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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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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계엄’도 준비했다

2010년 이후 계엄 시행 조건에 온라인 동향 포함…

“사이버공간 통제” 위해 계엄사령부 내 사이버과 신설 계획
등록 2018-08-14 16:38 수정 2020-05-03 04:29
계엄의 폭력
계엄에서 학살된 수가 1만1131명. 여순사건, “남녀아동이라도 불순분자는 다 제거하라”는 계엄포고령에 담긴 이승만의 말 한마디에 무고한 양민이 학살됐다.
실패한 계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쿠데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사진)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돌아오라, 조 전 사령관. 이정우 선임기자

실패한 계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쿠데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사진)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돌아오라, 조 전 사령관. 이정우 선임기자

계엄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계엄 시행 조건에 온라인 동향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다. 계엄을 개시하는 첫 단계인 합동참모본부 군사지휘본부의 위기조치체제가 가동되면 계엄 선포가 가능한 항목을 따지기 시작하는데 그중 하나가 “악성 유언비어 등 확산으로 국민들이 동요될 가능성이 있는가”였다. 여기에 답하기 위한 세부 항목으로 “인터넷·SNS상 왜곡 내용 확산(여부)”이 새롭게 들어왔다.

인터넷과 SNS에서의 활동은 계엄 선포의 조건인 동시에 통제의 대상이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대로 실제 2017년에 계엄이 개시됐다면 군은 현실세계만 아니라 온라인 세상으로까지 통제 범위를 넓혔을 것이다. 이는 계엄에서 여론 관리가 핵심 업무라는 점, 최근 온라인 여론이 사회 분위기를 주도한다는 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특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때 온라인 여론이 오프라인까지 주도한 뒤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은 평상시에도 온라인 여론 장악에 총력전을 기울여온 터여서, 기무사는 온라인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군은 거기에 동원되면서 얻은 경험까지 있었다.

사이버공간 감시와 수사 제도도 마련

계엄이 시행되면 군이 어떻게 움직일지 자세히 설명된 게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이다. 여기에서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계엄 선포 뒤 꾸리는 계엄사령부 내 사이버과 신설 계획이다. 에서는 사이버과에 대해 “2016년 계엄사령부 편제 수정을 통해 기획조정실에 신설을 추진 중인 부서”라는 점과 함께 업무 범위가 “사이버공간 통제”라고 설명한다.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군은 이에 공식적으로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군 내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의 전언으로 추청해봤을 때 ‘통제’는 기무사 내 온라인 담당 조직, 군 사이버사령부 등 온라인 여론 파악과 심리전을 펼쳐온 부대들의 작전과 관련된 내용일 것이다. 지금까지 불법적으로 수행해왔던 온라인 여론전에서 기무사나 군 사이버사가 계엄시 사이버공간의 통제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계엄 수행 과정은 통제와 함께 감시, 수사도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다. 우선 보도처 내 보도검열단을 둔다. 여기에 배속된 ‘인터넷반’이 포털(네이버·다음·파란·야후 등),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SNS(페이스북·트위터 등) 등을 감시한다. 감시 형태를 두고 은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으로 인터넷이나 SNS와 같이 사전 검열을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사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계엄군을 운용하는 지구·지역 계엄사령부에도 인터넷반이 따로 설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에서의 계엄군이 오프라인처럼 나선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통제와 감시에 뒤따르는 것이 수사다. 계엄사령부 내 치안처에는 사이버수사과를 둔다. 여기서 사이버범죄 수사, 사이버상 유언비어 단속, 경찰 사이버수사팀과 공조 수사, 사이버범죄 첩보 제공 등을 맡는다. 문제는 단속 기준이다. 검열과 수사가 공통으로 주된 업무로 삼는 ‘유언비어’ 단속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여기에도 군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정부 비판적인 글 게시자 유언비어 유포자로

특히 불순한 지점은, 1991년 노태우 정부 시절 친위 쿠데타의 하나였던 ‘청명계획’으로 드러난 보안사령부(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꿈) 예비검속(영장 없이 체포나 구금하는 일, 기무사 예비검속의 경우 정부 비판적인 인사 모두를 포괄함) 명단처럼, 2010~2013년 군 사이버사령부-경찰-기무사 등이 ‘온라인 블랙리스트’(블랙펜)를 관리해왔다는 것이다(제1202호 ‘사이버사 블랙리스트 1333개 추가 발견’ 등 참조). 이 기준대로라면 정부 비판적인 글 게시자도 유언비어 유포자로 분류돼 계엄군에 의해 수사, 체포, 구금될 가능성이 높다. 하마터면 지난해 현실이 될 뻔했던 얘기다.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등 계엄 문건들 안의 온라인 계엄이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과 비교해 다른 점이라면, 수사와 (유포자) 검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기무사는 기존 계엄 문건처럼 치안처의 사이버수사부서에 머물지 않고, 아예 합동수사본부 합수정보처처럼 사이버 정보를 융합·분석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수사단도 군(수사1국)·경찰(수사3국)로 나눠 군·경에게 동시에 사이버범죄 수사 임무를 부여했다.

기무사 계엄 문건이 과거 사례를 실행 로드맵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2016년 1차 촛불집회(10월29일)가 있은 뒤 불과 나흘 만인 11월2일, 기무사가 작성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면별 대비방안’ 문건과 그 직후 작성된 ‘현 시국 관련 국면별 고려사항’ 문건에 담긴 내용이다. 이는 향후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세부 및 실행 문건의 토대가 됐다.

당시 기무사는 2016년 시위대의 ‘청와대 점거 시도’를 상정하면서 2008년의 사례를 들어 “08년 광우병 논란으로 촛불집회 시위대가 청와대에 진입 시도”할 때 기무사가 “청와대의 통제하에 사이버전문팀(210명)을 비공개로 운용했다”고 기록했다. 이는 기무사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여론 관리”를 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사이버전문팀에서 어떤 업무를 구체적으로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군 관계자는 에 “당시 (이후 국회의원이 된) 김종태 사령관 시절이었다. 청와대 독대가 부활했고 기무사는 원래의 보안 업무가 아닌 대통령의 심기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며 “당시 정부는 촛불집회가 온라인 여론을 관리하지 못해 일어났다고 판단했고, 보수 진영이 일방적으로 밀린다고 생각했다. 기무사는 정부 비판적 여론에 더 공격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방위산업·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기무사 2처는 2년 뒤인 2010년 기무사 전체 부대원의 20%가 넘는 800여 명을 동원했던 댓글부대 ‘스파르타’를 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 개시했다면 기무사가 온라인 통제

2017년 기무사 작성 문건대로 계엄이 실제 개시됐다면, 지난 10년 동안 민간인을 대상으로 여론전을 펴온 기무사가 온라인상에서 전면적인 통제를 실시했을 것이다. 다만 8월9일 국방부는 “군 사이버사령부가 더 이상 사이버심리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이버공간은 적을 특정하기 어려워 심리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정치 개입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앞으로 불법적인 정치 관여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국방부의 방침이 합동참모본부가 짜는 계엄 계획에까지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조직 개편 이후에도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기무사 안팎에선 기무사 댓글부대인 스파르타 요원이 알려진 것보다 규모가 더 크다는 주장이 계속될 만큼 과거 불법 댓글의 실체조차 아직도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4년 전을 떠올려보자. 2014년 정치 댓글 논란 속에 국군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을 교체하고 사령부의 정치적 중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불법 여론 조작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당시 교체된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은 현재 계엄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로 지목되는 조현천 사령관이었다. 사이버사령부의 불법 댓글을 통한 여론전 경험은 그에게 불법적으로 계엄을 획책하는 대담함을 길러줬는지 모른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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