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기자
미카: 이봐요. 일어나라구.
승객: (부스스 일어나며) ×발. 넌 누구야? 여긴 씨× 어디야?
미카: 너는 지금 ×발 택시에 있고, 목적지에 ×나 가까우며, ×발 요금을 처내야 해.
짐 자무시의 (Night On Earth)(1991) 중에서
100%의 택시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신세한탄에 가까운 막무가내 정치 환담을 피해간다 싶으면, 관광버스 뽕짝의 공격이 대기 중이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택시 앞자리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싶으면, 지름길은 피해가고 막힌 차선만 훑는 택시기사를 소심하게 속으로만 원망하게 된다.
오랜 택시 생활에도 도무지 100%의 택시를 찾을 수 없었던 나는 100% 택시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심증을 굳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지난주 목요일도 별 기대는 없었다. 퇴근길에 낡은 택시를 잡은 나는 좌석에 몸을 기대는 동시에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어폰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으면 정치도 뽕짝도 무시무시한 야밤의 속도도 모두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좀 달랐다. 택시의 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가요 메들리가 아니라 존 레넌의 <imagine>이었다. 안도한 나는 이어폰을 빼고 오랜만의 <imagine>을 나지막이 따라 불렀고, 존 레넌의 목소리가 끝나자 기사는 오래된 녹음 테이프를 스테레오에 밀어넣었다. 환청 같은 오케스트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건스 앤 로지즈의 <november rain>. 우리는 한마디의 대화도 없이 각자 노래를 흥얼거렸고, 택시는 기타 연주에 맞춰 부드럽고 열정적으로 움직였으며, 노래가 끝나자마자 택시는 상수동에 멈췄다. 100%의 택시는 존재한다.
</november></imagine></imagine>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아빠 제발 정무적 판단 좀 하세요”…여당 의원 가족도 ‘탄핵 찬성’ 촉구
윤 대통령, 계엄날 안가로 경찰청장 불러 ‘10개 장악기관’ 전달
국힘 “이재명 불출마 선언하면 윤 대통령 하야할 수도”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노종면 “계엄 다음날 ‘윤 참석 안가 회동’에 술·수육 들어갔다 제보”
부산 여고생 “보수 문드러진 지 오래” 116만뷰 열광시킨 연설
[단독] 김용현 “윤석열, 직접 포고령 법률검토 했다”
‘정부 대변인’ 유인촌 “계엄 전부터 탄핵 탓 국정 어려워”…계엄 합리화
‘친윤’ 결집의 순간 [한겨레 그림판]
윤석열의 ‘격노 스위치’…국무회의 중 불쑥 나가선 “계엄 선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