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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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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병원에 코로나가 앉다

발병률 98%, 치명률 7% 청도대남병원… 이윤과 효율 중심 폐쇄병동의 비극
등록 2020-02-29 14:17 수정 2020-05-03 04:29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파견됐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찍어 언론에 2월26일 공개한 병동 내부 모습.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제공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파견됐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찍어 언론에 2월26일 공개한 병동 내부 모습.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제공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의 감염 상황은 중국 후베이성보다 더 나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등 13개 장애인 단체는 2월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에 감염돼 7명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환자를 ‘코호트 격리’(의료기관 봉쇄)하고 치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보건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대남병원 폐쇄병동 집단감염 사례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얼마나 폭력적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이들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 온상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초에 바이러스 잠입하기 힘든 폐쇄병동

현재까지 파악된 대남병원의 감염 상황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과 우한시를 압도할 정도로 심각하다. 폐쇄병동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발병률이 98%에 이른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2월27일 현재 3만2254명)가 발생한 우한시의 발병률이 0.3%임을 고려하면 대남병원 폐쇄병동 정신장애 입원환자의 발병률은 충격적이다.

2월27일 오후 현재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정신장애인 101명 중 7명이 목숨을 잃어 폐쇄병동 내 감염환자 치명률이 7%에 이른다. 중국 후베이성의 코로나 치명률(7%, 3만9586명 감염 중 2641명 사망)과 맞먹는다. 한국에서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전체 사망자(13명) 중 54%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병원에서 이렇게 많은 감염과 인명 피해가 일어난 이유로 정신장애인을 수용하는 폐쇄병동이라는 특성과 감염에 취약한 구조로 설계된 청도대남병원의 고질적 문제를 꼽았다. 대남병원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근무자는 과 한 전화 통화에서 “정신병원 폐쇄병동은 다른 입원실과 달리 적게는 8명, 많게는 10명 넘는 환자가 좁은 병실과 온돌방에서 함께 생활해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은 입원환자의 자해를 예방하기 위해 커튼을 설치하지 않고 창문을 작게 만들거나 열기 어렵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염병이 발생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기 쉽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대남병원 현장을 방문했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임상위)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의 실상이 잘 드러난다. 임상위는 “전세계적으로 정신병원 병동에서 감염병 보고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폐쇄병동은 바이러스가 애초에 들어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출입이 통제되는 폐쇄병동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대남병원의 독특한 내부 구조가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청도대남병원 건물은 경북 청도군 보건소, 노인요양병원, 요양원, 장례식장 등 4개 건물과 연결됐는데 전체 건물에서 층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하나밖에 없다. 대남병원 쪽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폐쇄병동 입원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 기간으로 추정하는 1월22일∼2월13일 외박 8차례, 외진 5차례, 면회 12차례 등 총 25차례 병실 외부와 접촉했다. 신천지교회 총회장의 친형이 대남병원 응급실에 1월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 동안 입원치료를 받은 뒤 사망했고 이 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이 기간에 폐쇄병동을 나갔던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신천지교회 신도에게서 감염된 뒤, 폐쇄병동 내 다른 환자들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폐쇄병동을 드나드는 의료진이 감염돼 환자들에게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남병원은 병원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구조였다. 병원 지하에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있는데 이런 구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청도대남병원에 격리된 환자가 2월22일 줄을 이용해 배달음식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도대남병원에 격리된 환자가 2월22일 줄을 이용해 배달음식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자 모두 2년 이상 장기입원

이렇게 감염에 취약한 기형적인 구조의 병원은 ‘이윤’과 ‘효율’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이 입수한 오성환 전 청도대남병원 이사장의 2001년 대한병원협회지 기고글을 보면 이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대남병원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민간의료기관과 공공기관의 연계”라고 홍보한 글에서 오 전 이사장은 보건소와 병원, 사회복지시설을 한데 묶어 운영해 건축비를 19억원 절감하고 시설관리비와 인건비 등 1년 운영비를 3억원 줄였다고 밝혔다. 민간병원인 대남병원과 청도군이 인력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나는데 병원재단과 군 보건소가 유착했을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은 감염 관리 등의 문제로 일반 건물과 달리 설계나 구조변경시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병원 건축 인허가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청도군과 대남병원의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정신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은 청도 대남병원의 경영진 일가가 정신장애인 치료에서 해악을 끼친 역사도 꼭 짚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사상구에 있는 정신병원인 대남병원(부산 대남병원)은 지금은 경영진이 바뀌었지만 청도대남병원 오 전 이사장의 친형(오성광 성경의료재단 전 이사장)이 경영을 맡았었다. 1999년에는 부산시 감사에서 부산 대남병원이 600개 병상에 환자 865명을 입원시켜 44.2% 초과 수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 결과를 보면 성경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대남병원과 부산시립정신병원 환자 중 97%가 의료급여 환자였는데, 병원은 정부에서 환자 보호비를 받으면서도 식사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같은 해, 오 전 이사장은 성경의료재단 소속 3개 병원의 환자를 이용해 건강보험공단에 21억원의 급여를 부당 청구했다며 직원들이 고발해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받았다. 그는 현 청도대남병원 오한영 이사장의 삼촌이다.

감염에 취약한 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다가 목숨을 잃은 환자 7명은 2년 이상 장기입원 중이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파악한 내용을 보면 가장 최근에 입원한 환자가 2017년 이전에 해당 병동에 입원했다. 사망자 중 입원 기간이 10년 넘는 환자도 2명 이상 있었다.

첫 번째 사망자인 A(63)씨는 무연고자로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입원했다가 폐렴 증상이 악화해, 2월19일 숨을 거뒀다.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사망 당시 몸무게가 42㎏에 불과했다. 장기입원 환자인 두 번째 사망자 B(55)씨는 2월11일부터 체온이 올라가는 증상이 있었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폐렴 증상이 급속히 악화했다. 보건 당국은 21일 증상이 악화한 B씨를 음압병실로 옮겨 치료하려 했지만 급속하게 늘어난 환자 수로 대구·경북 지역에선 병원을 찾지 못했다. B씨는 결국 이날 오후 4시께 부산대병원에 도착해 6시께 숨을 거뒀다. 오랫동안 폐쇄병동을 나간 적이 없었던 B씨는 병원을 나서며 의료진에게 “바깥나들이를 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빨리 갔다 오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보다는 치료에 집중해야 하지만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은 제62조에서 정신장애인 장기입원과 관련해 “최초로 입원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입원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신장애인이 퇴원해 자신의 건강이나 다른 사람의 안전에 해를 끼칠 위험이 명백할 때만 3개월 또는 6개월씩 입원을 연장할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은 ‘입원’보다는 ‘치료’에 집중해야 함을 밝혔지만, 대남병원 사례에서 보듯 한국의 정신건강복지 실태는 참혹하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연 정책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조현병 환자의 평균 재원 기간은 50일이었고, 한국의 평균 재원 기간은 303일에 이르렀다. ‘강제입원’ 조항이 위헌판결을 받아 기존 정신보건법이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부 개정돼 시행되면서 2017년 평균 재원 기간이 215일로 줄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의 4배나 된다. 입원환자 수가 2016년 6만9162명에서 2018년 4월 기준 6만6523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 문제에서 근본 원인은 정신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들에 대한 낙인이다(제1260호 ‘50만을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다’ 참조).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의 회복과 사회 복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에서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가 발생하자 되레 ‘정신장애인을 더욱더 철저하게 격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회복에 대한 논의는 요원하다.

사회경제적으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 열악하더라도 폐쇄병동에서 지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 입원 중이던 환자 103명 중 85명이 의료급여 수급자,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목숨을 잃은 사망자 대부분도 의료급여 수급자였다. 사회에서 배제와 혐오의 시선을 피해 감염에 취약한 병원에 숨어들 수밖에 없어 장기입원했다가 코로나19에 노출된 정신장애인들의 비극은 진행 중이다. 대남병원은 코로나19에 감염돼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치료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한 내과전문의는 “현재 대남병원 상황을 보면 병원 곳곳에 의료폐기물이 쌓여 있고,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기 위한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부족하다. 폐렴 증상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대남병원에선 제대로 치료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체 위중 환자의 절반 넘어

대남병원에서 증상이 악화하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끝내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 당국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25명 중 2명이 인공 심폐장치를 달고 있는 위중환자, 10명이 산소치료를 받는 중증환자로 분류된다. 전체 위중·중증 환자 20명의 절반이 넘는다.

조순덕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회장은 에 “현재 대남병원 상황을 보면 정신장애인이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 수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남병원 내 환자들이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아, 동료 장애인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2월26일 오전 인권위에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치료 환경을 제공하고, 전국의 정신병원과 장애인 거주 시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온상이 되지 않게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긴급구제 진정서를 제출했다. 보건 당국은 장애인 단체가 진성서를 제출한 다음날, 대남병원에 남은 환자 모두를 국립중앙의료원 등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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