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기자

“어느 날 밤 일어나보니 팬티에 피 같은 뭔가가 묻어 있었어. 엄마에게 달려갔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이런 제기랄. 생리가 시작됐구나. 이게 바로 니 인생에서 벌어질 모든 말썽의 시작이란다. 엄마가 옳았어.”
(200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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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입맛처럼 우울증이 찾아왔다. 별 볼일 없는 일 때문에 불안해지고, 혼자 방구석에서 수양이나 하고 싶어지고, 평소에 잘 하던 일들도 도무지 손에 잡히지가 않고, 속은 수시로 더부룩하고 근육통은 예년보다 심해지는 동시에 달고 짠 음식은 지나칠 정도로 당겼다. 딱 PMS(생리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이로군. 이 말을 했더니 아는 몇몇 누님들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달린 놈이 참으로 맹랑하구나. 발칙한 니가 진짜 PMS의 고통을 알기나 하느냐. 뭘 모르고 아는 척한 것이 겸연쩍어 네이버 지식검색님께 여쭤봤더니 PMS란 놈은 해도해도 너무한 놈이었다. 이런 고통이 정기적으로 찾아온다니. 게다가 이걸 서른이 넘어 깨닫다니. 배워먹을 대로 배워먹은 남성들도 여성의 고통 하나 이해 못하는 데가 지구라는 행성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중증 인터넷 중독자의 네이버님과의 대화는 밤새도록 주제와 소재를 바꿔 이어졌고, 언제나 그렇듯이 보지 말았어야 할 소년/청년/장년/노년 남성 악플러들의 글이 망막에 처박혔다. “생리를 하는 여자들이 어떻게 우주인 후보가 되냐. 우주에서 생리하면 누가 치우냐.” 한국 누님들의 진정한 고통은 PMS가 아니라 애당초 PMS는커녕 생리의 메커니즘도 이해하지 않으려 드는 한국-남자-바보들이 아닌가. 우리는 정말이지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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