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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을 위해 한 푼이라도 썼는가”

배상환 공동위원장 등 적폐청산위 인터뷰
등록 2019-01-12 13:11 수정 2020-05-03 04:29
2018년 12월7일 배상환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추진위원장이 2015년 전우회원들이 동원된 관제데모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수 기자

2018년 12월7일 배상환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추진위원장이 2015년 전우회원들이 동원된 관제데모 목록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수 기자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추진위원회의(이하 적폐청산위) 배상환(72) 공동위원장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10년 가까이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의 핵심 3인방 비리 고발에 나서면서 감옥도 두 차례 다녀왔다. 늘 단정한 해병대 군복 차림의 배 위원장은 “회원들 이용해서 핵심 간부 몇 명이 어마어마한 돈을 착복했고, 비리에 맞섰던 우리는 전과자가 됐다”면서 “불법으로 착복한 돈은 국고로 환수하고, 전우회의 막대한 수익금은 회원들을 위해 투명하게 쓰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 배 위원장을 사무실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 서울시 지회장 2명과 중앙회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그만둔 간부 직원도 만났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부정한 돈, 국고로 환수해야”</font></font>적폐청산위는 언제 어떻게 만들게 됐나.

적폐청산위는 2017년 5월 고엽제전우회의 4대강 골재 사업 비리가 조금씩 불거질 때,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자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발기인이 15명이고, 이제는 서울의 25개 지회 지회장 중 절반 이상이 마음을 모아준다. 회원은 5천 명 정도 된다. 그동안 감사원과 청와대 앞에서 “4대강 준설토 골재 사업 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두 차례씩 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경찰청에 고발장도 냈다.

굳이 왜 나섰나.

나도 월남전 참전했고 1997년 고엽제전우회 설립 때 앞장섰던 사람이다. 그런데 전우회의 주택 사업 비리가 너무 심해, 그것을 고치려고 나서다보니 기존 간부들과 척지게 됐다. 그들은 자기들한테 맞서면 끝까지 추적해서 보복한다. 없는 죄도 만들어서 감옥 보낸다. 나도 8년 전 서울의 도봉·강북·동대문 연합지회장을 맡다가 잘렸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나쁜 자들을 건드릴 방법이 없었다. 뒤로 챙긴 돈을 로비하는 데도 많이 뿌렸다. 이제는 한을 풀고 싶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몇 명 간부가 20년 이상 조직을 장악했다. 회원들 이용해서, 회원들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익사업을 추진해놓고는 뒷주머니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회장과 사무총장, 사업본부장과 두어 명의 도 지부장들이 전우회 조직을 완전히 사유화했다. 그들이 부정하게 가져간 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다시는 전우회를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수익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회원들을 위해 한 푼이라도 썼는가. 지금 황규승 회장 체제에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로 물갈이돼야 한다. 그래야 전우회원들이 복지 증진과 전우회의 투명한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관제데모에 나선 적 있나.

나는 지저분한 짓 하지 않는다. 정치권력이 전우회를 관제데모의 첨병으로 써먹었다. 지난 정부에서 야당에서 하는 것은 다 빨갱이 짓으로 몰았다. 옛날 의 베트남 (양민 학살) 보도 때 우리 동료들이 한겨레신문사를 쳐들어갔던 적이 있다. 그때도 나는 언론사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말렸다. 전쟁의 비극이었다. 그런데 당시 박근규 서울시 지부장(구속)과 황규승 경기 지부장(현 회장)이 총대 메고 병력을 동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우리랑 중앙회의 집회 목적이 다르다”</font></font>

배 위원장에 이어 서울 시내 지회장들도 익명 인터뷰에 참여했다. ㅇ지회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중앙회와 광역 지부는 수익사업으로 큰돈을 번다. 지회와 그 혜택을 나누나.

전우회라는 조직은 지회를 종보다 더 심하게 부려먹는다. 한 푼도 내려보내는 게 없다. 되레 매달 15만원씩 서울시 지부 인건비 명목으로 꼬박꼬박 빼내간다. 우리는 구청에서 받는 지원금으로 살림을 한다. 그런데 중앙회에서 왜 감사를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군기를 잡으려는지, 감사 나올 때마다 온갖 것을 다 뒤진다.

관제데모 때 어떤 식으로 인력을 동원하나.

지난해 여름, 엄청나게 집회에 나섰다. 중앙회에서는 ‘모일 모시 모처에 ○○명 집결하라’는 팩스 한 장 달랑 보낸다. 지회에서 밥 사먹이고 차량 동원한다. 왜 내가 그 돈을 쓰겠나. 지회장 맡아 조직을 위해 일했으니, 나도 나중에 덕 볼까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집회 목적과 중앙회가 생각하는 목적이 다르다. 우리는 회원들의 복지를 기대하지만, 중앙회는 청와대나 국정원, 대기업과 뜻을 맞추려 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 고엽제 환자들 이용해서 간부들이 호의호식을 누렸다. 14만 고엽제 전우의 피와 눈물을 빨아먹었다. 그게 가장 나쁘다.

뭘 바꿔야 하나.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회에서 군림한 간부들을 모두 청산해야 한다. 지난해 김성욱 사무총장이 구속되기 직전에 “부정부패 없고 깨끗하다”고 열변을 토하더라. 우리를 기만해도 유분수지, 15년 동안 지회장 했는데 지난 세월이 아깝고 분통하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구급차 몰고 다닐 수가 없다”</font></font>

서울시의 또 다른 지회장 ㅈ씨는 “전우회 이름이 쓰인 구급차를 이제는 몰고 다니지 않는다”면서 “고엽제가 워낙 욕을 얻어먹으니까 낯 뜨거워 전우회라고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제에 고엽제전우회를 해체하고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강성 주장을 내놓았다. 중앙회에서 일하다가 올여름 그만둔 ㅇ씨도 입을 열었다.

핵심 간부들이 비리로 구속된 것을 본 소회는.

김성욱 전 사무총장은 전우회를 자기 회사처럼 운영했다. 자신이 재벌 회장인 양, 돈과 인사권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주택 사업 비리 터지고 보니, 전우회가 그동안 회원들을 업고 관제데모에 부지런히 나섰고 그 대가로 노른자위 이권 단체가 된 것을 알겠더라.

세 간부가 재판받는 법정에도 가봤다고 들었다.

정말로 그렇게 뒷돈을 받아먹을 수 있나 싶은 참담함이 들었다. 일한 놈 따로 있고 먹는 놈 따로 있었다. 나쁜 자들, 구속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돈 안 갖다준 것이 참 고맙다는 생각도 들더라.

앞으론 어떻게 살려고 하나.

올여름 전우회 일을 그만뒀다. 고엽제라고 하면 먹혔는데,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 내가 운동해서 세운 전우회 조직인데, 고엽제고 뭐고 다 싫어졌다. 내 이름 하나 잘 남기고, 내 몸도 챙기면서 살고 싶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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