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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의 바다거북은 안녕하신가요

스티로폼 부표와 밧줄이 바다거북 속으로…

40마리 사체에서 어김없이 플라스틱
등록 2019-06-05 11:23 수정 2020-05-02 04:29
4월16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아나바라만에서 바다거북 한 마리가 쓰레기 주변을 헤엄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4월16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아나바라만에서 바다거북 한 마리가 쓰레기 주변을 헤엄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이 초래할 재앙에 대해 보통 ‘생산에 5초, 사용하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라고 한다. 이 표현은 전세계가 골치를 앓는 ‘플라스틱’ 문제의 본질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당장의 편의는 가깝고 이후 벌어질 문제는 멀리 있다.
문제는 편리함을 이유로 외면해온 플라스틱의 재앙이 점점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한 해 3억4800만t(2017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외국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것을 보면, 1950년 150만t이던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50년에 11억24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 규모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1950~2015년 플라스틱 누적생산량은 8억3천만t으로 이 가운데 4억9천만t(59%)이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짐작된다. 플라스틱을 삼켜 죽는 거북이와 물고기는 지금도 세계 바다 곳곳에서 꾸준히 발견된다.

지난해 11월 은 제1239호 ‘독자의 발제가 표지가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독자편집위원회(독편)3.0 중간보고를 하며 독자 표지공모제의 출발을 알렸다. 당시 독자들은 표지에서 가장 보고 싶은 주제로 ‘일회용품의 나비효과’를 꼽았고, 내부 회의를 거쳐 ‘플라스틱 로드’로 구체화했다. 나날이 쌓이는 플라스틱 문제를 편리하다는 이유로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독자들의 의지가 담겼다.

의 내부 사정으로 3월 초(제1251호)에야 플라스틱 로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전자우편과 독편3.0 단체대화방을 통해 의견을 주신 분들은 25명이다. ‘ 플라스틱 로드’ 단체대화방에 참여해 기획부터 취재, 기사 작성까지 함께하신 분은 13명이다.

든든한 25명의 ‘동료’와 머리를 맞댔다. 제1265호 표지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과 독자들의 끈끈한 연대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곽민희·손승희·이삼식·정유리·장인숙·조배원·지윤정 등 ‘ 플라스틱 로드’ 참여 독자 25명

2015년 여름, 미국 해양학자들이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발견한 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전세계 사람들이 플라스틱이 초래하는 재앙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플라스틱을 먹는 해양생물은 멀리 있지 않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부터 국내 연안에서 발견한 바다거북 40마리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모든 사체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국립생태원이 지난 3월 제주 앞바다에서 발견한 죽은 바다거북을 부검하자 비닐 조각과 밧줄 등이 발견됐고, 심한 경우 한 마리에서 30개 이상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고 한다.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삼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 플라스틱 로드’에 참여한 많은 독자가 플라스틱에 생명을 잃는 해양생물을 보고 플라스틱 줄이기를 결심했다. 독자들은 묻는다. 정말 가정에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 거북이와 고래의 생명을 위협하는 걸까? 현재 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육상 관리되지 않은 쓰레기도 흘러들어

해양환경공단이 운영하는 ‘해양쓰레기 통합정보시스템’을 보면 2018년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는 3만1931개(4398.8㎏)다. 이는 해양환경공단이 주관해 민간단체들과 함께 우리나라 동·서·남해 연안 40곳을 선정해 두 달에 한 번씩 정기 조사(해안쓰레기 모니터링)해 집계한 결과로, 2008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 전체로 보면 매년 7만여t의 쓰레기가 수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에 버려지는 것은 이보다 훨씬 많은 약 17만t으로 알려졌다. 해양쓰레기 중 플라스틱은 개수(2만6060개)로 82%, 무게(2586㎏)로는 59.1%를 차지한다.

이 많은 플라스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2017 해양쓰레기 관리 연차 보고서’(해양수산부·해양환경공단)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육상기인(육상에서 흘러드는 쓰레기)은 36%, 해상기인(해상에서 생기는 쓰레기)은 64%로 짐작된다. 해양쓰레기 문제를 10년째 조사·연구하며 모니터링과 개선 대책을 제시해온 경남 통영의 비정부기구(NGO) ‘오션’의 홍선욱 대표는 “세계적으로 육상기인이 80%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양식업·어선어업에서 발생하는 해상기인이 50~60%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해상에서 생기는 쓰레기는 양식장의 스티로폼 부표, 어선에서 쓰는 그물과 밧줄 등이다. 쉽게 부서지는 스티로폼 부표나 고기잡이 과정에서 쓴 밧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닷속을 떠도는 것이다. 최근에는 낚시꾼들이 버리는 낚싯줄과 생활쓰레기도 늘고 있다.

육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중호우·폭우·강풍 등을 통해 강과 하천으로 흘러든 생활폐기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경우와, 관광객과 주민들이 바닷가에 무단 투기한 경우다. 정부는 생활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양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지만,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육지의 생활쓰레기가 바다로 다수 이동한다고 주장한다. 홍선욱 대표는 “육상에서 관리되지 않은 쓰레기, 길거리에 버렸거나 어딘가에 불법적으로 쌓아놓은 쓰레기가 강과 하천으로 유입된다”고 지적했다. ‘오션’은 해양환경공단의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에 참여하는데 홍 대표는 “(모니터링을 하면) 육상에서 관리하면 오지 않을 쓰레기가 바다에서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전국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산’의 폐기물과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가 모두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북구 배수구에 담배꽁초 거름망 설치

결국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해 태평양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많이 알려진 대로 미국 하와이 북동쪽 1600㎞가량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는 한국의 7배 넘는 면적의 ‘거대 쓰레기 지대’가 있다. 흔히 ‘쓰레기섬’으로 알려졌지만, 섬은 아니고 잘게 쪼개진 막대한 미세플라스틱이 바닷속에 가득한 상태라고 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를 보면 전세계 해양에 떠도는 미세플라스틱(길이 5㎜ 이하)은 5조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를 플랑크톤으로 착각하고 먹은 물고기는 어떻게 될까?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사람에게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부터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 등에서 터져나온다. 어민들의 어구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수거나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부터 폐기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어민의 어구 관리 책임과 정부 관리를 강화하는 ‘어구관리법’이 계류 중이다.

육상에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결국 생산-소비 단계에서 줄여야 한다는 ‘원칙’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최근 흡연자들이 도로나 하수구에 불법 투기하는 담배꽁초 필터 속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자, 강북구청은 관할 60개 지역 배수구에 담배꽁초 거름망을 설치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작은 시도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노력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션의 경우 전세계 50만 명 넘게 참여하는 국제연안정화(9월 셋쨋주 토요일) 행사를 2001년부터 해마다 하고 있다. 행사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바닷가 쓰레기를 줍고 항목을 기록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방식이다. 2001~2017년 시민 7만9천여 명이 참여해, 전국 921곳에서 634㎞ 해안을 청소하고 122만 개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한다.

5월30일 해양플라스틱 저감 종합 대책

늦었지만 정부도 5월30일 ‘해양플라스틱 저감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어민이 폐어구·폐부표를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를 2021년부터 시행하고 친환경 부표 교체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육상에서 하천으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막기 위해 하천관리청에도 해양으로 이동하는 쓰레기 차단 의무를 지우고, 하천에 쓰레기 유입 차단 시설 설치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대책들로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2030년까지 2018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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