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까라마조프의 형제>(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범우사 펴냄)</font>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인데, 저 기나긴 <까라마조프의 형제>를 통틀어 ‘결정적 장면’을 찾아내라고 한다면 나는 이 장면을 택하고 싶다. 신의 구원을 부정하는 이반과 성자를 닮은 동생 알료사가 마주 앉는다. 알료샤는 이반에게 묻는다. “그럼 소중한 무덤은? 사랑하는 여자는? 형님은 무엇을 발판으로 살아가겠다는 겁니까? 어떻게 그런 것들을 사랑하겠냔 말입니다.” 이반은 말한다. “무엇이든 견디어낼 만한 힘은 있어!” “어떤 힘인데요?”(알료샤) “까라마조프적인 힘이지…. 까라마조프적인 비열한 힘 말이다.”(이반) “그건 음탕 속에 빠져 영혼을 질식시키는 거죠? 그렇죠, 형님?”(알료샤) 철학이니 신학이니 주저리주저리 떠들지 말고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인간에게 구원은 없어!”라고 말한 뒤엔 무엇이 남을까. 모든 것을 냉소하는 이성주의자 이반은 이런 질문 앞에서 고통스러워한다. 그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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