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5일 총선에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될 18살 여러분, 축하합니다. 선거권이 생긴 것은 멋진 일입니다.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가진 유권자가 된 것이니까요. 투표로 누군가를 당선시키거나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제 정부와 의회가 당신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일 겁니다. 우리도 새로운 동료 시민을 맞이하게 돼 무척 설렙니다.
첫 선거에 앞서 약간의 도움말을 정리했습니다. 18살 유권자든, 18살 이상 유권자든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지만, 처음이라 생소할 테니까요. 이 정도만 알아도 “고3 선거사범이 쏟아질 것”이라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우려는 보란 듯이 날려버릴 수 있을 겁니다.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모든 18살이 투표할 수 있나요?
아쉽게도, 2002년 4월16일생까지 투표할 수 있습니다. 4월15일 총선 당일까지 만 18살이 되어야 선거권이 생기거든요. 투표에 앞서 4월2~14일 실시되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나이도 중요합니다. 선거운동 기간 날짜에 18살인 유권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생일이 1월1일~4월2일인 18살은 13일 동안 선거운동을 해도 되지만, 생일이 4월14일이면 14일 하루만 가능합니다. 생일이 4월15일이면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정당 가입 역시, 18살 생일이 지나야 가능합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를 찍어달라’고 말해도 되나요?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거군요. 그 말을 하는 시점에 생일은 지난 거겠죠? 개별적으로 친구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런데 교탁 앞에서 반 전체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연설 금지’의 원칙 때문입니다. 친구들을 삼삼오오 모아 권유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쉬는 시간에 다른 반을 돌아다니며 투표를 권유하는 건요?
후보자든 유권자든 선거운동 목적으로 연속해서 2개 이상 교실을 찾아서는 안 됩니다. 선거법이 금지하는 ‘호별 방문’이 될 수 있거든요. 다른 반 친구들에게 ‘우리 반으로 잠깐만 와달라’고 해서 설득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1교시 쉬는 시간에 1반, 2교시 쉬는 시간에 2반에 가는 건 ‘연속적’ 행위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도 똑 부러진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선관위의 답변입니다.
후보자가 교실에 들어올 수는 있나요?
안 됩니다. 호별 방문 금지에 속하거든요. 후보자가 학교 운동장에서 명함을 나눠주거나 연설은 할 수 있습니다.
급식실, 양호실, 체육실, 복도 등에서는 어떤가요?
어디까지가 방문이 금지되는 ‘호’인지에는 선관위가 건축물의 구조나 공개성 등을 보고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현재는 급식실, 체육실, 양호실이 후보자가 방문해서는 안 되는 ‘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선관위는 보고 있습니다. 다만 복도는 괜찮을 수도 있고요. 후보자의 학교 방문 여부는 학교 관리자의 결정이 중요한데요. 학교 문이 후보자에게 열릴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서울시교육청만 해도 후보자들이 투표 독려를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것 자체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선관위에 전달했거든요.
친구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를 찍어달라’고 보내는 건 가능한가요?
얼마든지요. 다만 한번에 친구·가족·지인 20명까지만 전송할 수 있습니다. 횟수 제한은 없고요. 20명씩 10번을 해도 됩니다. 그런데 수신자가 20명 이하라도 업체에 맡겨서 대량으로 문자를 보내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온라인의 단체 문자 발송 서비스는 “종류에 따라 (적법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말합니다.
20명 이상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에 지지글을 올려도 되나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인원 제한은 없습니다. 페이스북에 특정 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을 올려도 되고, 유튜브에 특정 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는 영상을 게시해도 됩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정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공약이 담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홍보물을 출력해 친구에게 나눠줘도 되나요?
말로 하는 선거운동보다 인쇄물을 나눠주는 선거운동을 주의해야 합니다. 특정 정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공약 홍보물이나 정당 명칭이 기재된 책자를 나눠주며 그곳에 표를 달라고 권유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여러 단체가 선거기간이 되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공개 지지를 하잖아요. 학교 동아리도 공개 지지를 할 수 있나요?
동아리 이름이나 동아리 대표의 이름을 써서 선거운동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단체 선거운동은 금지됐거든요. 아마 공개 지지를 표명한 단체도 개별 회원들의 명의로 지지했을 겁니다.
친구가 어떤 정당, 어떤 후보자에게 투표할 건지 궁금합니다. 살짝 물어봐도 될까요?
“(질문의)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말합니다. 누구나 비밀투표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18살 이상 유권자도 서로 묻고 토론하다가 가끔은 싸우기도 하니까요.
대학입시에도 모의고사가 있잖아요. 투표 전에 학교에서 모의투표를 해보고 싶습니다.
연습 없이 바로 실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총선을 앞둔 3~4월 실제 정당과 후보자를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하려 했으나, 선관위가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첫 투표를 기념하고 싶습니다. 인증사진을 찍어도 되나요?
투표소 안에서 엄지손가락 들기, ‘V’ 표시하기, 특정 숫자 만들기 등을 하며 촬영하는 행위는 안 됩니다. 투표소 밖에선 투표 전후로 모두 가능하고요. 인증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불법 아니었냐고요? 맞습니다. 선거법 개정으로 이제는 선거 당일에도 인터넷이나 SNS로 인증사진을 올리는 선거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낙선을 목적으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SNS에 올려도 되나요?
문자메시지·인터넷·전자우편·커뮤니티에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게시하거나 보내는 건 선거법 위반입니다. 나쁜 말을 조심하면 됩니다. 당연히 지켜주실 거죠?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던데, 꽃을 피우기 참 어렵네요. 금지 조항이 너무 많습니다. 고의로 혹은 실수로 어기면 어떻게 되나요?
부정 선거운동 등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합니다. 선관위는 “사안의 위반 정도나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법 적용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면서도 “학생은 (위반 사안이) 경미한 경우 (단순) 안내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상해왔던 선거가 아니라고요? 더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토론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싶다고요? 그러면 지금부터 공직선거법을 한번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