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이하 노조)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종교 행위 강요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를 제기해 이슈화했다. 이 문제는 현장을 넘어 2018년 8월6일 사회복지시설의 노동자와 이용자에게 종교 행위 강요를 금지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발의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 11인이 공동 발의한 개정안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종교 강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많은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노조의 서명운동에 동참하며 개정안을 지지했다. 시민사회단체 34곳은 성명을 내 사회복지시설이 운영자의 종교적 신념이 아닌 종교의 자유라는 보편 가치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입법을 촉구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시설의 종교 행위 강요가 사회복지사의 윤리 강령에 벗어나는 비윤리적인 행태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개신교계 일부의 조직적인 반대와 항의에 부딪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철회됐다. 법안이 적용되는 사회복지시설의 대부분은 국공립 시설이며 보편적 권리 보장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엄정한 종교적 중립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반대 세력은 위탁된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법인의 사유물처럼 인식하고, 개정안이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막무가내 주장을 펼쳤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종교 행위 강요가 만연하고 노조가 종교 행위 강요의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시설을 운영하는 대형 법인의 대다수가 종교단체에서 설립한 법인이거나 종교적 이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사회복지시설을 주로 종교단체가 먼저 세웠고, 한국전쟁 뒤 사회복지시설의 필요가 매우 커져 국가가 아닌 민간법인에 위탁하는 형태로 운영돼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 법인일지라도 포교나 교세 확장이 아닌 사회복지사업의 목적에 맞게, 윤리적 가치에 맞게 운영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 2016년 사회복지사에게 한 조사에서 근무하는 기관이나 법인의 종교적 압력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의 19.5%였다. 자세히 살펴보면 종교적 압박은 직장 내 종교 활동 참여 강요가 76.3%로 가장 많았으며, 특정 종교를 갖도록 강요한 경우 19.5%, 종교로 인한 휴가, 승진 등 인사상 부당한 처우 7.1%, 종교로 인한 따돌림 경험이 3.0%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설 거주 장애인에게 한 실태조사에서도 특정 종교 신봉 강요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18.2%, 종교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24.7%에 이른다.
구체적인 행위는 2017년 노조가 집단 진정 운동으로 파악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A시설은 아침마다 직원 조회시간에 성경 읽기를 하고, 매월 미사에 신입 직원이 의무로 참석하도록 했다. 직원들에게 반드시 1개 기관에 후원하도록 하면서, 법인에 후원하지 않는 사람의 명단을 메모해두었다며 후원을 강요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채용 공고에 세례증명서 제출 조건</font></font>B시설은 부처님 오신 날 3천배를 하기 어려운 직원에게 독후감을 제출하라 하고, 일을 못한다면서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절을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C시설은 매주 전 직원 예배를 진행했고 다니던 교회를 해당 법인의 교회로 바꾸라고 강요했다. D시설은 승진시 반드시 세례받을 것을 요구했으며, E시설은 날마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예배를 진행하면서 순번을 정해 기도하라 강요했다. F시설은 운영 사찰의 신도증을 발급받고 후원하도록 강요했다.
그 밖에 직원들을 운영 법인의 행사에 동원하거나 직원들로부터 헌금을 받거나 직원들을 교육하면서 참가비를 받아 수익을 챙기기도 했다. 심한 경우 거액의 헌금을 요구하거나 십일조 형태로 임금에서 공제하는 일도 있다. 채용 자체가 특정 종교 집단 안에서 이뤄지기도 하는데, 채용시 지원서에 종교를 표시하도록 하거나 면접에서 종교를 확인하고 채용 공고에 세례증명서 제출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마천종합사회복지관의 비리 문제는 사회복지 현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앞서 언급한 종교 강요 외에도 복지관 예산을 사적으로 쓰거나 지인의 업체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횡령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한 명절에 선물 목록을 만들어 선물을 사오도록 지시하거나 근무 중 지인과 술을 마시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갑질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다른 시설에서 비슷한 문제가 벌어졌으나 재단은 공식 사과 없이 시설장의 문제로 치부하고 복지관의 수탁을 포기했을 뿐이며, 지금까지 어떠한 제재도 없이 다른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공익제보를 한 노동자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 반면 문제를 일으킨 임직원들은 재단의 다른 시설로 이직하면서 보호받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종교 행위 강요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가 만연한 원인은 시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비영리법인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법인은 시설을 사유물로 인식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으며, 지자체와 결탁하기도 해 끊임없이 문제가 생기고 있다. 비위 행위가 벌어져도 대부분이 시정·권고에 그치며, 횡령과 비리가 있어도 인사권이 없는 지자체는 법인에 징계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운영 법인에는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직접 조처가 불가능하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은 애초에 관리·감독 대상으로 인식되지도 못해 종교 행위와 후원 강요 등 전근대적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인권의 가치에 반하는 문제가 시설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인사상 불이익이나 사회적 낙인을 걱정해 문제를 알고도 넘어가지 않도록 강력한 공익제보자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 지침에 사회복지시설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종교 행사의 강제 참석과 후원 할당 등을 구체적으로 해서는 안 될 금지 규정으로 적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설 운영을 법인에 전적으로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이용자, 지역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시설 운영에 노동자·이용자·지역사회 참여해야</font></font>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민간 중심의 전달체계를 공공 중심으로 바꿀 것을 공약했다. 사회서비스공단 등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종교사회복지법인을 중심으로 정치적 압력과 각종 로비를 벌여 공공 시설 운영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이것이 인권과 윤리를 최고 삼아 종교와 사회복지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현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직국장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font color="#C21A1A">http://bit.ly/1HZ0DmD</font>
카톡 선물하기▶ <font color="#C21A1A">http://bit.ly/1UELpok</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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