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문화연구자들의 한류 진단… “나라별로 맛 달라지는 잡종문화로 인식해야"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한류는 잡종문화다.” 한류에 대한 ‘애국적’ 해석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한류를 국적을 넘어선 잡종문화로 분석하는 연구논문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 2월22일 서울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
J-pop 변종 K-pop은 ‘일식한류’다?
신현준 교수는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한류의 가능성과 한계를 분석했다. 신 교수는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음악을 ‘가요’ 대신 ‘K-pop’으로 부른다. 그는 “K-pop이란 한국의 음악산업을 통해 생산되고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권역에서 소비되는 대중음악 및 그와 연관된 문화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국제적 고유명사”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K-pop은 생성부터 혼종적이다. 그 이름부터 ‘J-pop’의 변종이다. 신 교수는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의) 공식적 금지하에서도 한국의 문화 생산물은 일본의 문화 생산물을 지속적으로 ‘참고’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참고’의 흔적은 한류 전반에 남아 있다. K-pop의 “‘3인조 미소녀 그룹’ ‘5인조 미소년 그룹’ ‘여성 솔로 싱어 남성 백밴드’ 등의 그룹 형태의 보편화”에서 일본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신 교수는 한류의 잡종성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 문화연구자 모리 요시타카의 ‘일식한류’(日式韓流)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인용한다. 모리의 ‘일식한류’는 “일본 문화도 아니고 한국 문화도 아니고 ‘일한공작문화’도 아니고 그 성립과 기원에서부터 잡종적 문화”이다. 모리는 그 근거로 “한류 드라마의 일부에 일본 드라마의 영향이 어디엔가 혼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음반산업은 문화 개방의 파고에 맞서면서 ‘가요 민족주의’를 성립시킨다. 당시 음반업계 1위를 차지했던 도레미 레코드사의 ‘가요사랑 나라사랑’이라는 표어는 주류 음악산업의 ‘가요 민족주의’를 상징했다. 때마침 사전검열제도 폐지 등 한국 대중문화가 경쟁력을 갖출 조건이 무르익었다. 신 교수는 “방어적인 가요 민족주의가 한류를 통해 공세적인 팝 아시아주의로 재편된 것은 1997년 말의 경제위기 이후”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한류는 한국을 넘어선 아시아의 대중문화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한국 음반산업은 여전히 ‘가요 민족주의’의 좁은 틀에 갇혀 있다. 신 교수는 한류의 아류 문화제국주의 기능과 애국적 해석을 경계하며 발제를 매듭지었다. 그는 “한류와 K-pop이 던지는 화두가 ‘한국’과 ‘아시아’에 대한 비판적 상상의 재료가 된다면, 나는 한류·K-pop의 진부하고 지루한 미학적 품질이 수치스럽더라도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한류·K-pop이 ‘민족의 긍지의 재확인’ 기능을 되풀이한다면, 나는 ‘대안 없는 한류 비판가’라는 오명을 듣더라도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미래경’, 대만에선 ‘대체물’
이동연 문화사회연구소 소장도 지난 3월 초 문화연대 뉴스레터 <문화사회>에 기고한 <지금, 일본에서의 한류와 한계>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류의 과대평가를 경계했다. 이에 앞서 이 소장은 지난 1월 중순 도쿄와 요코하마의 한류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 소장은 이 글에서 “일본에서 한류는 분명 존재하는 현상”이라며 “지금 일본에서의 한류는 80년대 말 홍콩의 ‘4대 천왕’들이 일본의 영화관과 텔레비전을 정복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일본에서의 한류는 ‘문화적 우세종’으로서 수용되기보다는 일본이 갖고 있지 않은 ‘이문화’를 훌륭하게 토착화해버리는 일본의 문화적 특성에서 비롯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보아는 일본인들에게 한국 가수로 보이기보다는 노래 잘하고 춤 잘추는 글로벌 가수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도 이런 현상을 일본의 필요에 따라 활용되는 ‘일식한류’로 설명한다.
이 소장은 ‘일식한류’가 일본 내부의 이해관계를 강하게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 한류가 인기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경제적인 반사이익을 압도적으로 일본이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욘사마는 일본 잡지시장의 침체를 ‘구원’했고, 보아가 일본에서 1천억원을 벌었다 해도 한국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돌아오는 순이익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전
백원담 교수는 한류의 나라별 수용 방식의 차이에 주목했다. 백 교수는 광주에서 발제한 ‘동아시아에서의 문화적 지역주의 형성의 가능성과 조건’을 통해 “일본에서의 한류는 세련된 향수(노스탤지어)의 소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일본에서의 한류는 문화적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대체로 중년 여성들)이 일본 사회라는 폐쇄회로 속에서 자기실현의 고지에서 뒤돌아보고 싶은 과거의 재현 욕망을 충족하는 기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의 한류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선험”이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 한국과 한류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요원한 미래가 아니라 손에 잡힐 듯 다가갈 수 있고 이룰 수 있는 희망으로 부유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국에서 한류는 “자국 문화산업의 가장 적정한 참조 체제”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한류의 수위를 적절히 조정하면서 개입한다. 한편 대만과 홍콩에서 한류는 일류의 대체물이다. 이동연 소장은 앞서의 글에서 “대만의 경우는 80년대와 90년대 초까지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일본의 트렌드 드라마나 J-pop 음악에 식상함을 느끼면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대만에서 한국 드라마가 대만인의 정서에 맞으면서도 현대적이기 때문에 친밀감을 주었고, 파워풀한 한국의 댄스음악이 차분한 이미지로 대변되는 대만, 홍콩의 남성 가수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탄생도 방향도 ‘메이드 인 아시아’로"
이들의 결론은 한류가 애국적인 시야를 벗어나서 아시아 문화 소통의 통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백원담 교수는 “한류를 통해 확인한 것은 지역의 문화가 하나의 문화적 동질성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 서로 상이한 문화의 공존으로서 현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이동연 소장은 “아시아 각 나라의 문화연구자들이 각국의 지배적 문화정책에 대해 공동의 개입과 비판의 지점을 확보하고, 주류 상업문화의 소비를 뛰어넘는 비주류 문화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류는 탄생부터 ‘Made in Korea’가 아니었고, 지속을 위해서도 ‘Made in Asia’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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