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시에스타처럼 다 함께 쉴 수 있을까”

세종과학고 학생들 남도우, 박신우, 최원혁, 천정원의 일요휴무제 찬반토론
등록 2019-10-02 09:42 수정 2020-05-03 04:29
서울 구로구 세종과학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1학년 최원혁(왼쪽부터), 천정원, 남도우, 박신우군이 ‘학원 일요휴무제’ 찬반토론을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 구로구 세종과학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1학년 최원혁(왼쪽부터), 천정원, 남도우, 박신우군이 ‘학원 일요휴무제’ 찬반토론을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과학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학생들은 각종 통계 조사에서 항상 가장 오래 공부하고, 가장 많이 학원에 다니고, 가장 적게 자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예로 학원 일요휴무제와 관련한 2014년 10월 서울시교육청 설문조사를 보면(과외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 일요일에도 학원에 다닌다는 특목고·자사고 학생 비율이 51%(매주 37%, 필요시 14%)로, 일반고 학생 36%(매주 20%, 필요시 16%)보다 훨씬 높았다. 학원 일요휴무제 운동을 이끄는 김진우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 대표는 서울 구로구 세종과학고 윤리 교사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사회 쟁점 발표 수업 때 과학고 아이들에게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쉼이 가장 절실한 당사자인데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다.

지난 9월9일 오후 세종과학고에서 학원 일요휴무제를 주제로 이 학교 학생 4명이 주제 토론을 했다. 남도우, 박신우, 최원혁, 천정원 학생은 실제 금요일 저녁부터 토·일요일 온종일 학원에 다니고 있다. 평일에는 새벽 1~2시에 잠들고 기숙사 공식 기상 시간인 6시40분에 일어난다. 시험 기간에는 새벽 2시에 잠들었다가 새벽 5시쯤 일어나 다시 공부한다. 시험이 끝나고 2주 정도는 밤 12시부터 아침 6시40분까지 ‘실컷’ 잔다.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 그 2시간30분이 친구들과 운동하고 짬내서 게임하고 쉬는 공식 자유 시간인데, 그마저도 팀 수행평가를 준비할 때가 많다.

박신우군은 “저는 못 견딜 때까지 공부하다가 푹 쓰러지면 그대로 잔다”며 “선생님들이 농담처럼 한 학기당 수명 5년이 준다고 하신다”고 웃었다. 천정원군은 “수업 시간에 스탠딩 책상에 서 있다가 쓰러진 적이 있다”고 말했고, 최원혁군은 “아이들이 한약이나 비타민, 국민영양제 글○○, 카페인 같은 ‘약발’로 버틴다”고 전했다. 남도우군은 “본질적으로 필요한 경쟁이 아니라 지나치게 과열된 과잉경쟁”이라고 우려했다.

네 학생은 부모나 다른 누구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휴일에도 학원에 가고, 쉼 없이 공부한다. 물론 자발적 선택의 기저에 과잉경쟁 사회의 부조리가 깔려 있다는 것 역시 잘 아는 학생들이다. 여기에 덧붙여 김진우 선생님에게서 윤리 수업을 들어, 학원 일요휴무제를 깊이 생각할 기회가 다른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학·과학만 해도 주말 내내 학원

각자 간단히 학원을 언제 얼마큼 다니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남도우(이하 남) 수학·과학 위주로 학교 스케줄이 없는 시간에 학원에 다녀요. 금·토요일 내내 비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금요일은 오후 5시30분 하교 뒤부터 밤 12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 이후부터 밤 12시30분까지,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학원 수업을 들어요.

수학·과학만 듣는다면서 학원 수업이 왜 그렇게 많은가요?
수학이 여러 개고 과학도 여러 과목이니까 그렇죠. (모두 웃음)

박신우(이하 박) 저는 학원을 적게 다니는 편이에요. 수학 둘, 화학 하나, 물리 하나 다녀요. 금요일은 밤 11시30분까지 학원 수업이 있는데, 토·일요일에는 밤늦게까지는 안 하고 어지간하면 밤 10시 전에는 끝나요.

최원혁(이하 최) 수학·과학 위주로 학원에 다니고 시험 기간에만 국어·영어를 추가로 다녀요. 금요일도 방과 후 학원에 다니고, 주말 이틀 동안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수업을 들어요.

천정원(이하 천) 저도 금·토·일요일 다 수학과 과학 위주로 학원에 다니고요, 국어·영어는 학원에서 문제를 받아서 보고 있어요. 금요일은 방과후부터 밤 10시, 토요일은 아침부터 저녁 7시, 일요일은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학원 수업을 들어요.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찬반 의견과 근거를 얘기해주세요.
학원 일요휴무제 도입에 찬성해요. 대부분 아이는 학원이 필요해서, 학원에 가고 싶어서 간다기보다는 남들이 다니니까 남들한테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 때문에 가잖아요. 본질적으로 필요한 경쟁이 아니라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이에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 함께 과잉경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학원휴무제가 도입되면 과열경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저도 찬성이에요. 사교육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투자 대비 효과가 그만큼 있는지 의문이에요. 지난번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 학생들이 학습 시간 면에서 2위 국가보다 일주일에 15시간이나 더 오래 공부하더라고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아이답게 자랄 시간을 빼앗기는 거잖아요.

저는 반대해요. 학원 일요휴무제를 도입하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질 거라 생각해요. 돈 없는 사람은 휴일에 체계적으로 공부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돈 많은 사람은 꼭 학원이 아니더라도 좋은 강사를 섭외해서 휴일에도 공부하겠죠. 팀과외 대부분은 ‘현금 거래’(과외비 현금 결제)라서 단속할 수도 없어요. 혹시 적발되더라도 “과외가 아니라 개인 간 계좌이체”라고 하거나 “지인이 공부 좀 봐준 것”이라고 하면 처벌하기 어려워요. 돈 많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더욱 불공정한 경쟁이 될 것 같아요.

남도우

남도우

제도 생겨도 무시하는 학원들

저도 학원 일요휴무제에 반대해요.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제도라도 현실에서 시행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소규모 그룹 과외를 다 잡기도 어렵고, 그걸 다 잡지 못한 상태에서 학원만 일요휴무제를 하면 혼란만 커질 가능성이 높아요.

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이 시행되고 있지만 서울에서 밤 10시 넘어 수업하는 학원이 단속에 걸리는 것을 못 봤어요. 심지어 학생이 교육청에 직접 신고했는데도, 해당 학원에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심야교습시간 제한이 실제로 있는 규제 맞나요? 학원 일요휴무제라고 다를까요?

중3 때 서울 목동에 있는 학원이 밤 11시까지 운영했는데, 10시가 넘으면 학원 밖 개인 건물 같은 장소로 이동해서 계속 수업을 받아요. 제가 다니던 학원도 그러다 단속에 걸렸는데, 화장실 다녀오니 학원 선생님이 단속 나온 공무원이랑 타협하고 계시더라고요.

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을 처음 시작했을 땐 ‘걸리면 큰일 나는 거 아니냐?’ 했는데, 서울 대치동 학원에서 “커튼 닫고 조용히 공부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아무 일도 없더라고요. 학원에서 심야교습시간 제한 조례 같은 건 있지도 않은 것처럼 무시하고 그대로 수업했어요.

만일 관리·감독·단속이 제대로 안 된 채 학원 일요휴무제가 시행된다면, 일요일에 학원에 안 가고 공부를 안 할 건가요, 아니면 몰래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하거나 개인 공부를 할 건가요?
자율적으로 개인 공부 시간을 갖고 싶어요. 지금도 과외는 안 해요.

주말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요. 학원 일요휴무제가 시행되면 휴일에 학원 가는 건 불법이잖아요. 잘못된 것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라에서 과도한 사교육을 대신할 수 있는 또래 공동체 수업이나 방과후 수업처럼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은 안 다닐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스스로 100% (학원을) 절제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주변 친구들이 비밀리에 학원에 다닌다는 걸 알게 되면 저도 불안해서 좀더 공부할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학교는 주중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금요일 방과후에 귀가해요. 주말에 집에 가니까 학원에 더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학원 일요휴무제가 시행되면) 차라리 다른 기숙사 학교처럼 주말에도 집에 안 가고 학교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요일에 학원 대신 친구들과 또래학습 공동체나 자율동아리 같은 걸 하면서 함께 공부하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아요. 시험 기간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공부하면 공부가 더 잘되거든요. 학원 일요휴무제를 실시해도 현실적으로 고등학생이 시험 기간 같은 때 일요일에 공부 안 하고 쉬기는 어려워요.

최원혁

최원혁

물타기식 공부, 비효율적 공부
어른들은 주 5일 근무제와 주 52시간 근무제를 해요. 법으로 과잉 노동을 막는 거죠. 특목고 학생들은 평균 주 80~90시간씩 공부하는데 정부와 교육 당국이 아무런 제동을 안 걸잖아요. 비효율적이라거나 힘들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요?

많이 공부하기는 하는데 본질적으로 필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공부하고 학원에 가니까 나도 하는 ‘물타기식 공부’잖아요. 학생들한테 정말 필요한 공부는 학교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그 외의 공부는 과잉경쟁인 것 같아요. 학원은 선생님이 찍어준 문제 보충하고 점수 올리려고 가는 거예요.

사교육으로 입력된 정보를 처리할 시간조차 없는 비효율적인 공부예요. 우다닥 쏟아져 들어온 정보를 머리에서 제대로 정리할 수 없고, 시험 기간이 지나면 금방 까먹어요. 학생들이 학원 다니는 시간은 점점 늘어나는데 시험문제 이상의 응용문제가 나오면 오히려 예전보다 헤매는 아이가 현저히 많다고 해요. 사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물타기식 공부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공부일 수도 있어요. 평일에 5일 공부해도 부족하면 더 공부할 수 있는 권리도 있잖아요. 주말이 이틀밖에 안 되는데 그중 일요일 하루 전체를 학원에 못 다니게 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시간이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요.

학교 수업 45~50분 동안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고 10분 쉬었다가 바로 완전히 다른 과목 수업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은 사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지만, 좋아하지 않는 과목은 수업 시간에만 공부해서는 어려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선택 과목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교육제도를 바꾸면 좋지 않을까요? 원하는 과목의 비중을 높여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고, 원하지 않는 과목은 최소한의 소양을 기르기 위한 절대평가만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굳이 학원에 많이 안 다니고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쉴 권리는 말 그대로 권리이지 책임이 아니라서, 개인에게 선택을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고교 3년 동안 고생하면 대학 가서 놀 수 있겠지’ 이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 쉴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량을 늘리고 성적을 높여요.

쉴 권리는 선택이 아니라 보장이 중요해요. 한국 대학생들 평균 공부 시간이 초등학생보다 적은 경우도 많다고 하잖아요. 고교 때까지 쉬지 못하고 과도하게 달리다가 ‘대학 가서 놀아야지’ 해서 그래요. 전공 과목을 진짜 공부하고 그 분야에서 이름을 남기려면 대학 때 열심히 공부해야죠. 대학 때 진로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도 초·중·고생의 쉴 권리 보장이 정말 필요해요.

대학별로 ‘급’을 매기는 것만 사라져도 학생들이 좀더 부담 없이 공부하겠죠.

자기가 좋아하는 학과가 아니라, 대학 이름 보고 가는 선배들도 있어요. 대학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 가서 뭘 할지가 중요한 건데.

대학을 가야 한다, 대학 안 가면 사람대접 못 받는 사회 분위기가 강해서 과도한 경쟁이 야기되죠.

과도한 공부도 그렇고 학원도 그렇고 근본적인 사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천정원

천정원

“선행학습 오래 한 아이들은 쉴 수 있어요”

과학고는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할 정도로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하잖아요. 그런 과학고 학생들한테도 학원이 꼭 필요한가요?
자기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학원에 가서 확실하게 점검하는 부분이 있어요.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공부하고 싶긴 한데 시간이 없어요. 수업 시간엔 진도 나가고 쉬는 시간엔 10분 안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수업 이동도 해야 해요. 자유 시간엔 다른 과제 때문에 토론할 수 없고요. 주말에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토론할 수는 없잖아요.

중학교 때 선행을 안 하고 학교에 왔어요. 선행해온 친구들은 이미 물리Ⅰ 떼고 물리Ⅱ를 하더라고요. 학교에서도 대부분 아이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심화문제를 많이 하고요. 선행을 안 한 저는 굉장히 따라가기 힘들었고 학원을 찾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대로 학원에 다닌 건 과학고에 입학한 뒤부터인데, 선행이 안 된 상태에서 선행 진도를 따라가야 해요. 학교 선생님들도 너무 진도가 빠르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신 것 같아요.

강북에 살았고, 중학교 3학년 때 고교 선행을 시작했어요. 제 사촌은 강남에 사는데 저보다 4살 어린데 진도가 저보다 빨라요.

우리 학교만 해도 과학고 입학 전에 물리Ⅱ, 화학Ⅱ, 수학Ⅱ를 끝내고 온 학생이 과반이기 때문에….

수학Ⅱ 안 끝내고 과학고 들어온 사람은 거의 없어요.

확실히 미리 끝내놓고 들어오면 상위권이 되긴 해요. 만일 높은 성적만이 목표라면 그게(선행이) 맞는 것 같아요.

걔네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요.

1등급 하고 조기 졸업하는 애들은 ‘고정’이에요.

이과 과목 같은 경우 상위 10~15명까지는 걔네끼리 경쟁해요.

선행해놓은 애들은 남는 시간도 많아요. 그 친구들은 이미 아는 내용을 복습하는 거니까요. 어려서부터 선행을 해온 친구들이야말로 공부할 때 공부하고 쉴 때 쉴 수 있어요.

선행한 애들은 초2 때부터 새벽 한두 시에 잤대요.

그 정도 노력했으니 지금 보상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신우

박신우

쉬면 불안해서 효율이 더 떨어져

다시 초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간다면 선행을 할 건가요?
그때부터 열심히 해서 (과학고가 아닌) 영재고에 갈 수도 있겠죠.

저라면 뭐라도 하나 제일 잘하는 기술을 배우겠어요. 만일 다시 과학고를 가야 한다는 게 정해져 있다면, 수학은 과학고 들어오기 전에 다 끝내고 올 것 같아요. 어마어마한 애가 많아요. 대학에 가야 접할 수 있는 걸 고등학교 입학 전에 다 끝내고 오는 애들도 있어요.

초등 2~3학년 때부터 수천, 수만 문제를 풀어온 애들이라…. 시간 여유가 있으면 충분히 생각해보고 푸는데, 오래 선행을 하지 않으면 빨리 푸는 건 아무래도 부족해요. 1학기 통합과학 시험은 50분 동안 56문제를 푸는 거였어요.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만일 초2로 돌아간다면 저는 (선행 안 하고) 비트코인에 투자할래요. (모두 웃음)

너무 장시간 공부하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나요?
옆 친구가 공부하는데 저만 놀고 있으면 ‘뭐 하는 짓인가’ 싶고 편하지 않고 불안해요.

막연하게 쉰다고 효율적이지는 않아요.

편하게 놀지도 못하고 편하게 공부하지도 못하는 상태?

쉴 때는 불안을 포함해 복잡한 감정이 있죠. 쉬는 게 더 효율이 떨어져요. 아예 생각을 비우고 공부할 때 차라리 효율적이에요. 요즘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디폴트 모드’라고 생각 비우는 것을 가르쳐주시는데, 그런 연습이 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하든 쉬든 집중해야 하는데 성적이 같이 떠올라요. ‘이만큼 공부해서 이걸 이해하면 이것도 풀 수 있겠다’가 아니라, ‘이걸 풀 수 있으면 내 점수가 얼마 오르고 등급, 등수가 어느 정도 나오고’ 그런 잡념이 떠오르죠. 휴식의 양보다 질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등급 끄트머리(커트라인)’ 등수에 있으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요. 공동 순위도 엄청 불안하죠.

사회가 너무 등급·등수를 중시하니까, 공부하는 내용이 뭔지가 아니라 자기 등급·등수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요. 남미 같은 데는 온 국민이 낮잠 자는 시에스타가 있잖아요. 우리도 휴일엔 다 같이 일하지 말자, 공부하지 말자, 함께 쉬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을 것 같아요.

선행학습 안 하는 선진국 학생과 선행학습 하는 한국 학생이 차이가 별로 없잖아요.

궁극은 침해받지 않을 학생의 권리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이들은, 가까스로 시간을 쪼개 1시간30분을 토론한 뒤 팀별 프로젝트 모임 등 각자 정해진 빽빽한 스케줄대로 흩어져야 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학원 일요휴무제 공론화 추진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기로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남도우군은 “학원 일요휴무제가 실행되든 안 되든 찬반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 현실을 더 잘 알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신우군은 “학생들한테 쉼이 필요하다는 데는 어느 정도 사회적 동의가 이뤄진 만큼, 타당한 근거와 더 좋은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최원혁군은 “만일 정책을 시행할 거라면 반칙하지 않고 모두가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천정원군은 “궁극적인 목표는 학원 일요휴무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쉴 권리도 공부할 권리도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며 “되도록 많은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고 좋은 대안을 찾아서 실제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행·정리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