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불황의 출판계에 장르문학 출간 붐 일어… 추리·스릴러 소설을 시리즈로 맛본다</font>
▣ 이다혜/ 자유기고가 dahye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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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출판계의 불황에 우뚝 선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는 200만부 판매를 돌파하면서 온갖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워낙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덕에 영어학원에서 교재로 사용했다가 번역의 허점이 노출되었는가 하면, <다빈치 코드>의 허구를 증명하겠다는 책들이 한국에서 출간된 것만도 다섯 손가락으로 다 꼽히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 <다빈치 코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라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 같다더라, 손에 땀을 쥐며 금방 읽게 되더라 하는 수사와 함께 <다빈치 코드>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에 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빠른 장면 전환, 그리고 거대 악이 도사린다는 음모론적 설정. 이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들이 갖고 있는 상업적 미덕이다. 스릴러 소설은 금세 읽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공항에서 페이퍼백판으로 가장 잘 팔려나가는 장르이기도 하다. 범인과 결말이 궁금하기 때문에 단번에 마지막 장까지 시원하게 읽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휴가를 갈 때 10여권의 책을 싸 가는 걸로 유명한데, 이 중에는 반드시 스릴러 소설이 끼어 있게 마련이라 그 리스트가 스릴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그 책은 곧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절차를 밟았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 이후, 이런 최신 스릴러 작품이 꾸준히 한국에도 소개되고 있다.
주인공 캐릭터 중심 시리즈
저작권이 소멸된 홈스와 뤼팽 전집이 출간되어 불티나게 팔려나간 데 이어 한국에서도 최신 해외 추리·스릴러 소설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예전처럼 낱권으로 기획, 출간되는 게 아니라 시리즈물로 체계적 기획의 절차를 밟아 나온다는 것이다. 이른바 잘 팔린 책을 모아 시리즈로 만드는 것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황금가지는 큰 반향을 얻은 호러와 모던 스릴러를 출간한다(과연 그런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일단 기획 의도는 그렇다). 영림 카디널에서 나오는 ‘블랙 캣 시리즈’는 프랑스, 일본, 영국 등지에서 추리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만을 모은 것이다.
추리·스릴러 작가들이 주인공 캐릭터(주로 탐정이나 수사관)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물을 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시리즈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하우스에서 나온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는 이미 <리틀 시스터>까지 다섯권이 나왔는데, 누아르 영화의 영원한 텍스트로 자리잡은 챈들러의 소설들을 한데 묶어 시리즈로 내면서 성의 있는 해설을 실어 호평을 받고 있다. 여자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관 시리즈’나, 심리학자이자 살인계 형사인 알렉스 크로스가 나오는 제임스 패터슨의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 추리물 팬이라면 해문출판사에서 나오는 ‘모스 경감 시리즈’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공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전집 역시 황금가지에서 꾸준히 펴내고 있다.
스릴러의 즐거움은 책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다빈치 코드>는 톰 행크스, 오드리 토투, 장 르노의 주요 캐스팅을 마쳤다. 데니스 르헤인의 <미스틱 리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영화화해, 오스카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csi:> 시리즈는 TV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책이 출간된 경우. 영국인들이 셜록 홈스보다 더 좋아한다는 명성에 걸맞은 모스 경감 시리즈는 영국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됐고, 한국 방영 소문도 들린다. 영화화되지 않았다 해도,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들은 영화를 한편 보고 난 것 같은 시원함과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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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만한 추리·스릴러 소설이 쏟아져나온다고 해서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새 작품을 발굴하지 않고 이미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 다시 말해 이미 이름이 알려진 작품들을 재발간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의 첫권인 <경찰 혐오자>는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세권의 책이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기를 얻은 경찰 시리즈물이지만 유독 이 시리즈 첫 번째 책만 반복 출간되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고 덜컥 샀다가 이미 나왔던 책을 제목만 바꿔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냈다는 것을 알고 낭패를 겪는 일도 있다.
분권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근작 스릴러 소설의 경우는 한권으로 소개 가능한 분량의 책을 두권으로 나누어 내는 일이 빈번하다. 분량이 지나치게 많아서 책을 쪼개는 경우라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한권으로 소화가 가능한 책들을 각권 8천∼1만원으로 상·하권을 내는 것과 한권으로 나온 책을 1만2천~1만5천원의 돈으로 사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출판 시장의 고투가 전반적인 불경기의 영향을 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쉽게 사서 빠르게 읽는 스릴러 소설을 분권을 통해 구입 비용을 늘이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니다.
잦은 분권이 눈에 거슬리기도
예를 들어 블랙 캣 시리즈에서 나온 S. J. 로잔의 <윈터 앤 나이트>는 총 560쪽의 분량을 한권으로 펴냈지만, 멘톨에서 나온 할런 코벤의 <밀약>은 두권을 합하면 550쪽가량이 되는데 판형이 전자보다 작고 분권이 되어 있다. 베스트셀러 스릴러의 경우 판권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의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겠지만, 오히려 접근 비용만 높아지고 2권이라는 압박 요소 역시 작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독자들에게서 외면받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추리·스릴러 책이 하드 커버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하드 커버가 먼저 발간되고 뒤에 페이퍼백판으로 다시 나오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책 가격을 올리고 읽고 보관하는 데 불편함을 준다는 점에서 추리·스릴러 팬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된다.
소소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고는 해도, 다양한 추리·스릴러 소설들이 서점에 쏟아지고 있는 것은 해당 장르 문학 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인터넷 서점에 서평을 올리는 리뷰어들은 장르 문학을 좋아할 뿐 아니라 관련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 어떤 매체 못지않은 네임 밸류를 가지고 있다. 장르 문학 동호회의 활발한 활동 역시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릴러 동호회에서는 원하는 시리즈의 출간 목록을 서로 이야기하거나 해외 신간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대중 장르 소설은 소수의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추리·스릴러 장르의 책들이 앞으로 꾸준히 독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출간되는 것이 먼저냐 독자들이 열심히 책을 사 보는 것이 먼저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양쪽 다 활성화의 움직임이 보이는 지금으로서 앞에 보이는 것은 분명, 청신호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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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께 ‘강추’하는 추리·스릴러 5선</font>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고전 추리물 팬이라면 미네트 월터스의 이 책을 당장 사 읽을 것. 영국 지방에서 일어난 한 여인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루는데,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한 가족과 그 마을의 뿌리까지 썩은 비밀이 점점 드러나면서 수다처럼 시작된 이야기가 꽉 짜인 극적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영림 카디널의 ‘블랙 캣 시리즈’에서 함께 나온 S. J. 로잔의 <윈터 앤 나이트>는 미국 작은 마을의 오랜 병폐를 그린 책으로, 현실적이고 싸늘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살인자들의 섬>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미스틱 리버>를 쓴 데니스 르헤인의 2003년 작 스릴러로, 워낙 입소문이 좋아 황금가지의 ‘밀리언 셀러 클럽 시리즈’ 중 가장 인기다. 1954년, 외딴 섬에 있는 교도소 정신병동에서 환자 한명이 사라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파견된 두 수사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두뇌 퍼즐과 인간 심리에 대한 묘사가 돋보인다.
<옥스포드 운하 살인사건>
영국인들이 홈스보다 좋아한다는 모스 경감은 촌철살인의 유머감각과 상상력이 뛰어난 나머지 번번히 헛다리를 짚는 인간적 매력으로 똘똘 뭉쳐 있다. 병원에 입원한 모스 경감은 심심함을 달래려고 읽기 시작한 소설에서 120년 전의 살인 사건을 발견하고 수사에 나선다. 여자만 보면 섹시한 공상에 잠기는 나이 지긋한 모스 경감이 주는 웃음은 콜린 덱스터의 이름이 적힌 모든 책을 사게 만든다. 모스 경감 시리즈는 해문출판사와 동서문화사에서 모두 합해 3권이 나와 있다.
<마지막 기회>
할런 코벤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스릴러 작가다. <마지막 기회>는 어느 날 집에서 총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남자가 아내의 죽음과 갓 태어난 딸의 유괴 사실을 깨닫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지만, 이 사건에는 냉혈의 살인마가 도사리고 있다. 영화를 보는 듯한 추격, 총격신의 박진감과 딸을 찾으려는 부정이 강렬하게 혼합돼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이 책을 옆에 끼고 걷는 모습이 미국 일간지에 실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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