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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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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경제 두 토끼 놓치지 마

역대 정부 중 국정지지도·안정감 가장 높은 문재인 정부…

지지도보다 국정목표와 가치 주목 일관성 있는 대책 추진해야
등록 2017-08-15 17:43 수정 2020-05-03 04:28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지 100일이 조금 지났습니다. 한국갤럽의 국정지지도 조사 결과는 5월 84%, 6월 82%, 7월 79%로 다소 하락세를 띠지만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00일 평균 국정지지도는 82%입니다. 같은 기간 노무현 정부(48%), 이명박 정부(29%), 박근혜 정부(53%)와 비교할 때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2%, 노무현 정부 ±13%

높은 국정지지도에 비해 안정감은 어떨까요. 이는 예측 가능한 국정운영을 하는지, 대선 기간에 내놓은 공약이 국정목표로 잘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일 겁니다. 각 정부의 국정지지도 편차를 확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2%로 가장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다음은 박근혜 정부 ±4%, 이명박 정부 ±11%, 노무현 정부 ±13%로 나타났습니다. 취임 100일 동안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 변화가 가장 적었던 셈입니다.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 정부의 국정목표와 취임 100일 동안 발생한 일들 가운데 국정지지도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정할 만한 이슈를 살펴보았습니다.

노무현 정부부터 보겠습니다. 국정목표의 초점이 민주주의, 균형발전, 동북아시아 평화에 맞춰졌습니다. 취임 100일 동안의 주요 이슈로 대통령이 주도한 검사와의 대화, 이라크 파병, 철도파업, 화물연대파업 등이 있었습니다. 참여정부의 초기 국정은 자신이 내세운 국정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이슈에 끌려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지도는 하락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주변 인물의 구속과 구설도 있었군요. 국정목표와 이슈가 따로 움직인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목표는 경제성장, 인재 중시, 세계화, 복지, 국민 섬김 등으로 나름 균형 있게 주제가 선정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부 출범 초기의 주요 이슈는 여당의 총선 승리, 한-미·한-일 정상회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초대형 갈등 이슈가 되었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국정지지도로 국정 초기를 맞이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창조경제, 맞춤형 교육복지, 창의교육과 문화, 안전과 통합의 사회 구축, 통일시대 등을 국정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취임 100일 동안 청와대 및 장관 인사에 부정적 이슈가 등장합니다. 그 외 주요 이슈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터집니다. 이때까지는 국정운영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유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자리와 지지도 직접 연관 없어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3월10일 대통령 탄핵 직후 실시된 5월9일 조기 대선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그로 인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합니다. 공공과 시장의 실패에 시민이 촛불집회라는 ‘거리의 정치’를 통해 직접 개입해 만든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정목표는 국민정부, 경제균형성장, 복지국가, 균형발전, 한반도 평화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잇따라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고, 그때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소집됩니다. 개혁 성향의 파격 인사, 미국 방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이 이루어졌습니다. 신고리 5·6호기공론화위원회 출범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과 운영 방식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도 눈에 띕니다.

출범 초기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대선 기간에 표출된 국민의 기대가 무엇인지 확인해 이를 국정목표로 선정하고 초장에 추진하는 일머리를 잡는 것입니다. 역대 정부의 경험을 떠올려볼 때 문재인 정부는 두 가지 정도 참고해볼 만합니다. 첫째, 국정운영 초기가 개혁의 중요한 시점이라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정부는 없었습니다. 둘째, 대선 기간 유권자의 후보 선택 기준 중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 것이 경제였지만, 모든 정부가 초기엔 경제 이슈를 소극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초기에 ‘개혁’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고 있다면 꾸준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재점검해봐야 합니다.

경제문제에 대해 좀더 말씀드리려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총리급으로 두고, 일자리위원회는 대통령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옳은 일, 필요한 일도 해야 하지만 국민 인기도 신경 써야 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경제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지면 국정지지도가 올라갈까요? 2000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국정지지도와 주요 경제지표(경기 상황을 알 수 있는 선행지수·동행지수·후행지수와 서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물가지수·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어음부도율, 그리고 국가경제의 대표 지수 중 하나인 경상수지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선행지수·후행지수·동행지수 순으로 국정지지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그다음은 물가지수와 경상수지였습니다.

그런데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어음부도율 등은 국정지지도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핵심적 국정과제로 삼는 일자리 창출과 국정지지가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그리 직접적 연관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늘려 국정지지도를 높이려면,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고 지속적으로 국정 전반에 걸쳐 일자리 정책을 관철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은 손가락 아닌 달을 봐야

국정은 국가를 통치해나가는 행위입니다. 이는 매우 공적인 행위라서 국정목표 실행 시스템을 잘 짜야 합니다. 국정지지도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시민들이 보이는 반응이기보다 국정목표와 국정과제를 잘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국정지지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여론 밑에 존재하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컨대 정의, 평등, 연대 말입니다. 약한 지도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며, 사회·경제적으로 발생하는 균열 여론에 직접 대응합니다. 튼튼한 지도자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며, 국정목표와 국정전략이라는 큰 기준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며 대책을 강구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성공하길 기대합니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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