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내가 반해버린 문장] “그 매장에 있으면 내가 모여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등록 2005-06-23 00:00 수정 2020-05-03 04:24

<파크 라이프>(요시다 슈이치 지음, 열림원 펴냄)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주인공이 이름 모르는(이름 물어보지 않은) 스타바(스타벅스) 여자를 공원에서 두 번째 만났을 때 여자는 이 말을 했다. 주인공의 상사는 스타바 여자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저 가게에 있는 여자들 말이야. 너무 우아한 척하는 느낌 안 들어? ‘일본에도 스타벅스가 꽤 많이 늘었네. 내가 로스앤젤레스에 있을 땐 하나도 없었는데’라고 말하는 폼이라니.” 주인공이 스타바 여자에게 커피를 보답하려고 간 스타벅스, 새삼스럽게 안을 둘러본다. 센스 있게 차려입고, 흠잡을 데 없이 화장한 여자들은 ‘나를 쳐다보지 말라’며 방어적으로 앉아 있다. 스타바 여자는 이 여자들을 잘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숨기고 있는 건 없어.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스타벅스와 베이직 마스카라와 겐조 향수와 캘빈 클라인 바지만 있으면 어디든 존재하는 나. 이제 내가 숨길 건 내가 시뮬라크르라는 사실뿐인 건 아닐까?

광고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4월3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