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학산문화사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거미는 벌레들을 죽인다. 사자는 짐승들을 죽인다.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생명체에겐 어떤 보이지 않는 ‘명령’이 존재한다. 그 명령이 외계 생물체에게 한없이 지구상에 독을 퍼뜨리는 인간들을 죽이라고 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 명령의 수행자와 명령의 희생자가 저항하기 시작한다. 자, 어떤 것이 옳은가. 이 명령에 순응해 지구의 독을 제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저항하여 인간을 지키는 것이 옳은가. 생명은 명령에 지배당하는 동시에 명령에 저항한다. <기생수>는 서두에 거창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놓고는, 당최 잠을 못 자게 하는 스릴러를 펼쳐나간다. 할 일 없는 사람이라면 철학적 주제를 곱씹어보고, 내일 야근이 걸려 있으면 빨리 읽고 모자란 잠을 청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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