끔한 사진을 찍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다름 아닌 자신감의 발로이며 어떤 대상을 찍기에 앞서 아주 세심한 관찰을 했다는 증거다.
그는 사진을 위한 어떤 요구나 미장센도 없이 작업을 했다. 사진에서 미장센이란 ‘연출’이란 뜻이다.
호니스는 “나는 특별하고 특이한 것을 좇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을 기록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진을 위해 특별한 볼거리나 특이한 명소를 찾아다니는 사진가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가 기록했던 일상적인 파리 사람들의 골목길 풍경엔 그의 시각으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 들어 있다. 그가 그 시절에 마주친 파리의 골목은 영원히 사진 속에서 빛난다. 비록 호니스는 1951년에 찍은 그 거리를 80년에도 찍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그가 마주쳤던 일상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거리다. 왜냐하면 거기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1934년부터 98년까지 65년간의 파리를 담은 흑백 프린트 200여 점이 걸려 있는 윌리 호니스의 사진전 ‘나의 인생, 나의 사랑’은 갤러리 뤼미에르 주최로 2월28일까지 조선일보 정동별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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