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씨네21> 기자
It’s no shame to shame to be poor. But it’s no great honor, either.
가난을 부끄러워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난이 대단한 명예인 것도 아니다. - <지붕 위의 바이올린> 중
인터넷 쇼핑이 그리도 달콤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내 이름이 오롯이 새겨진 카드가 손에 들어왔을 때부터였다. 새벽 마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지워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 불타는 소비본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 DVD로 시작된 인터넷 쇼핑은 스웨덴제 수입 조립 가구를 거쳐서 급기야는 45만원짜리 접이형 자전거로 진화했다. 매달 꼬박꼬박 날아오는 카드비 청구서의 선전포고가 시작되고, 만 30살이 되기 전에 꼭 들어놓아야 한다는 변액보험, 건강보험은 기억에서 삭제. 하지만 다음주 수요일에 도착할 택배 상자를 뜯는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었다. 맞아. ‘쇼핑 만족도 대비 가난 쪼들림’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게다가 가난이 대단한 명예는 아니라는데, 봉급쟁이한테 명예가 어딨어. 그러다 보니 유대인 농부들의 자본주의 사상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는 심플한 자기합리화에 다다르고 말았다. 어쨌거나 지붕 위의 바이올린 소리가 돈으로 환산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고로 탈무드 말씀은 이제 대략 즐 쳐드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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