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언어 규칙’은… 거짓말로 이루어져 있었다.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한길사 펴냄)
나치 관료들은 유대인 학살을 ‘최종 해결책’, 유대인 이송을 ‘재정착’ 등으로 불렀다. 이런 언어 규칙은 맨정신으로 미친 짓을 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아렌트의 분석에 따르면 나치의 ‘거짓말 체계’는 그들이 하는 짓을 남들이 모르게 하는 암호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들을 위해서다. 즉, 유대인 학살을 살인에 대한 그들의 오랜 ‘정상적인’ 지식과 동일시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말씀. 관료들의 클리셰, 상투어, 공허한 전문용어, 닳고 닳은 번지르르한 언어들. 북한 핵실험을 두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되풀이되는 군사적 제재, 무역 봉쇄, 포용 정책 포기, 이에 따른 북한의 물리적 대응. 이 부드러운 표현들 덕분에 관료들은 불면증에 걸리지 않고 미친 짓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용어 하나하나에 수백만의 목숨이 저승을 왕복한다. 민중의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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