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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대신 참여형 진상 조사를

특검은 형사처벌 대상자만 수사, 국정조사는 정치 공방으로 변질 우려 있어
등록 2014-05-14 16:28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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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은 이번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5월6일 호소문)

진실은 아직까지 뒤에 숨어 있다. 앞장선 자들이 오히려 진실을 가린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한 축인 해양경찰(해경)은 수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에 가깝다. 초기에 세월호와 교신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피의자 신분인 선장을 간부의 집에서 재우는가 하면 ‘언딘마린인더스트리’에 구난 업무 독점권을 줘 논란이 됐다. 한 간부는 검찰 압수수색 정보를 한국선급 쪽에 흘려줬다. 또 다른 한 축인 검찰도 미덥지 않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둘러싼 ‘변죽 울리기’에는 열성이면서도, 해경 수사는 미적댄다. 검찰은 지금까지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수사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적도 없다.

‘성역 없는 조사’ 가능할까

정부와 수사기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실종자 수가 줄어들수록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는 커져간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5월8일 기자회견을 열어 “명백한 진상 규명만이 피해자들에 대한 최선의 예우”라며 세월호와 관련된 17가지 진상 규명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검경 수사 외에 진실을 밝혀낼 다른 대안은 뭐가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특별검사제 도입,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이 거론된다. 여야 입장은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사고 수습이 완전히 마무리된 이후의 일”이라는 태도다. 6월4일 지방선거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속내다. 반면 지난 5월8일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가 된 박영선 의원은 “제가 할 첫 번째 일은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5월 국회 소집과 상임위원회 논의, 6월 국정조사의 수순을 밟아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은 형사처벌 대상자만 수사한다는 한계가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복합적인 구조를 파헤치기에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유가족에 대한 부당한 감시, 대통령의 지시 내용과 이행 여부 등에 대해 ‘성역 없는 조사’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국회 청문회나 국정조사는 정치 공방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유가족 쪽에서도 특검과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다가,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행동에 직접 돌입하겠다”(5월7일 호소문)고 의견을 모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나 국회가 일방적인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유가족이나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국민이나 비판적 지식인들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는 참여형 진상 조사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전·현직 대통령까지 조사 대상으로 하는 국가특별위원회가 꾸려져, 2년간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실관계 등을 파악해 600여 쪽의 보고서를 펴냈다. 국내에서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이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존 국가기관과 별도의 광범위한 조사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민변은 각각 4월 말 자체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꾸려 유가족에 대한 법률 지원 활동을 시작한 한편으로, “피해자와 유가족,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 진상조사단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빠른 길이 아니라 바른 길

삼풍백화점 9개월, 대구지하철 4개월. 과거 대형 참사가 일어난 뒤 정부가 유가족들과 합의해 합동영결식이 치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세월호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다. 그 뒤에야 다 같이 아이를 온전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진실에 다다를,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바른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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