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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팔아요~ 뮤지컬 사세요~

등록 2005-03-30 00:00 수정 2020-05-03 04:24

서울아트마켓 등 아트마켓 도약 조짐… 공연예술 유통망 갖추고 해외 진출 밀어볼까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한국 연극의 세계화를 실현하는 극단 ‘노뜰’(대표 원영오). 지난해 12월 강원도 원주시 문막면 후용리 폐교에 ‘후용공연예술센터’ 교실 극장을 개관한 이들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논버벌(비언어)극으로 각색한 <동방의 햄릿> 등으로 지구촌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 2월 오스트레일리아 에들레이드 아트마켓(Arts market·공연예술 장터)에 극단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쇼케이스(견본 공연) 기회를 가질 수 없었던(해외 단체에 기회를 주지 않음) 이들은 부스에서 상담을 마치면 대학 공연장으로 달려가 <동방의 햄릿>과 브레이트의 작품을 각색한 연극 <귀환>을 선보였다.

극단 노뜰, 홀로 호주 시장 가봤지만…

그만큼 극단 노뜰의 작품은 국제적인 명성이 자자하다. 이들이 해외 아트마켓에 부스를 마련하기까지 겪은 고통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부터 15년 전 원주에서 지방 극단으로 탄생한 노뜰은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잠시 본거지를 서울로 옮겼지만 사정은 달라질 게 없었다. 그러다가 2001년 아비뇽연극제에 <동방의 햄릿>을 출품해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도 국내 무대는 좁기만 했던 것이다. 국내 공연계에 작품을 중계하는 인력이 거의 없고 유통할 통로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아트마켓을 경험하지 못한 극단 노뜰이 에들레이드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몸으로 부대끼는 수밖에 없었다. 각국에서 온 구매자에게 공연물을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접근 방법과 상담 기술이 모자랐다. 극단 노뜰의 원영오 대표는 “마케팅 노하우를 터득할 국내의 배움터가 없기에 경험 부족을 절감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예술가적 기질만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공연물을 팔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만나서 작품을 구입하도록 하려면 작품 포장력과 홍보에 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아트마켓에 대한 경험 부족을 실감해야만 했다.”

이런 가운데 공연예술계가 문화관광부의 지원으로 국제적인 아트마켓 창설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연작품의 국내 유통 활성화를 통해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공연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넓히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시장을 무대로 하는 작품을 지원해 공연예술의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각국의 공연 전문가를 초청해 체재비를 지원하면서 에들레이드 아트마켓에서 공연작품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다. 공연예술 작품을 각국에서 공연하도록 도우면서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려는 것이다. 일부 오스트레일리아 주정부는 공연팀을 해외로 보내며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지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아트마켓은 공연예술 성장에서 절대적인 구실을 한다. 무엇보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무대 실연을 통해서만 공급자와 수요자의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트마켓은 일종의 공연예술의 유통을 촉진하는 정보 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수요자(관객)를 대신하는 매개자(공연장 운영자 등 중간 공급자)와 공급자(예술가와 단체)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아트마켓이 제대로 구실을 하려면 실력과 수준을 갖춘 공연예술 프로그램 관련 공급자와 소비자 집단은 필수적이다. 마켓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획자 집단이나 공연시설·관객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이다.

싱가포르, 동경에 이미 있어… 정부차원 모색

지금까지 국내에 아트마켓이 열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에서 열린 세계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트마켓이 열렸다. 당시 아트마켓은 행사 가운데 하나로 기획돼 참가 작품이 제한됐고 대중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때 견본 공연만으로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작품도 있었다. 풍물을 90분짜리 레퍼토리로 현대화한 (주)미루스테이지의 논버벌 퍼포먼스 <도깨비 스톰>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2001년 5월 미국 시애틀 국제아동페스티벌과 7월 국제아트카니발 공연을 예약한 상태에서 1월 국내 초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즈음부터 국내에서 아트마켓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영역에서 확대됐다. 공연예술 관련 시장을 자연스럽게 활성화하는 데 아트마켓이 크게 이바지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말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마켓 2004(APM 2004)에 이어 지난 2월17일부터 이틀 동안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어울림누리극장에서 예술프로그램마켓 ‘APM 2005’이 열려 아트마켓의 성장 가능성을 예감케 했다. 이 아트마켓의 경우 출품작이 지방 문예회관의 선택을 받으면 공연 비용을 실비로 지급받는다. 예컨대 복권기금 운용을 맡은 전국문예회관연합회에서 작품 규모와 기간에 따라 비용의 50~70%를 책정하는 식이다.

올해 10월 초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열릴 예정인 ‘서울아트마켓’은 국내의 공연예술 관련 기관이나 단체를 망라해 준비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 열리는 서울공연예술제와 서울세계무용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등과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회장 강석흥) 부설로 ‘서울아트마켓사무국’을 두고 관련 실무를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기구는 국내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센터나 에이전트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에는 정부 지원을 받기에 예술성이 높은 공연물의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아트마켓을 통해 국내 공연예술의 시장성이 확대되고 유통망이 형성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아트마켓을 통해 국내 문화예술의 저력을 뽐내는 작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해외 시장에서 거들떠보지도 않는 출품작만 양산한다면 해외 시장을 직접 두드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미 아시아권에도 아트마켓이 형성됐다. 싱가포르 아시안 아트마켓이 전통을 자랑하는 가운데 도쿄 아트마켓이 그 뒤를 따라잡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의 문화 중심을 도쿄에 두려는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출품작이 다양하지 못해 해외 구매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점에서 본격적인 아트마켓 창설을 앞두고 ‘예술교육’이 문화계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문화관광부는 직제 개편을 통해 문화예술교육과를 신설해 아트마켓을 지원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술교육은 공연예술의 공급자와 소비자 집단이 형성돼 문화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다. 공연 관련 마케팅 디렉터 정현준씨는 “아트마켓이 한두해 열린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트마켓은 시장 기능을 하면서 기획자의 능력과 작품의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의 장 구실을 한다. 이를 활용하는 것은 공연단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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