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왕! <벤지>(1974)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영화는 <벤지>였다. 엄마의 증언에 따르면, 아직 탯줄 뗀 자국도 없어지지 않았던 나는 엄마의 무릎에 앉아서 마산의 한 극장에서 <벤지>를 보기 시작했다. 타이틀과 함께 벤지가 등장했다. 왕!왕! 나는 큰 목소리로 벤지를 따라 짖었다. 왕!왕!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엄마는 ‘귀여운 내 새끼’라는 표정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전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나의 첫 극장 나들이였다. 그 기억이 남아서일까. 그때부터 개가 나오는 영화는 뭐든 좋았다. 영화 속의 개들은 행복했고, 나는 세상을 개처럼 살고 싶었다. 그랬다. 어려서 세상을 몰랐던 거다. 꼬질꼬질 때묻은 채로 상수동을 떠돌던 시추 한 마리가 요즘은 통 보이질 않는다. 유난히 추운 겨울. 애완견이었을 그 녀석은 동네 터줏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게다. 주인을 떠올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따르다 모진 발길질에 차였을 게다. 오늘도 인터넷 분양 사이트에서는 소녀들의 글이 올라온다. “강아지를 샀는데 엄마가 못 키우게 해요. 20만원에 팝니다.” 사는 사람은 없을 테고, 엄마는 강아지를 버렸을 테고, 소녀는 금세 잊어버렸을 것이다. 견공의 해를 맞이한 세상의 모든 길 잃은 벤지를 위해서라도, 올해는 꼭 ‘애완동물 라이선스 제도’가 시행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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