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세계를 재면 거리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동아일보사 펴냄)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북그린란드 원주민의 거리 단위는 ‘시니크’다. 이들은 여행 중에 몇 밤을 잤느냐로 거리를 측정한다. 그래서 궂은 날씨면 시니크는 늘어나고 쾌청한 날씨면 줄어든다. 세계적인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도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으며 이와 비슷한 거리감을 습득했다. 말하자면 이렇다. 1km는 머나먼 길이고, 2km는 상당한 길이며, 10km는 엄청나며, 50km는 더 이상 실감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이러다 보니 지구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졌다. 풍경화에나 있던 숲은 입체적으로 다가왔고, 지나쳤던 사람과 사물을 만났다. 걷느냐 혹은 무엇을 타느냐에 따라 길은 멀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며, 세상은 넓어지기고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 가끔 자본의 고속열차에서 훌쩍 뛰어내리고 싶지 않은가. 미국에 3360km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790km의 백두대간이 있다. ‘더 이상 실감나지 않는 거리’를 16번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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