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우리가 아랍인인 줄 알아. 도대체 언제부터 페르시아가 아랍이 된 거지? <크래쉬>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지난해 가을 오랜만에 영국에 갔다.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3층 건물 하나를 3년 동안 짓는 사람들이니 거리가 달라질 리 만무하다. 날씨도 그대로였고, 자메이카인들이 여는 길거리 시장도 그대로였고, 모퉁이 카페에 항상 앉아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도 그대로였다. 옛 기억을 되씹으며 친구가 일하는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문으로 들어서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애들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당황해서 멈춰 있는 나를 향해 한 아이가 입을 열었다. “한국인이야?” 귀를 씻어도 믿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몇 년을 외국에서 보내면서 알게 된 건 ‘아시아인은 모조리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이라는 그 나라 아이들의 사고방식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놀라서 멈칫거리는 내게 아이들이 다시 물었다. “너 박지성 알아?”
물론 그들이 축구선수 한 명 덕에 중국인과 일본인과 한국인을 구분하는 감식안을 갖게 된 건 아닐 터이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는 이제 저절로 깨달았을 것이다. 아시아인이라는 얼굴 평평한 족속들을, 일본인과 중국인의 두 종류가 아니라 적어도 세 종류로는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정한 통합은 애들의 이해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여. 당신들이야말로 진정한 유나이티드(United·결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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