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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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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상상의오락실에서 노세요

등록 2005-01-06 00:00 수정 2020-05-03 04:23

큐레이터가 제안하는 겨울방학 미술관 나들이 셋… 호기심 자극하는 젊은 감각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

▣ 윤옥영/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

아이들이 학교에서 탈출(?)하면서 많아진 자유시간 덕에 가족이 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이다. 이럴 때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신선한 미술을 접해보자.

2004년 7월부터 3개월간 열린 한 전시에 48만이라는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많은 관객이 동원되어 화제가 됐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명 작가의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기도 했지만 그간 미술관이 꾸준히 문턱을 낮추고 대중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 결과, 이해하기 쉬우면서 쉽게 관심을 끌 만한 소재, 주제, 작품들을 찾아 전시를 구성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는 것을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즐겁고 신선한 경험으로 생각하게 된 결과다. 이제 우리는 미술관을 동네 놀이터나 오락실 가듯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미술관을 놀이터 혹은 오락실로 생각해보자.

흥미진진한 디지털 체험들 기다려

‘게임/놀이’라는 주제로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디지털 호모 루덴스’는 누구나 쉽게 전시장을 찾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게임을 통해 미디어 아트를 풀어보는 디지털 호모 루덴스. 작가들이 직접 만드는 게임에서부터 게임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해석해보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가 특수 제작된 소형 흔들목마 위에 앉아서 말 머리를 이리저리 조종하면 눈앞의 영상이 반응하여 마치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에네스(ENESS)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작업 <버쥬얼=디지털 흔들목마, 2003>. 무선장치와 동작 센서를 이용해 관람자가 들판을 여행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길을 가면서 사과를 줍기도 하고, 중간에 충고를 해주는 닭이나 다정한 물고기, 거대한 뱀 등을 만나기도 한다. 실제 모형으로 제작된 틀 안에 영상으로 나타나는 가상의 침실 안에서 8살 소녀 샬롯에게 소꿉친구를 만들어주는 반 소워와인, 이소벨 놀레즈, 리암 페네시의 <기대하기, 2003>에서도 관람자는 인터페이스 기능을 하는 테디베어의 배를 눌러 샬롯의 배를 부풀어오르게 하여 그 안에서 꼬마아이가 나올 수 있게 한다. 이렇듯 전시된 작품들은 관람자의 참여를 기다리며 신선한 놀이를 제공한다.

미디어와 영상에 익숙한 지금의 환경 속에서 이제 전시장에서 벽에 걸린 회화나 조각이 아니라 대형 스크린과 그 위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영상의 세계는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게임과 놀이라면 더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법. ‘게임/놀이’로 미디어 아트와 친해졌다면 제니 홀처의 전시장(국제 갤러리)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어두운 전시장 속에서 움직이는 텍스트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빛의 화려한 이미지가 끊임없이 부유하는 아름다운 영상 쇼가 펼쳐진다. <mini matrix> <blue tilt>와 같은 작품으로 작가는 자신의 개념을 뿌리기 위한 텍스트 작업을 설치하고 있는데, 짧은 문장 또는 단락으로 구성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필체는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기도 하면서 여성적이다. 그러나 텍스트 내용에 집착하기 이전에 전시장에서 작품과 대면하는 순간에 먼저 작품의 색채와 빛의 움직임, 그리고 그것이 발산하는 아름다움에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디지털이 발산하는 시적인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한·중·일 작가의 신선한 크로스오버

이리하여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한국·중국·일본의 젊은 감각과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현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에도 호기심을 가져볼 만하다. 1981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돼온 ‘젊은 모색’은 올해로 13회째. 젊고 유망한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보여줌으로써 화단의 신선한 자극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취지로 계속돼왔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외국, 그 중에서도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 일본에도 문호를 개방하여 3국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잡지와 같은 상업적 매체에 등장하는 낱장의 이미지들을 시계 혹은 화장품 등으로 분류하여 종류별로 모아 세워놓고 사진으로 촬영하여 거대한 사이즈로 인화하여 실제와 이미지, 사진의 사실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권오상의 사진 <더 플랫, 2004>, 무언가 굉장히 빨리 지나간 느낌이나 에너지를 싣고 있는 3차원의 작품인 나카무라 데쓰야의 <용, 2002>, 웹 작업으로 온·오프라인 공간을 모두 사용하여 전시해온 양아치의 컴퓨터 영상을 통해 브랜드와 상품 이미지를 보게 되는 <하이퍼마켓, 2004> 등 한·중·일 세 나라의 새로운 매체와 방법으로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의 신선한 시각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약진하는 작가들의 젊은 시각은 나날이 복잡해지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매체의 다양화, 각국의 미술 전통을 포함하면서도 여러 가지 경향을 섞어 독창적인 표현을 추구하는 크로스오버, 잡지·영화·인터넷·애니메이션·뮤직비디오·디자인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받아들여 장르와 매체의 구분 없이 작업하는 경향 등을 특징으로 한다.
한편에서 미술은 날로 신선하고 즐거운 자극을 찾아 끊임없이 변화해가고 있다. 문턱 낮아진 미술관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현대미술, 즐거움과 호기심, 상상력을 자극하는 ‘ART’가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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