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우리는 정말 비극적인 인간들이다. 도살자의 손을 가진, 선량한 영혼들.</font>
(2005) 중에서
▣ 김도훈 기자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라이카 카메라를 산 것은 두 달 전이다. 카메라를 판 사람은 이스라엘 북쪽의 해안 도시에 사는 남자였다. 그는 박스와 증명서가 없는 물건이니 알아서 하시라는 투의 설명을 경매 설명에 첨부해놓았고, 이역만리의 퉁명스런 남자를 믿을 수 없었던 나는 경매를 포기하겠노라 했다.
그랬더니 친절하고도 자세한 메일이 도착했다. 그 카메라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물건이었는지에 대한 짧고도 사려 깊은 글이었다. 카메라는 구입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름답게 작동한다고 했다. 친절한 답변에 감화된 나는 돈을 보냈고 겹겹이 포장된 카메라가 2주 만에 날아왔다. 이스라엘이 ‘여름비’ 작전을 시작하며 레바논의 시민지구를 무차별 공습하기 딱 한 달여 전이었다. 레바논과 가자지구의 시민들은 여름비에 찢겨나가고, 이스라엘의 국경 도시에는 하마스의 소나기가 떨어져내린다.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삶도 멈춘다. 카메라를 판 남자는 곧 이베이에서 사라졌다. 한 달에 십수 개의 물건들을 경매에 올리던 남자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카메라를 판 돈을 더해 지중해 어디론가 휴가를 갔을 수도 있고, 전쟁의 기운을 피해 남쪽 도시의 친척집에 머무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게다. 어쨌거나 그의 카메라는 수만km의 엑소더스에 성공해 서울로 왔고, 카메라는 여름비에 걱정 없이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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