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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최악의 판결 8

쌍용차 정리해고 적법·원세훈 유죄 자료 불인정

<한겨레21> 선정 ‘문제적 판결’로 돌아본 지난 4년
등록 2017-08-29 17:47 수정 2020-05-03 04:28
2015년 11월12일 세월호 선장 사건 상고심 선고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정. 한겨레 이정아 기자

2015년 11월12일 세월호 선장 사건 상고심 선고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정. 한겨레 이정아 기자

은 2008년부터 매해 법학교수,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올해의 판결’을 선정했다. 2013년부터는 ‘문제적 판결’(해마다 ‘나쁜 판결’이나 ‘경고한다, 이 판결’로 불렀다)도 뽑기 시작했다. 공교롭게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안착한 시기와 겹친다. 2011년 9월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듬해 6명의 대법관을 임명 제청했다. 2013~2016년 4년 동안 문제적 판결은 26건이 뽑혔다. 그중 대법원 판결이 12건(46%)이다. 12건의 판결 가운데 원심을 파기하며 탄생한 판결 8건을 소개한다(2011년 9월 이전 파기된 재상고심 판결 1건 제외). 하급심 판결에 제동을 건 대법원의 ‘문제적 판결’을 통해 ‘양승태 대법원’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성소수자 학생 자살 사건, 학교 책임 불인정(2013년)</font></font>

‘동성애 성향’을 이유로 집단괴롭힘을 당하다가 자살한 학생의 유족이 “보호·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담임교사의 고용주인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2심은 학교에도 30%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신)는 2013년 7월 “괴롭힘의 정도가 빈번하지 않았고 방법이 주로 조롱이나 비난 정도였던 점 등을 볼 때 담임교사가 자살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2013년 ‘올해의 판결’ 심사위원 조혜인 변호사의 한줄평. “법원에 소수자 혐오, 폭력, 자살에 대한 기초 학습을 권함.”

<font size="4"><font color="#008ABD">전교조 교사 고 김형근, 국가보안법 유죄(2013년)</font></font>

김형근 교사는 2005년 5월 학생·학부모 180여 명과 ‘남녘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전야제에 참석했다. 학생들과 6·15 공동선언을 외우고 노래를 불렀다. 1년6개월이 지나 2006년 12월 가 ‘빨치산 추모제에 학생 데려간 전교조 교사’ 비판 기사를 썼다. 2008년 1월 검찰은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2심 재판부는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하고 구호를 외친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전통성을 해칠 만한 실질적 해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가세한다는 의사를 외부에 표시”했다며 2013년 3월 파기환송했다. 심사위원 최재홍 변호사의 한줄평. “파기할 건 무죄가 아니라 국민을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야!”

<font size="4"><font color="#008ABD">쌍용차 정리해고, 적법(2014년)</font></font>

2009년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최초 통보한 감원 규모는 2646명, 최종적 해고는 165명이었다. 그중 153명이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1심에선 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재무건전성 위기에 대한 판단이 적정하지 않아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해고무효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는 2014년 11월 이를 파기환송했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으므로 다소 보수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심사위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의 한줄평. “최고의 판결을 최악의 판결로 바꾼 대법원.”

<font size="4"><font color="#008ABD">철도파업, 업무방해 유죄(2014년)</font></font>

2009년 전국철도노조가 파업했다. 인원 감축과 ‘철도 선진화 방안’에 반대하는 파업이었다. 노조 간부들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011년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업무방해죄 성립 요건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을 초래한 때”로 변경한 판례를 따랐다. 철도노조는 파업 전에 계획을 수차례 선포했고 한국철도공사가 이것의 대비용 문서를 작성한 점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는 2014년 8월 파기환송했다. “필수 공익사업을 영위하는 철도공사는 노조가 이같은 부당한 목적을 위해 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앞선 전원합의체가 변경한 판례와 다른 취지로 판결하면서도 이를 다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판례를 수정·보완하지 않고 대법관 4인이 모인 소부에서 결론지었다. 심사위원 김성진 변호사의 한줄평. “예고된 파업을 예견할 수 없다? 무슨 논리?”

<font size="4"><font color="#008ABD">초과 베팅 묵인한 강원랜드 책임 불인정(2014년)</font></font>

한 중견기업 전 대표가 도박으로 총 231억원을 잃고 강원랜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는 “강원랜드가 규정상 금지된 초과 베팅을 묵인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1인당 1회 1천만원으로 베팅 한도가 제한돼 있지만, 대리 베팅을 통해 6천만원까지 베팅하는 걸 강원랜드가 묵인했다는 것. 1·2심은 강원랜드에 15~20%의 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는 2014년 8월 파기환송했다. “강원랜드가 이용자의 지나친 재산상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심사위원 오정진 교수의 한줄평. “누군가의 쾌재, ‘기어코 도박장에 들어온 걸 어쩌라고’.”

<font size="4"><font color="#008ABD">간첩조작 사건, 시효 축소로 국가배상 책임 불인정(2015년)</font></font>

박동운씨는 1981년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구금·고문으로 간첩 누명을 썼다. ‘2차 진도간첩단 사건’이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과 재심 무죄를 받았다. 2010년 9월 형사보상결정을 받고, 8개월 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2심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는 2015년 1월 파기환송했다. 소송을 시효보다 두 달 늦게 냈다는 이유였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 12월, 기존에 3년까지 인정해온 소 제기 시효를 ‘형사보상 결정일로부터 6개월’로 줄여 국가 책임을 덜어준 판례에 따른 결과다. 심사위원 양현아 교수의 한줄평. “바늘구멍을 빠져나온 낙타를 도로 바늘 저쪽으로 밀쳐낸 판결.”

<font size="4"><font color="#008ABD">KTX 여승무원, 한국철도공사의 직접 고용관계 부정(2015년)</font></font>

KTX 여승무원들은 2006년 5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코레일 정규직과 같은 안전 관련 업무를 하는데도 자회사를 옮겨다니게 한다는 이유였다. 자회사 한국철도유통에서 또 다른 자회사로의 이적을 거부하며 파업한 280명 전원이 해고됐다. 이에 승무원 34명은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코레일과 한국철도유통의 위탁계약은 위장도급”이며 “코레일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는 2015년 2월 파기환송했다. “코레일 열차팀장과 승무원들이 독립적으로 업무가 이뤄져 적법 도급”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직접 승무원을 교육하고 자회사가 독자적 시설·장비를 갖추지 않은 점은 문제 삼지 않았다. 심사위원 최은배 변호사의 한줄평. “비정규직 폐해 극심한 간접고용, 법원마저 노동자 저버리면 어떡해!”

<font size="4"><font color="#008ABD">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유죄 자료 불인정(2015년)</font></font>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인터넷상 조직적 대선·정치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2심은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는 2015년 7월 파기환송했다. “(국정원 트위터팀 직원의 전자문서 파일 2개에 대해) 출처 및 기재 경위가 불분명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 업무상 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로 인정된) 사이버 활동 범위가 유지될 수 없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 파일들에는 같은 팀 직원 22명의 이름, 트위터 계정과 비밀번호, 날짜별 이슈 등이 적혀 있다. 이 파일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2012년 8월20일 이후 국정원이 활발한 선거 개입 활동을 했다고 판단한 근거 자료였다. 심사위원 이광수 변호사의 한줄평. “공직선거법 위반이 파기되지 않았으니 다행인가?”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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