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 강사가 강의하는 모습. 독자 제공
“6시10분에 일어나요. (출근하려면) 6시45분에 나가야 하니까요.” (안 졸려요?) “괜찮아요. (밤) 10시에 자니까.” (회사 가기 싫을 때 없어요?) “없어요!”
8월22일 오후 2시30분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 카페에서 회사에서 막 퇴근한 송욱정(28)씨를 만났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하루 일과를 들려줬다. “회사 가면 1층이요. 먼저 버리고, 닦고. 바닥이랑 의자하고 책상도요. 화장실 변기도 닦고요. 그다음에는 2층도 닦고 쓸고 버리고….” 욱정씨는 신체적 능력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지만 언어표현이나 의사소통 장애 등에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자폐)이다. 지난 6월 폭스바겐 마이스터모터스 서비스센터에 무기계약직 청소노동자로 취업했다. 욱정씨의 취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욱정씨는 현장 중심 직업훈련 프로그램 ‘강서 퍼스트잡’을 통해 해당 업체에서 3개월간 실습 훈련을 거친 뒤 채용됐다.
‘퍼스트잡’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부모연대 등 민간단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2016년부터 도입됐다. 대부분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재활시설 보호작업장에서 훈련생 신분으로 단순노동만 하다보니 일반 기업체 취업으로 연결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이은자 장애인부모연대 강서지회 ‘강서 퍼스트잡’ 팀장의 설명이다. “발달장애인을 예로 들면 이들은 업무 능력이 있더라도 비장애인 직원들과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채용되더라도 고용 유지가 어렵다. 채용 전 실제 현장에서 훈련 과정을 거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업이다.”
기존 고용 프로그램이 중증장애인들을 모아놓고 훈련한 뒤 일반 회사로 내보내는 방식이라면, 퍼스트잡은 협약한 일반 회사에 중증장애인을 배치해 3~6개월 실습 훈련 뒤 채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증장애인은 현장 적응 기간을 거치고, 기업은 장애인 노동자의 직무 능력을 보고 채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장애인 ‘잡코치’가 실습 훈련과 채용 뒤 일정 기간 옆에서 중증장애인의 적응을 돕는다. 장애인 노동자 당사자와 기업 모두 만족도가 높아, 고용이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퍼스트잡은 2018년부터 전국 8개 권역(서울·인천·대전·강원·울산·전남·경북·경남)으로 사업이 확대됐고, 중증장애인 훈련생 360명 중 125명이 취업(취업률 34.7%)에 성공했다. 현재 퍼스트잡과 비슷한 프로그램인 커리어플러스(서울시),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사업(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각각 진행되는데 이 사업들도 확대되는 추세다.
욱정씨는 20살부터 7년 동안 장애인복지관에서 훈련생으로 제품 조립과 포장 등 단순노동을 했고, 카페에서 서빙도 했다. 훈련생으로 매달 1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서빙 업무를 할 때는 테이블 위 비뚤어진 컵받침을 볼 때마다 갑자기 다가가 똑바로 바로잡았는데(발달장애인들이 자주 보이는 특성) 손님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아 그만뒀다. 현재는 최저임금을 넘는 월급을 받고 월차 휴가도 신청하는 등 평범한 노동자로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욱정씨 어머니는 ‘발달장애인은 말이 안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욱정씨와) 일하며 깜짝 놀랐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니 다른 것 같다’는 회사 상사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놓였다. 어머니는 “그동안은 돈을 못 벌더라도 누군가를 만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는데, 지금은 아들이 직장 생활을 하니까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 노동자가 취업에 성공하고 일터에서 비장애인과 어울려 고용이 계속 유지되려면 장애 유형에 맞는 직무를 설정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적응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는 장애인 직원과 수시로 면담해 장애친화적 근무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장애인고용공단이 매년 펴내는 ‘장애인 고용 사례집’을 봐도 고용 우수 사례 기업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CJ프레시웨이는 학교 단체급식 주방보조 직무에 장애인 127명(중증장애인 88명)을 고용 중(2019년 4월 기준)인데, 장애인 직원의 초기 적응을 돕기 위해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이고 3~6개월 적응 기간을 뒀다. 교보문고는 물류센터와 고객 응대 부서 등에 장애인 18명을 고용 중인데, 비장애인 직원에게 장애인인식개선 교육을 꾸준히 했다.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에스아이플렉스는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LCD(액정표시장치) 작업지시와 듀얼 진동 디지털시계 등 보조 공학기기를 지원·설치했다.
욱정씨 사례처럼 장애인 노동자의 업무를 보조하고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을 돕는 잡코치(직무지도원), 근로지원인 등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도 ‘제5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2018~2022)’에서 현재 3천 명 수준의 근로지원인을 예산 증액을 통해 2022년까지 1만 명으로 늘려 실질적인 고용 유지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가 2018년 5월29일부터 전 사업체에 1년에 한 차례 의무화한 ‘직장 내 장애인인식개선 교육’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동료를 이해하고 같이 일할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별로 인터넷 원격 교육이나 전문 강사 오프라인(대면) 교육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한겨레신문사 역시 직원들에게 인터넷 교육을 반드시 받게 했는데, 기자가 교육과정을 이수해보니 장애 개념부터 다양한 장애 유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장애 유형에 따라 근무환경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비장애인이 장애인 동료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교육에 포함돼 있다.
장애인인식개선 교육 강사의 경우 장애인고용공단이 정한 양성과정을 거쳐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공공일자리 차원에서 강사 양성에 중증장애인이 참여할 기회를 열어놨다. 실제 중증장애인들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체에서 중증장애인 전문 강사를 초빙해 교육하는 것도 장애친화적 업무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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