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휩쓰는 만남 프로그램들, 들여다보면 세대별 공략법 제각각
눈물샘 자극하는 과거 재연이나 경쾌한 토크쇼 형식도 모두 ‘현재’의 자화상
▣ 강명석/ 대중문화 평론가
한국에서 만남 프로그램이란 곧 ‘과거’와의 만남을 의미한다. 한국방송
<꼭 한번…>과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과거를 직접적으로 재연하는 것은 물론, 재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재연은 지난 몇십년간 그들의 각박한 삶을 보여주고, 더불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그 시절의 풍경을 스케치한다. 그때는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부잣집에 팔려가다시피 해서 식모살이를 하는 게 당연했고, 배가 고파 어떤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들의 고생은 그 시대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이어지는 만남은 강한 카타르시스의 순간이 된다. 그래서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배고픔 때문에 ‘팔려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세대에게 강한 결속력을 준다. 그들은 <꼭 한번 만나고 싶다>를 통해 이젠 신세대에겐 있었는지조차 실감나지 않는 그 시대의 정서와 풍경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같은 재연이라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눈물의 순간이지만, 그 전후에 MC 김제동과 여자 연예인을 통해 최대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주인공과 부모의 만남 이후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이는 만남 이후가 거의 없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와
<!느낌표>, 혼혈아와 할머니의 미래는?
1980년대엔 ‘이산가족 찾기’가 곧 ‘국민 정서’였다. ‘이산가족 찾기’에 담겨 있는 과거에 대한 아픔과 눈물의 감정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사이 1990년대의 ‘X세대’는 1980년대에서 벗어나 ‘쿨’해지고자 했고, 모바일과 인터넷을 생활 필수품으로 사용하는 2000년대의 변화는 1990년대를 이미 ‘복고’로 만들고 있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와 <해피 투게더-프렌즈>를 보는 세대가 갈리면서도, 그들이 모두 만남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불과 몇년 만에 거리 풍경이 바뀌는 한국에서 그들이 자신의 과거를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자신과 과거를 공유했던 사람을 만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의 만남 프로그램은, 과거를 추억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의 현재에 대한 자화상이다. 알고 보니, 우리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아니면 어디서든 과거를 찾기 힘들고, 다른 세대와 무엇을 공유하기도 힘든 시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과 필리핀 등에서 온 여성들과 한국 남성의 국제 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할머니를 찾아가는 문화방송 <!느낌표>의 ‘집으로’의 접근은 흥미롭다. 그 아이들은 자신과 같은 세대가 아닌 할머니를 만나고, 프로그램의 초점은 만남 자체보다는 그들이 새로 형성할 미래에 맞춰져 있다. 과연 2000년대의 아이들은, 그리고 우리의 미래는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을까. ‘집으로’의 아이들과 할머니가 공유할 수 있는 과거가 존재할 그때까지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계속 살아남으며 그들 나름의 일기 역할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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