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씨네21> 기자
로즈마리: 제발 내가 이쁘고 뚱뚱하지도 않다는 말 그만 좀 해주실래요.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불편해져요.
할: 음, 알겠어요. 남들한테서 칭찬받는 게 그리 불편한가 보죠?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2001) 중에서
캐나다에서 만났던 오양은 말했다. 나는 뚱뚱한 남자가 좋아. 뚱뚱하면 뚱뚱할수록 좋아. 뚱뚱한 사람한테 끌려. 그 자리는 몇 명의 남녀가 둘러앉아 서로의 이상형에 대해서 논하는 유치한 난담판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심은하 닮은 여자가 좋아. 나는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남자가 좋아. 하지만 그때까지 내가 만나본 여인들 중 가장 똑똑한데다 이쁘기까지 했던 오양은 자신만만한 쌍꺼풀을 끔뻑거리며 말하는 게 아닌가.
나는 뚱뚱한 남자가 좋아. 정말이지 그 말은 짜릿했다.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연애상대의 몸 본새를 물어보면, 대부분은 스탠더드한 호남호녀의 외양을 지루하게 늘어놓는다. 자신의 속내를 들킬까 염려하는 이상한 수줍음 때문일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뭐 그리 변태스러운가. 나는 앞머리숱이 없는 남자가 좋아요. 나는 가슴이 낙화암 절벽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여자가 좋아요. 나는 함께 누워 있을 때 포근하게 내 등에 맞닿는 출렁이는 뱃살을 가진 남자가 좋아요. 나는 눈이 루시 리우처럼 멋지게 찢어진 여자가 좋아요. 당신의 이상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순간에 삶은 진실로 풍요로워진다. 그나저나 캐나다의 오양을 우연히 안국동에서 마주친 것은 딱 2년 전이었다. 그녀는 산만 해진 배를 붙잡고 그렇게도 반가워했더랬다. 그녀의 배를 불린 그 남자는 멋지고 근사하고 섹시한, 뚱뚱한 남자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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