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가 결정됐다. 정부는 안보를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한반도 안보 환경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높다. 사드는 한반도에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평화활동가다. 군사안보, 한-미 동맹, 북핵 문제를 연구했다. 그는 사드가 한반도에 어떤 구름을 몰고 올지 큰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은 그에게 사드가 배치될 한반도의 미래를 전망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글은 사드 배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2017년 2~9월, 남북한과 미국·중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한 ‘뉴스 픽션’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여러 우려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을 근거로 한 뒤 정치적 상상력을 보탰다. 픽션이 픽션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것이 이 글이 원하는 진짜 의도다. _편집자
한 달 전,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이 새롭게 출범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향후 세계 전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였다.
“우리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 것이라고 봅니까?”
대통령이 물었다. 이미 중국은 외교 전문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는 전략적 오판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 상태였다. 러시아도 비슷한 입장을 전달해놓은 터였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의 전략동맹으로 결속될 위험이 큽니다. 공식적 상호방위조약은 맺지 않겠지만 전략무기 협력 강화 등 공조를 강화하면서 우리를 압박할 겁니다. 유라시아의 거대한 두 나라가 손잡으면 우리로서도 대처하는 게 만만치 않아요. 여러모로 사드 배치는 유보하는 게 좋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국방장관이 반박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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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곤란해요. 배치 철회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큽니다.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에 밀려 사드 배치를 번복하면 이들 나라는 앞으로 더욱 대담하게 나올 겁니다. 중-러 결속이 우리에게 전략적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여기에 대처 못할 정도는 아니잖아요.”
국방장관은 한국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우리가 결정을 번복하면 한국이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미국을 믿을 수 없게 됐으니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흐름도 한국 내에서 강해질 거예요. 무엇보다 그동안 공들인 미국·일본·한국 삼각동맹의 문이 다시 닫히게 될 겁니다. 게다가 한국 보수정권이 10년 동안 집권하면서 미-한 동맹이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왔는데, 우리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한국 대선에서 야당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
1시간여 동안 계속된 격론 끝에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입장을 국방부와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발표하세요.”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이 충혈된 눈을 비비며 회의를 마무리지었다.
#2. 2017년 2월18일, 중국 베이징 국가주석 집무실미 국무부 정례 브리핑이 발표된 다음날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격앙된 분위기가 회의 전체를 지배하는 가운데 신중론도 제기됐다.
“미국이 노리는 건 우리를 자극해서 군비경쟁으로 유도하려는 것입니다. 이에 말려들면 옛 소련(현 러시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소련은 1980년대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에 맞서 군사비를 대폭 증액했다가 경제적 부담에 골머리를 앓았다. 어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소련이 몰락했다고 주장한다. 외교장관은 ‘소련의 전철’을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신중해져야 합니다. 우리가 대대적인 전략무기 증강에 나서면 군비 부담으로 인해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 건설은 어려워지고, 이른바 ‘중국위협론’이 커져 평화발전론에 대한 국제적 이해와 지지를 받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거, 한가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우리가 사드 배치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종이 호랑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게 됩니다.”
국방장관이 치고 들어왔다.
“주석님까지 나서서 여러 차례 반대도 하고 경고도 했는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가면 저들은 더 날뛰게 됩니다. 미국이 사드 배치로 끝낼 것 같습니까?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리는 영원히 뒤처지게 됩니다.”
곁에 있던 인민해방군 사령관이 거들었다.
“맞습니다. 우리와 미국의 핵 전력 차이는 300배 이상 납니다. 더구나 미국은 1조달러를 투입해 핵무기 현대화에 나서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바로 우리 문 앞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 배치되면, 우리의 제한적인 대미 억제력은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사드 배치를 저지해야 하고, 그래도 배치한다면 우리도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침묵하던 시진핑이 입을 열었다.
“미국과 한국의 태도를 보니 되돌리긴 힘들 것 같소. 대응하기로 합시다. 그렇다고 대대적인 전략무기 증강에 나서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겁니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대응 방법은 뭐가 있겠습니까?”
국방장관이 곧바로 답했다.
“사드 배치 수용의 대가가 뭔지 한국이 좀더 실감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아직 실제 배치까지는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연말에는 한국 대통령선거도 있습니다. 이미 경고한 것처럼 사드가 가동되면 성주(경북) 기지는 우리 인민해방군의 정밀 타격 대상이 된다는 것도 밝혀야 합니다.”
시진핑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인민해방군 사령관이 다시 덧붙였다.
“전략적 대응으로 크게 두 가지를 강구해야 합니다. 하나는 러시아와의 전략무기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저렴한 비용으로 우리의 전략무기 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핵무기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이 정책을 철회하면서 분리된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경보 즉시 발사 태세에 돌입한다면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더욱 클 겁니다.”
시진핑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3. 2017년 2월19일, 한국 서울 용산 국방부“어제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에서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는 380km로 성주까지의 거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사드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드 기지를 향해 날아오는 저고도 미사일의 방어 대책은 무엇입니까?”
한 기자가 물었다.
“저고도 미사일은 패트리엇으로….”
국방부 대변인이 답하려 하자 다른 기자가 따지듯 묻는다.
“패트리엇미사일의 방어 반경은 2~4km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럼 성주 기지를 방어하려면 패트리엇을 성주에 배치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럴 계획인가요?”
“그럴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만, 다각도로 방어 대책을 수립 중이라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뒤에 있던 기자가 목소리를 높여 다시 물었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하면서 수도권의 상대적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수도권은 패트리엇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수도권 전체를 방어하려면 패트리엇 몇 개 포대가 필요한 것입니까? 그리고 북한이 수도권을 향해 고각으로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면 패트리엇으로는 요격이 안 될 텐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몰려드는 질문 앞에서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치려 했다.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이 고각으로 수도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만, 혹시라도 그럴 가능성에 대비는 할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후속 대책회의가 잡혀 있어 오늘 브리핑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대변인이 단상에서 내려서자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질문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변인은 양해의 인사를 건네곤 문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니 도대체 패트리엇과 사드를 얼마나 들여와야 하는 거야?”
한 기자가 노트북을 닫으면서 탄식을 내뱉었다.
“김 선배, 그러니까 ‘미국 군산복합체만 계 탔다’는 푸념이 나오잖아요.”
옆에 있던 기자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패트리엇 10개 포대만 해도 구매가만 15조원이랍니다. 여기에 운영유지비를 포함하면 50조원이 훌쩍 넘지요. 그런데 10개 포대로도 수도권 전체 방어는 안 된다고 합니다.”
또 다른 기자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나 참, 돈 없다고 보육료도 줄이고 이것저것 다 줄이면서 록히드마틴에는 엄청 퍼주고 있구먼.”
“대통령님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한-미 연합정보망에 북한 6사단과 62포병여단이 남하하고 있는 게 포착됐습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급히 전화로 보고했다.
“찾아뵙고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남하라니, 어디로 온단 말이죠?”
박근혜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아마 개성공단 부지에 재배치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때 김 실장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대통령님, 북한이 성명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을 틀자 북한의 간판 아나운서 리춘희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의 중대 성명’을 낭독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제와 남조선 괴뢰패당의 전쟁 놀음은 이제 우리의 인내심을 넘어섰다. 우리 최고 수뇌부를 겨냥한 참수작전을 통해 제도 붕괴를 실현해보겠다는 적대행위의 극치에 대해, 그리고 미제가 북침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어코 배치한 사드에 대해 우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단호한 징벌을 결심하였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화면 너머에서 리춘희는 잠시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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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우리가 보유한 전략 및 전술 타격 수단들은 적들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불벼락을 내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남조선이 은혜도 모르고 폐쇄한 개성공단 공업지구에는 우리 혁명무력의 최정예 부대인 6사단과 62포병여단이 다시 주둔하게 된다. 우리 포병에는 남조선과 미군 기지에 핵불벼락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수단도 배치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2017년 8월 하순 들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또다시 고조되고 있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이 8월17일부터 시작됐고, 사흘 뒤에는 성주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사드 요격 체계와 엑스밴드(X-band) 레이더가 성주에 배치됐다. 한-미 양국은 시험운용을 거쳐 11월부터는 실제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사드 배치 바로 다음날, 마침내 북한의 성명이 발표된 것이다.
“아니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그랬죠? 개성에 핵무기를 배치한다? 김 실장이 보기엔 어떤가요?”
박 대통령이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
“아직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에 핵폭탄을 장착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소형화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명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다만 파키스탄이 이미 전술핵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북한도 그럴 능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 실장이 답하자, 박 대통령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책상을 쳤다.
“아니, 그런 것도 알 수 없다는 건가요? 그게 사실이라면 막을 방도가 없는 것 아닌가요? 하루빨리 대책을 수립해서 보고하도록 하세요.”
#5. 2017년 8월23일, 북한 평양 주석궁성주에 사드가 배치된 다음날인 8월23일,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부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거의 같았다. “일관된 반대와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에 대해 강렬한 불만을 표하고” “이미 예고한 것처럼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뒤이은 정례 브리핑에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단호하고도 필요한 조치에 경제 보복과 군사적 대응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보복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특정한 조치를 언급하는 것도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침해하는 부당한 움직임에 단호하게 대응할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내용을 보고받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파안대소했다.
“푸하하, 남조선놈들.”
북한의 핵탄두 장착 방사포 배치와 중국 외교부의 사드 대응 방침 발표 직후 한국 경제는 극심한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태였다. 중국 당국의 품질 심사 기준이 바뀌어 중간재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한국 기업들의 하소연도 줄을 잇고 있었다. 화장품, 여행, 백화점, 면세점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매출과 주가도 연일 폭락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예정된 각종 교류 행사도 취소됐고, 중국 비자 발급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이를 보고받은 김정은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남조선 위정자들 재밌어. 남조선에 사드가 배치되면 우리 공화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거라는 주장이 있었잖아.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사드를 들여놓다니…. 나 참, 이렇게 우릴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야. 허허허.”
2017년 들어 한-중 무역 규모는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북-중 교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는 규탄 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문제를 이유로 소극적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 일각에선 동아시아 세력 균형 차원에서 북한의 핵무장에 따른 전략적 계산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었다.
“며칠 전 나온 중국 신문 논설을 보니 재밌는 얘기가 있더군. 우리가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서, 우리의 핵무장을 중국도 용인하고 미제놈들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더라고. 리 동지, 중국의 진의를 파악해봐요.”
김정은이 리용호 외무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이미 우리 대사관도 비슷한 보고를 해오던 차였습니다. 이미 우리는 핵탄두 경량화와 소형화를 달성했으니 핵실험이 당장 급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 그럼 핵실험을 중단할 테니, 중국과 러시아 너희도 더 이상 우리의 핵무력에 시비 걸지 말라고 해보세요.”
김정은이 담배를 꺼내들면서 작심하듯 말했다.
“휴~, 내가 일전에 말한 것처럼 제도(체제) 경쟁은 이제부터야. 남조선은 저렇게 엉망이지, 남조선은 저렇게 꼴아박고 있고 우리는 다시 일어서고 있으니 이제 한번 해볼 만한 거 아냐.”
#6. 2017년 9월27일, 서울 여의도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야 3당은 긴급 대책모임을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이 말했다. “북한의 핵탄두 장착 방사포 배치 발표는 전형적인 ‘헤드 게임’입니다.”
이 자리에는 야 3당 대표와 대선 후보도 참석했다. 김 의원이 말한 ‘헤드 게임’은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두뇌적·심리적 영향을 미치려는 전술을 의미한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검토하자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습니다. 그러자 한 보수언론조차 ‘사드가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한탄했지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발표된 직후, 그리고 최근에도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저고도로 날아가는 걸 사드로 막을 수 있니’ 하고 약 올린 겁니다. 그러자 우리 국방부는 패트리엇 추가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방사포를 개성으로 전진 배치하면서 핵탄두 장착 가능성을 흘린 거지요. ‘요건 어쩔래?’라는 뜻인 겁니다.”
김 의원의 발표에 이어 자유토론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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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저도 골치 아프군요.”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까? 사드 문제를 포함해서요. 나도 개인적으로는 반대이지만, 이미 배치된 사드를 철수하라고 하면 반미·종북으로 찍혀 대선에서 질 거라는 우려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의당 대표가 뒤이어 말했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두려움에 사로잡힌 자기 검열이 아닌가 합니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면 당당히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국민들도 원하는 바입니다. 이미 정의당은 당론으로 사드 철수를 정해놓은 상태입니다. 더민주가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 야권 연대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알다시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실망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곁에 있던 더민주의 대선 후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도 말씀의 취지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이미 사드가 배치된 상황이라 이걸 되돌리기 힘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선을 위한 야당 공조 합류에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이는 국민의당 대표가 씁쓸하게 웃었다.
“작년에 누군가가 ‘더민주는 사드 덫에 걸렸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것 같다. 나중에 깨닫더라도 빠져나오긴 늦을 것이다’라고 말한 적 있지 않습니까? 안타깝게도 아직도 덫에 걸려든 걸 깨닫지 못한 것 같군요.”
더민주 원내대표의 얼굴이 붉어졌다.
“거,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사드를 반대한다는 국민의당 입장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미 배치된 상황인데다 북한이 저렇게 강하게 나오는데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정의당 원내대표도 언성을 높였다.
“지금이 말싸움이나 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입니까? 더민주는 사드에 어정쩡한 입장이고, 국민의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어정쩡한 입장이고, 이게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참석자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잠시 뒤, 남아 있던 참석자들의 휴대전화에서 뉴스 속보 알림음이 일제히 울렸다.
‘[속보] 오전 10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긴급 기자회견 예정’.
1시간 뒤.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대한민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북 제재에서 이탈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 없다는 뜻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게다가 우리의 자위적 조처인 사드 배치를 두고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가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눈매가 매서웠다.
“북한은 핵무기를 장착한 방사포를 수도권 바로 위에 배치했습니다. 이건 사드로도, 패트리엇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을 절멸시킬지 모를 ‘다모클레스의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저는 비상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최후의 보루로 핵무장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일부 실명을 사용한 점에 양해를 구합니다. 또한 이글의 일부는 제가 쓴 에서 발췌해 수정·보완했다는 점도 밝혀둡니다.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저자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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