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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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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꽃씨’ 핵을 지우다

문 대통령의 북한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첫 제안에서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까지…

평창에서 싹트고 한반도에서 만개한 평화의 꽃
등록 2018-05-01 14:51 수정 2020-05-03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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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습니다. 한 해 전 봄과는 사뭇 다른 진짜 봄이 왔습니다. 이 봄, 한반도에 평화의 봄꽃이 활짝 망울을 터뜨렸습니다. 평화의 꽃씨는 평창에서 싹텄습니다. 지난해 6월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처음 제안했습니다. 한 달 전인 5월21일 북한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 1발을 발사하며 한반도에 위기가 증폭되던 때였습니다. 북한의 모르쇠 일관에도 문 대통령은 끈질기게 평창을 붙잡고 북한을 달랬습니다.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7월6일)과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재차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꽃씨는 여전히 북한의 눈길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되레 제6차 핵실험(9월3일)과 극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 발사(11월29일)로 한반도를 위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습니다. 평화의 꽃씨가 이대로 사장되는 듯했습니다.

2018년 첫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돌연 “평창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 및 대화 용의”를 표명했습니다. 꽃망울조차 보지 못하고 고사할 뻔한 꽃씨가 다시 살아난 순간입니다. 이튿날 한국 정부가 남북 당국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1월9일 2년여 만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습니다. 이후 평화의 꽃씨는 빛의 속도로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2월9일 분단 이후 처음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이 남한을 방문했습니다. 이날 열린 평창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했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은 2월14일 마지막 경기에서 역사적 첫 골을 터뜨리며 평화의 꽃씨를 전세계로 흩뿌렸습니다.

평창에서 싹트고 꽃망울을 맺은 평화의 꽃씨는 이제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활짝 꽃피울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별사절단이 3월5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습니다. 한 달 뒤인 4월5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렸고, 역사적인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앞서 4월1일엔 김정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한 예술단이 공연 ‘봄이 온다’를 선보였습니다. 평화의 꽃씨는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4월21일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4월27일 오전 9시30분.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쪽 땅을 밟는 첫 순간이자, 평창에서 싹튼 평화의 꽃씨가 마침내 한반도에서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순간이었습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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