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언제나 그랬듯 자기 할 말만 했다.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한 번도 국민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지 않았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추락하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정치를 무시하는 행보도 여전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전혀 의논하지 않은 채 기습 개각을 발표한 뒤 야권 대선 주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 하야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정작 부끄러워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청년들은 “부끄러운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현 정권에 돌을 던진다. 거리에 나서고, 세태를 풍자하는 글을 쓰고, 돈과 권력의 하수꾼들을 조롱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온라인에 유통한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일련의 행위는 “굉장히 적극적인 사회 참여 액션”(천영환(30) 와글 매니저)이다.
그래서 “뭐라도 하고 싶은데 혼자는 못하겠고 같이 해야 할 친구는 누군지 찾아헤매는” 평범한 청년들을 위한 ‘시국 돌파 대잔치’를 마련했다. 정치 스타트업 ‘와글’은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청년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대안을 고민하는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11월7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미디어 카페 ‘후’에서 ‘국민의 뜻이 우주의 뜻이다’가 열린다.
분노의 돌파구를 찾아서이번 기획에 참여한 와글의 김정현(29)씨는 10월29일 처음 집회에 나섰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헬조선’ 청년들의 분노가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그렇잖아도 “정말 망한 것 같은, 지옥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기름을 끼얹었다.”
하지만 가로막힌 경찰벽을 향해 행진하며 청년들은 다시 갑갑한 마음이 차올랐다. 다른 방식의 투쟁을 해보고 싶었다. 천영환 매니저는 “개방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폐쇄적인 세대”인 이들을 불러모을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986년생인 천영환씨는 이렇게 얘기했다. “1987년 체제 때 2살이었다. 그런데 다시 오늘, 어떻게 됐나.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들은 우리에게 꼰대의 대안처럼 보인다.”
청년들이 보기에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기존 권력 질서를 재배치할 뿐 변화를 모색하진 못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꾸 질문을 던진다. “대안을 논의하는 또 다른 시위를 하면 어떨까?”
이들은 가장 진지하지 않은 방식으로 가장 진지한 이야기를 하며 청년들을 호출하기로 했다. 행사 기획 전반에는 청년 세대 특유의 냉소가 녹아 있다. 공지 사항을 비롯한 각종 게시물은 이른바 ‘병맛’(맥락없고 형편없다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이다. 행사 소개부터 이런 식이다. “답답하고 짜증나는데 도무지 뭘 해야 할지 감이 안 오는 청년들, 모여서 이야기하며 정상인 혼을 찾는 자리입니다. 누구든 편하게 나라 까고 대안 찾고, 말하기 싫으면 우주의 기운을 받으면 됩니다.”
이번 사태를 풍자한 작업들도 눈에 띈다. 최근 MBC 에서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이 불러 청년 세대에게 알려진 서태지의 를 영리하게 ‘하야가’로 제목을 바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가사가 절묘하다. “너에게 모든 걸 뺏겨버렸던 마음이 다시 내게 돌아오는 걸 느꼈지. 너는 언제까지나 나만의 나의 연인이라 믿어왔던 내 생각은 틀리고 말았어.”
청년들이 짜는 ‘새판’기이한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의 첫 탑승자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정현 와글 프로젝트 매니저,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푸른 비례민주주의연대 운영위원, 손우정 바꿈 상임이사,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 등이 나선다. 사회 각 영역에서 청년 문제를 이야기해온 ‘전문가’들이 모여 시민과 액션플랜을 논의한다. 이날 행사에서 구체화할 실천 방안은 온라인 플랫폼 ‘가브크래프트’(http://govcraft.org/campaigns/6)에서 실시간 공유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1136호에서는 도대체 대통령이 무슨 자격으로 자괴감이 들고 괴로운지 집중 파헤쳐 봤습니다. 이름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집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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